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술 따라잡기

글쓰기 특강 (논술법의 오류)

맑은물56 2007. 6. 28. 16:42
 

 

논술법의 오류


논술법에서의 오류란 연역법이나 귀납법 등의 추론이나 그밖의 합리화 논술 과정에서 생기는 잘못을 말한다. 잘못된 근거 자료의 사용에서 생기는 오류도 있고 논리적 추론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성이나 논리적 비약 등으로 말미암은 오류가 있다. 이런 오류는 대개 논리적 사고 훈련의 부족이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다.


논술법에 오류가 생기면 잘못된 결론이 나타나고 결국 그 논술이 설득력을 잃고 만다. 누구나 그릇되고 거짓된 결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논술은 상대를 설득키기는커녕 자기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역효과를 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추론 과정에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수련을 쌓아야 한다.


오류가 생기지 않는 논술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자료의 사용이나 추론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오류에 대하여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언어적 표현이나 논술 과정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가 어떤 것인지를 사례 별로 알아 둠으로써 그런 잘못에 빠져 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연역법의 오류


연역법의 오류란 그 구성 명제나 추론 과정에 생기는 잘못을 말한다. 전제나 결론 명제가 참되지 못하거나 삼단 논법의 형식이나 내용이 그릇되어 거짓 결론이 나타나는 것이 연역법에서의 오류이이다. 이런 오류는 논리적 훈련이 모자라거나 진위를 잘못 판단하는 데서 생기기도 하고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서 발생하는 수도 있다.


연역법에서 흔히 나타나는 오류는 "재료의 오류"와 "형식의 오류"이다. 전자는 각 명제에 사용하는 언어의 개념이나 전제 또는 결론의 명제 내용 자체와 관련된 오류를 말한다. 추론에 쓰이는 개념이나 명제의 잘못에서 생기는 것이 이런 재료의 오류이다. 참이 아닌 개념이나 전제와 결론 명제를 쓰는 따위기 이런 재료의 오류에 속한다. 형식의 오류는 형식 논리학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인데 삼단 논법의 추론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성 또는 논리적 비약 등의 결함을 말한다.


다음 추론은 재료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오류가 드러나 있다.


(1) 삼각형은 이등변을 가진다.


이 자는 삼각형이다


그러므로 이 자는 이등변을 가진다. [잘못]


위의 추론이 잘못인 것은 대전제가 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각형은 반드시 2등변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추론은 각 명제는 참이나 삼단 논법의 추론 형식에 결합이 있어서 잘못된 것이다.


(2) 사람은 배워야 한다.


철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만수도 배워야 한다.


전제에 안 나타난 "만수"가 결론에 나타나 있으므로 추론 형식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이제 연역법에서 흔히 나타나나는 오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살펴 보기로 한다. 바른 논술법의 글을 쓰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오류는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오류를 미리 알아 두어서 피하도록 하는 것은 논리적인 훈련에 기초가 되는 것이므로 잘 새겨 두어야 한다.


⑴언어적 오류


이 오류는 모호성을 가진 낱말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모든 금속은 원소이다. 놋쇠는 금속이다. 그러므로 놋쇠는 원소다. [오류]


(2) 여자는 장수한다. 마음이 여린 이는 여자다. 그러므로 여자는 장수한다. [오류]


(3) 종교는 사람들이 믿고 실천하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막스-레닌주의를 믿고 실천한다. 그러므로 공산주의자들은 종교를 믿는다. [오류]


(1)에서는 "놋쇠"의 의미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생긴 오류이다. (2)는 "마음이 여린 이"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데서 오는 오류이다. 마음이 여린 이는 여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에서는 대전제에서 규정한 "종교"의 뜻이 잘못되어 빚어진 오류이다.


다음 보기도 말을 오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로 볼 수가 있다.


(4) 이 옷은 값이 싸다. 값이 싼 것은 쉽게 떨어진다. 그러므로 이 옷은 쉽게 떨어진다.


위 보기는 "싼 것"이라는 말의 말뜻 때문에 오류가 생기고 있다. 사람들은 "싼 것"은 "나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으므로 논리적인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⑵ 개념이 잘못 묶일 때 생기는 오류


두 개의 개념을 잘못 결합하였을 때에 생기는 오류이다. 곧 개념을 개별적으로 쓰일 때의 속성을 한데 합쳤을 때에도 적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잘못이다.


(5) 김 선생의 의견도 틀렸다. 민 선생의 의견도 틀렸다. 그러므로 선생들의 의견은 틀렸다. [오류]


(6) 3과 5는 기수이다. 8은 3과 5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8은 기수다. [오류]


위에서처럼 개별 사항에 적용되는 사실이라도 그들 전체에 적용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⑶ 개념을 잘못 나눌 때 생기는 오류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개념을 그 구성 성분으로 분해하여 적용하는 잘못이다. 원개넘에 적용되는 사실을 그것을 분석하여 얻은 각 성분에도 적용하는 데서 오는 잘못이다.


