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키스 ....작시: 관허 경훈
돌이여
돌이시여
아무데나 퍼지도록 앉아 계시는
돌 돌 돌이시여
만년토록 다물었던 순결로써만
통하는 부드러운 입술을
오늘 방랑자로 하여금 키스합시다
내가 미친듯이 키스할때는
돌이여
그대 속심은 어떠하온지
하나로 일치하는 길목에 서서 합장합니다
고금을 묵살하는 돌이시여
유무정을 놓고 냉담도 아닌 윙크처럼
꾸준히 연민하시는 정리에 못 잊어
그대 앞에 나는 미칠 것만 같은 키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미친키스〉의 시풀이
시풀이 : 慧幢圓虛 큰스님
이곳 저곳에 흩어져 깔려 있는 돌맹이를 붙들고 미친 듯이 키스한다면 보는 사람들은 미친 키스라고 깔깔대며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진리를 발견한 도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한없이 깊고 고요한 마음자리에 흔들림 없이 앉아 있는 도인에게는 돌이 돌로 보이지 않는다. 바로 내 몸이며 나의 아내이며 나의 자식이며 나의 형제이며 나의 친구인 것이다. 왜냐하면 돌맹이나 내 몸이나 한치의 차이도 없는 똑같은 진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왼쪽다리나 오른쪽 다리가 둘 다 내 몸이듯이 길바닥에 누어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는 돌맹이나 조상님들 묘 앞에 서 있는 비석이나 둘 다 내 한몸임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 돌맹이 뿐이 랴? 기어가는 벌레도 미운 원수도 모두가 소중한 내몸이며 다 같은 진리의 친구이며 형제인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한 도인들은 천지만물이 미칠듯이 반가워지는 것이다. 돌이여! 풀이여! 흙이여!아무데나 널려 있는 돌이여! 풀이여! 흙이시여! 당신들은 억만년동안 순수함을 지켜온 진리의 화신들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어두운 세상에 떠돌며 살다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반갑습니다. 우리와 함께 키스합시다. 내가 미친듯이 키스할 때 당신들 속마음은 어떠합니까? 당신들도 아시지요? 우리 모두 가 하나라는 진리를.....
저도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진리 앞에 두손 모읍니다. 진리의 몸인 돌이여! 이 세상 모든것들이여! 진리에 옛과 지금(古今)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생물이나 무생물(有無情) 우리 다 같이 그리워 연민하는 형제였어요. 연인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천지만물을 붙잡고 미친듯이 키스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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