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2014 / 고운기 교수와 함께하는 삼국유사 문학기행

맑은물56 2014. 8. 18. 16:30

일시 : 2014. 10.11-12(토,일)

장소 : 경북, 대구 일대

테마 : 한양대 고운기 교수와 함께하는 삼국유사 문학기행

관련 저서 :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 (현암사)

               우리가 알아야 할 삼국유사(보급판, 현암사) <--- 오리지날은 700쪽짜리가 있음

교수 소개 : 한양대 안산캠퍼스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국내 최고의 삼국유사 전문가, 신춘문예 출신 시인

기타 사항 :  * 아래는 그분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임. (내가 대학 시절에 감동깊게 읽었던)

               * 모집은 7월경에 공문 시행하고 선착순으로 하겠습니다. 버스 3대

               * 타 교과에서도 우리 문학기행에 관심이 많아 20% 정도 자리를 할애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약 : 왼쪽 아래 메뉴에 보면 예약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예약자는 참여 우선권이 있습니다.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고운기

 
1
먼 바다 쪽에서 기러기가 날아오고
열 몇 마리씩 떼를 지어 산마을로 들어가는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사립문 밖에 나와 산과 구름이 겹한
새 날아가는 쪽 하늘 바라보다
밀물 드는 모랫벌 우리가 열심히 쌓아두었던
담과 집과 알 수 없는 나라 모양의
탑쪼가리 같은 것들을 바라보면
낮의 햇볕 아래 대역사를 벌이던 조무래기들
다 즈이 집들 찾아들어가 매운 솔가지 불을 피우고
밥 짓고 국 나르고 밤이 오면 잠들어야 하는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분주히 하루를 정리하고들 있었다
그러면 물은 먼 바다에서 출발하여
이 마을의 집 앞까지 밀려와 모래담과
집과 알 수 없는 나라 모양의
탑쪼가리 같은 것부터 잠재웠다
열심히 쌓던 모든 것을 놓아두고
각자의 집으로 찾아들어간 조무래기들의 무심함만큼이나
물은 사납거나 거세지 않게
천천히 고스란히 잠재우고 있었다
먼 바다 쪽에서 기러기가 날아와
산마을 어디로 사라지는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2
이 도시에 밀물처럼 몰려오는 어둠
먼 시가지가 보이는 언덕길 버스 종점에 내려
돌아올 버스 토큰 하나 남았던 허전함처럼
모두 쓰고 버리고 힘들여 쌓아놓고 오는 밤
불을 키우고 어둠을 밝혀
한낮의 분주함도 이으려지만
먼 옛마을에 찾아와 호롱불 몇 개로 정체로 밝히던 어둠이여
오늘 인공의 빛을 찾아오는 밀물이여
이미 어린아이 적처럼
만들었던 것들과 무심히 결별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깊은 잠을 주고 또 평평히
세상의 물상들 내려앉히는
대지의 호흡이여
 
어느 땐가 밤이 깊어져
물은 떠나온 제 땅으로 돌아가고
백지처럼 정돈된 모랫벌에 아침이 오면
이루었으나 아무것 이룬 것 없는 흔적 위에
조무래기들 다시 모여들었더니
물이 들어왔다 나간 이 도시의 고요함을 딛고
내가 간다
살아왔던 일일랑 잊을 만하고
새 벌판은 끝이 없어
또 쌓아야 모습은 못날 뿐이지만
일이 끝나 날이 저물면
가슴에 벅차도록 몰려오는 밀물은
산이 되고 밭이 되고
집과 자동차와 친구가 되고
정승이 되고 나라가 되고
희망도
사랑도 되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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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고운기 씨의 '밀물 드는 가을 무렵'을 당선작으로 하는 데 두 선자는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이 시는 독자가 공감할 만한 개인적 체험의 차원을 떠나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 시대의 갈등, 또 영원한 삶의 갈등을 &#50738;고 있다. 한시대의 비극 속에 놓인 시인의 정서를 단순하고 담담한 말들로 포착하였다. 평범한 진술인 듯싶으면서도 어떤 중심을 향해 정신적 집중이 향해지고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고운기 씨가 이 시와 더불어 제출한 다른 시들도 그의 서정적이면서 또 서사적인 재능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가 꼭 만족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시의 진술 내용이 조금 더 분명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단순히 이시의 전체적인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시에서 진술의 모호성은 시적 사고의 불철저한 기율에 관계된다. 기러기가 산마을로 들어가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지금의 환상이 흐르는 물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겹치는 것은 신선한 리얼리즘을 느끼게 하는 듯하나, 구체적으로 작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좀더 숨겨진 의미가 종내 나타나지 않고 마는 것은 하나의 안타까움이다.하지만 1보다 2에서 소박한 감성의 테두리를 벗어나 육감적이면서 침묵에 싸인 말들로 오늘의 성격과 심성을 나름대로 드러내고 있음은 기대해 볼만한 소양이라 느낀다. "인공의 빛을 피해 찾아오는 밀물" 혹은 "내가 간다/ 살아왔던 일일랑 잊을 만하고" 같은 시행은 당동한 표현인 듯하나 의외로 친화력이 있어 보인다. 다만 결함을 들자면, 시가 자칫 길어진다는 기교적인 문제 외에 격렬한 상황에 대한 안이한 처리가 엿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심사위원 / 김규동. 김우창

 
출처 : NTTP경기도중등국어과교육연구회
글쓴이 : 간사_현종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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