(7) 이 물체는 자동차이다. 자동차를 분해하면 엔진과 차체로 나뉜다. 그 러므로 엔진과 차체는 자동차이다. [잘못]


(8) 12는 짝수다. 12는 5와 7로 나뉜다. 그러므로 5와 7도 짝수다. [잘못]


전체에 적용되는 사실을 그 구성분에 적용함으로써 오류가 생긴 것이다.


⑷ 순환 논증에 따른 오류


순환 논증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논증하고 다시 결론을 바탕으로 전제를 논증하는 것이다.


(9) 이것은 위대한 그림이다. 왜냐하면 모든 훌륭한 미술 평론가가 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미술 평론가란 이런 위대한 그림을 평하는 이이다. [잘못]


(10) 그는 덕망이 높다. 그는 인격자이니까. 그가 인격자인 것은 덕망이 높기 때문이다. [잘못]


(9)에서는 결론에 나오는 "위대한 그림"이라는 말이 따로 입증되지 않고 순환되고 있다. (1)에서도 전제와 결론에 동일한 말이 반복되고 있으니 논술에 진전이 없다.


다음 보기에서도 핵심이 되는 말이 해결되지 않고 전제와 결론에 넘나들고 있다.


(11) 성서의 글은 모두 하느님의 말씀이다.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인 것은 성서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잘못]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고 전제와 결론에 돌려가면서 쓰고 있다. 이처럼 전제가 결론에 의지하고 또 결론이 전제에 의지하는 추론을 순환 논증에 따른 오류라 일컫는다. 이런 일은 흔히 발생하는 것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⑸ 우연에 의한 오류


일반적이거나 본질적인 일반 규칙을 우연한 예외의 경우에도 잘못 적용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1) 거짓말은 죄악이다. 의사는 환자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므로 의사는 죄악을 범했다. [오류]


(2) 동물은 본능대로 산다. 사람은 동물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본능대로 산다. [오류]


대전제에 나온 일반 명제를 우연한 예외적인 경우에 그대로 적용하여 오류를 생기게 한 것이다.


⑹ 역우연의 오류


우연적인 특수한 사실에서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3) 나는 음식을 먹고 병을 앓았다. 그러므로 음식은 해로운 것이다. [오류]


(4) 그 친구가 산에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그러므로 산은 갈 데가 못 된다. [오류]


(5) 그가 운동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그러므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오류]


우연한 일로 생긴 일을 가지고 일반화를 시도하여 생기는 오류이다.


⑺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


어떤 학설이나 의견을 반박할 경우에 그 내용의 잘못이나 논리적 모순 따위를 지적하지 않고 그것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유를 들어 문제의 핵심을 흐리게 만드는 오류이다.


(1) 그 학설은 보나마나 틀린 것이다. 그 학설을 말한 사람은 이름도 안 알려져 있지 않아. [오류]


(2) 그 사람이 그 의견을 내 놓은 것은 딴 목적이 있었을 거야. 그러니 그것은 보나마나지. [오류]


(3) 그 사람의 말은 사실이 아닐꺼야. 그가 가끔 거짓말을 하는 일이 있거든.. [오류]


이상과 같은 서술은 흔히 들어 볼 수 있는데 모두 논점을 달리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추론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것은 논리적 훈련이 없거나 사물을 본질적으로 바로 보려는 태도를 못 가지는 사람들이 흔히 범한다.


⑻ 인신 개입의 오류


사실이나 논지에서의 문제에 그 당사자의 신상 문제나 인격 문제를 끌어들이는 데서 생기는 오류다. 가령, 상대방의 주장을 논박할 경우에 그 주장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발설의 동기나 발설자의 인격, 지위, 종교, 사생활, 사고 방식 따위를 관련시켜 말할 때 범하는 오류이다.


(1) 그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그의 종교관이나 사생활에서 비롯되었다. [오류]


(2) 그 여자가 자기 가정 일이나 잘 처리할 것이지, 사회 문제에 대하여 발설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오류]


(3) 아직 나이도 어린데 무엇을 안다고 진리 운운하는거야. [오류]


한편으로, 자기의 주장이나 남의 주장을 변호하는 데 논자의 지위, 경력, 학력 따위를 내세우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오류를 범한다.


(4) 내가 주장하는 바는 나의 오랜 경험과 지위가 뒷받침한다. [오류]


(5) 그건 권위자가 말하였으니 틀림 없지. [오류]


(6) 경험자도 모르는데 겪어 보지도 않은 사람이 알 리가 있어. [오류]


(7) 자네는 전에도 그런 오류를 범하였으니 믿기 어려워. [오류]


따위가 그것이다. 이것은 논점을 흐리게 만드는 논술이다.


