까치 소리(1966 ) - 김동리 -
[줄거리]
<도입> 서점에서 '나의 생명을 물려 다오'라는 책을 보게 된다. 그것을 읽고 감동을 받은 게 많아,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학적 표현을 살리기 위해 본문을 그대로 옮기는 쪽으로 주력했음을 일러둔다. 책은 그의 고향 마을의 전경을 이야기하는 데부터 시작되었다.
주인공 봉수가 사는 마을 한복판에는 우물이 있고, 이 우물 앞뒤에는 늙은 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늙은 회나무에는 까치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데, 이 마을에는 '아침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속신도 전해 온다.
봉수가 군에 가기 1년전부터 봉수 어머니는 까치가 울 때마다 기침을 해대는 병이 들었다. 봉수 어머니는 까무러치다시피 기침을 하다가 끝내는 "아이구 봉수야 날 죽여다오"하고 부르짖었다. 봉수는 어머니의 고통이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했으나, 때로는 어머니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군에 갔던 봉수가 명예 제대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봉수가 배속된 곳은 전투사단의 수색중대였는데, 수색 나갔던 부대원이 전멸할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두세 명이 살아서 돌아올 때도 있었다. 전투가 격렬해지자 봉수가 배속되었던 수색중대는 경험자가 부족해서 교대도 잘 되지 않았다. 교대가 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 생각한 봉수는, 애인 정순이를 두고 죽을 수 없는 목숨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식지와 장지를 잘라 버리고 불명예 제대를 했다. 오로지 정순이에 대한 그리움 하나 때문에 '마련된 죽음'에서 탈출한 것이다.
봉수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정순이는 같은 마을에 사는 상호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상호는 봉수가 죽었다는 전사통지서를 위조해 가면서까지 정순이를 아내로 맞이했던 것이다.
봉수는 동생 옥란과 상호의 친척에게서 정순이가 상호에게 시집가게 된 자초지종을 들었다. 봉수는 상호를 만날 결심을 했다. 봉수는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난 어느날 주막에서 상호를 만났다. 상호는 봉수를 만나자 엉뚱한 소리를 늘어 놓았다. 봉수는 상호에게 정순이를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점잖게 부탁한다.
정순이의 친정에서 봉수는 정순이를 만났다. 상호의 동생 영숙이도 같이 있었다. 봉수는 자신의 목숨이 '정순이와 같이 있기 위해서 얻어진 목숨'이라며 함께 도망가자고 제의했다. 정순이도 이를 허락했다.
며칠 뒤, 정순이에게서 도망갈 계획이 탄로났다는 쪽지가 전해졌다. 허탈해진 봉수는 집 뒤의 보리밭 사이를 실신한 사람처럼 걸었다. 멈춰서려는 순간 영숙이가 불렀다. 봉수는 영숙이를 끌어안고 보리밭 속으로 들어가 능욕을 했다. 영숙이는 반항을 하지 않았다.
이 때, 저녁 까치가 울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봉수는 영숙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인물의 성격]
나(봉수) → 줄곧 우등생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장학생으로 대학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다. 약혼한 정순이를 두고 죽을 수 없어서 오른손 장지와 식지를 분질러 명예제대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정순이의 배신과 어머니의 절규 그리고 자신의 반역적 행위로 심적 갈등을 겪다가 연적의 누이동생인 영숙을 겁탈하고 목을 졸라 죽이는 동적 인물임.
정순 → 참되고 총명하고 다정하고 신의가 있는 여인이나, 강철같이 굳센 여자는 아니다. 봉수 어머니의 기침병, 봉수의 전사소식, 상호의 꼬임으로 상호와 결혼한다. 전통적 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인으로 정적인물임.
상호 → 가정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공부가 싫어서 고등학교를 간신히 마치고 면서기가 된 봉수의 친구이다.