⑼ 지나친 권위에 의지하는 오류


권위있는 이의 말이나 언명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의지하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권위에 의한 입증"과 관련되나, 아무리 권위있는 사람의 소견이라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면 오류에 떨어지기 쉽다.


(1) 그것은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 일찍이 공자나 석가가 말한 일이니까. [오류]


(2) 성경에도 그렇게 쓰여 있는데 무얼 그래. [오류]


(3) 말이 많으면 안 된다. 속담에도 말 많은 집의 간장은 쓰다고 했다. [오류]


(4) 그것은 외국의 권위자들이 다 주장하는 것이니 섣불리 의심하지 말라. [오류]


(5) 우리가 음력으로 설을 쇠는 것은 오랜 전통에 입각한 것이니 논란의 여지가 없소 [오류]


⑽ 위력에 의지하는 오류


이성적으로 상대방을 설복하려 하지 않고 힘을 과시하거나 협박하는 따위 방식으로 주장을 펴는 데서 오는 오류이다.


(1) 우리의 의견에 찬동하지 않으려거든 이곳을 떠나시오.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민주국가에서는 설 자리가 없는 법이니까요.


(2) 이 길은 삶의 길이니 딴 길로 가는 것은 멸망이 있을 뿐이다.


(3) 칼이 아니면 코란을 드시오.


이것은 반이성적이고 부조리한 논술 태도로서 지나친 권위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다.


⑾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조리있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여 자기의 주장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선동적인 정치가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이다. 곧 대중의 잘못된 편견이나 여론 등에 호소하여 논점을 벗어나는 것이다.


(1) 여러분! 내가 이것을 주장한다고 해서 내 개인에 이익이 되는 것은 조금도 아닙니다. 다만 저 불쌍한 동포들,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데 근본 취지가 있습니다. [오류]


(2) 이것이 그의 피로 물들인 옷이다. 이 예리한 칼 자국을 보라. 우리에게는 그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규명하고야 말 것이다. 여러분 일어 섭시다. [오류]


따위로 주장 내용의 타당성보다는 그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선동하거나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런 선동적 호소는 감성에 치우치기 쉽고 냉철한 이성에 따른 논술이 못되는 것이다..


2) 귀납법에서의 오류


귀납법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 귀납 추리에서는 충분한 관찰이나 실험 등 경험적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들에서 보이는 공통적 사실이나 일반적 특성을 집약하여햐야 한다. 그러한 면밀한 관찰이나 파악에 결함이 생길 때에는 오류가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여러 특수 사실을 충분히 수집하여 고찰함이 없이 한정된 자료만으로 성급하게 일반화를 시도하는 데서 오는 논리적 비약이 문제이다. 여기에서는 이런 귀납법에서 나타나기 쉬운 오류를 간추려 보기로 한다.


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한정된 특수 사실만을 바탕으로 성급하게 전칭 명제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따위는 논리적 비약의 오류를 낳는다.


(1) 주위 사람들이 다 반대한다. 그라니 이것은 온 국민이 반대한다고 보아야 한다. [성급한 일반화]


(2) 저 미국 젊은이는 할아버지한테 가서 담배불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 할아버지가 마지 못해서 담배불을 빌려 주고 나서 "미국 젊은이들은 쌍놈이군."


(3) 최근의 여론 조사에서 남북 교류를 민간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76%이었다. 그러니 온 국민이 그것을 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1)에서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온국민의 반대로 여긴다고 한 것이 잘못이다. (2)에서는 미국인 한 사람에 대한 경험으로 전체 미국 젊은이들로 확대하여 결론을 내린 점이 문제다. (3)에서는 여론 조사 결과 76%의 찬성을 전체 국민의찬성으로 확대하여 결론을 내린 점이 문제다. 본디 여론 조사는 아무리 비율이 높더라도 전체 국민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그 조사는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일부 표본 집단을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론 조사 결과는 그럴 경향이 있다는 추정을 하는 실마리 정도로밖에는 활용할 수가 없다.


⑵ 단순 열거의 오류


일부 사례들을 열거하고 나서 전체가 그렇다고 일반화하는 오류이다.


(1) 새해가 되면 우리 나라에서는 어른에 대한 세배, 연하장 보내기, 덕담, 불우한 사람들 찾아보기 등과 함께 새해 인사 나누기, 아는 이나 온 국민이 부산하다. 이로 보아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모두 예의가 바르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2) 차는 많고 길은 좁다. 큰 다리가 붕괴되고, 다리 안전 점검으로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시내에는 시간대 차이가 없이 주차장처럼 차가 늘어서 있다. 전에 30불 걸리던 거리가 1시간반이아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줄곧 늘어서 있는 차에서 내뿜는 공해로 시내 공기는 탁할 대로 탁해져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서울이야말로 교통 지옥이다"라고 말에 이의를 달 수 없게 만든다...


(1)에서는 새해 인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례를 열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온국민이 예의가 바르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그런 새해 인사 나누기만 가지고 예의 바른 국민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하다. 그밖의 다른 때에 벌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새해 한 때만을 바탕으로 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2)에서도 그러한 오류가 보인다. 심한 교통난을 강조하려고 과장 표현하는 효과는 있지만 그것이 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⑶ 유추의 오류


유추란 하나의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그와 유사한 딴 특수 사실을 추정하는 예비적 추론 방식이다. 그런 유추 결과를 가지고 일반적인 명제를 도출하는 일은 크게 잘못될 수가 있다.


(1)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했으니, 그 아버지를 볼 때 그 아들도 틀림이 없다.


(2) 옛부터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했으니 그 사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3) 이 약의 효과는 쥐에서 증명되었으니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 아들과 아버지의 유추 관계로 아들의 경우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추론이다. 아들은 아버지와는 다른 점이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2)에서는 옛부터 전해 오는 어구를 맹신하고 유추의 결과를 일반화하고 있다. 인격이나 성격이 다른 사람끼리도 사귀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저버린 오류이다. (3) 그 약의 효과가 쥐에서 증명되었다 하다라도 사람의 경우에 유추하여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보아 큰 오류다. 쥐와 사람은 비슷한 점이 있다고는 하나 다른 점도 많기 때문이다.


⑷ 인과 관계의 잘못 적용으로 말미암은 오류


확고한 근거 없이 한 사실을 다른 사실의 원인으로 여기는 데서 나오는 오류이다. 시간의 앞뒤 관계만을 보고 전자가 원인이고 후자가 결과라고 속단하는 경우 따위이다. 이를테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의 속담에서 앞것이 뒷것의 원인이라고 한다든지, 또는 "오늘 일이 실패한 것은 아침에 뱀을 보았기 때문이다"와 같이 근거 없는 미신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이다. 한편으로,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 한두어 가지만을 내세우고 그것이 진짜 원인이라고 하는 경우도 이 오류에 속한다. 가령, 어떤 사람이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며칠 뒤에 죽었다고 할 경우에 그 약을 먹은 사실만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따위이다. 죽음에는 딴 원인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므로 확증 없이 속단하는 것은 오류가 될 수 있다.


(1) 가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다. 그러니 배가 떨어진 것은 가마귀가 날았기 때문이다..


(2) 그 약국의 약을 사 먹고 배탈이 났으니 손해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3)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있다" 하였으니 신체가 건강해야만 정신이 건전하다.


(4) 그 집의 아이들이 똑똑한 것은 부모들이 똑똑하기 때문이다.


(5) 그 회사의 사업이 잘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운이 따르기 때문이다.


(6) 말은 만사의 화근이이니 말을 않는 것이 상책이다.


(7) 그들이 슬픈 것은 자꾸 울기 때문이다.


(8) 그들은 공부를 잘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9) 제사나 생일은 음력으로 지내야 복을 받는다.


(1)이나 (2)는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인과관계로 단정해서는 안된다. (3)은 흔히 쓰는 말이기는 하나 건전한 육체를 가진 이가 건전한 정신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건전한 육체를 가진 체육 선수만이 건전한 정신을 가진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건강한 육체는 건전한 정신의 한 조건을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원인은 아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한 조건과 원인을 혼동하는 잘못이 있다. (4)가 잘못인 것은 부모가 똑똑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똑똑한 경우도 많으므로 인과 관계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 (5) "운"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보아서 원인을 삼는 것은 절대로 잘못이다. 운명에 맡기는 것은 인간의 노력을 포기하는 결과를 빚어서 사회 발전을 망치는 것이다. 어떤 이의 사업이 잘 될 경우에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는 것까지는 모르나 운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 지식인으로서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6)도 옛부터 내려오는 속담을 진리로 여기는 데서 오는 잘못이다. "말만 잘하면 천 냥 빚도 갚는다, "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다"와 같이 그것과 모순되는 속담도 있으니 한 가지 속담만 그대로 믿는 것은 큰 잘못이다. 특히 옛말이나, 속담을 과신하는 것은 과학적인 사고 방식이 못되는 일이 많으니 논리적 사고에서 명심해야 할 일이다. (7)과 (8)은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받아들이는 잘못이다. 이런 잘못은 무심코 저지르는 수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9)도 전혀 근거가 없는 미신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무조건 음력을 숭상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미신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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