옥란 → 장생원 댁에서 며느리를 삼고자 했으나 누구 하나 돌볼 사람이 없는 어머니를 혼자 두고 시집을 가지 못하는 봉수의 여동생이다. 오빠를 이해시키고 현실을 순응하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영숙 → 상호의 여동생으로 봉수를 사모함. 오빠의 죄의식을 느끼고 봉수를 동정, 고통을 위로하다 몸을 허락하여 자기를 희생하나 봉수의 발작으로 목숨을 잃음.(즉, 봉수 어머니가 가장 모진 기침을 터트릴 때 울던 그 까치소리가 들리자 봉수는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며 영숙을 죽인다)
어머니 → 기침병에 시달리는 여인으로 고통을 못 이겨 절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을 위하여 죽기를 갈망하는 여인. 절망 속에서 죽음을 재촉하는 여인.
[이해와 감상]
◈ <까치소리>는 속신(俗信)이나 전설 등을 원형으로 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아침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속신은 이 작품의 구조와 일치한다. 봉수가 '마련된 죽음'의 전쟁터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사랑하는 애인 정순이를 찾아오는 부분이 아침 까치의 울음에 해당한다면, 봉수가 전쟁터에서 돌아와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가지 절망적인 상황과 상호의 동생 영숙이를 죽이게 되는 살인행위 부분은 저녁 까치의 울음과 연결된다.
◈ 흔히 우리의 민속 신앙에서 까치는 흉조와 길조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소재이다. 아침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나 의 돌아옴은 까치 소리 가운데 길조와 결부시킬 수 있고, 돌아온 고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살인까지 하게 되는 것은 흉조와 결부시킬 수 있다. 하여튼, 이 작품은 주인공이 제대 후 겪게 되는 모든 절망적인 사건들이 까치 소리에 의해 예견된 운명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까치 소리와 노모(老母)의 발작, 그리고 주인공 봉수의 살인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아무 관련이 없는 사건들이 현실 속에서 필연적 '운명'처럼 전개되도록 짜여져 있다.
◈ '까치 소리'는 한국 전쟁이라는 시대성을 작가의 독특한 운명관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저녁 까치 소리가 표상하는 운명적 비극과 전장(戰場)의 상황에 처한 병사의 심리가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전장은 죽음의 공포가 상존하는 곳이며, 병사는 그 공포감에 불가피하게 결박된 존재다. 주인공 '봉수'는 스스로 식지(食指)와 장지(長指)를 자르는 자해 행위를 통해 죽음이 지배하는 전장으로부터 벗어난다. 그가 전장을 벗어나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고향에 있는 애인 정순의 존재다. 따라서, 정순은 단순한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이며, 삶에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와서 발견한 것은 정순과 상호의 결혼이라는 배반의 현실이며, 기다림에 지쳐 버린 어머니의 기침 소리뿐이다. 여기에 이르러 죽음과 고통의 전장으로부터 벗어나려던 봉수의 시도는 무의미해지고 만다. 즉, 전선(戰線)을 도망쳐 나온 명분이 약화되고 자신의 삶은 소매치기의 추악한 '장물(臟物)'에 불과하다는 자책과 자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봉수는 어머니의 '죽여 달라'는 절규에 이끌리면서 살의와 공격성을 드러내게 된다. 저녁 까치가 우짖는 시간에 상호의 누이인 영숙을 능욕하고 살해하는 것이다.
◈ 전쟁이 가져다 준 참상을 기록한 수기의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의 소설로, 일반적인 유형의 액자 소설에서 크게 벗어난 특이한 유형의 소설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현대라는 것은 6.25전쟁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속 이야기는 아무리 현대라고 하여도 그 이야기의 세계가 현대적인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둔 액자이어서 주목이 된다. 도입 액자에서 서술자는 어느 살인자가 쓴 수기를 읽고 그 내용을 소개하려한다는 안내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속 이야기는 처음부터 설화성을 부여하고 있다. 설화는 현실주의적 문학 세계와는 다른 영역의 신비적 세계를 다룬다. 수기의 내용을 마치 아득한 옛 이야기처럼 꾸미기 위해 이런 액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수기의 첫머리에 묘사된 마을의 정경과 어울리면서 한층 신비성을 발하게 된다. 김동리는 역시 신화적 상상력이 바탕한 작품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 배경 : 6.25전쟁 무렵, 시골 어느 마을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주제 ⇒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비극적 삶
인간의 삶에 내재(內在)하는 운명의 힘과 그로 인한 절망과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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