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스크랩] 봄의 동산에서 -관악산 자연학습장을 답사하고

맑은물56 2014. 1. 5. 16:38

안양고 최희영선생님

 

정말 3, 4월은 우리 학교에서는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시기인 것 같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 것인지, 하늘과 땅이 존재하는 것인지 의식하지 못한 채 하루 하루가 주어진 과제를 쫓느라 정신 없이 가버리고 있다. 선생님들이 주름살이 느는 시기도 바로 이 때가 아닐까?

나도 연구부장이라는 보직을 맡으면서 숨돌릴 겨를 없이 업무에만 허덕이다가 하늘을 바라본 지가 언제인지도 잊었었다. 한 달만에 나를 만난 이가 왜 갑자기 폭삭 늙어버렸느냐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일에 지친다는 말이 맞나 보다. 아무래도 조금의 여유라도 갖고 살아야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몹시 힘이 들었나 보다. 그래도 나름대로 스트래스 받지 않고 즐겁게 한다고 마음먹고 일했건만,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거기다 살까지 토실토실 붙어버리고.....

그래도 수리산 자연학교 교사모임 답사는 빠질 수 없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참석해야지 맘먹고 일요일을 기다렸다. 덕분에 봄도 느끼고, 피로도 풀고 일거 양득(一擧兩得)을 노렸다.

드디어 사월 십사일 음력으로 삼월을 맞는 둘째 날, 꽃피는 춘삼월을 만끽해야지. 날씨까지 도와주었다. 걱정하던 비도, 황사도 없는 쾌청한 봄날, 다만 바람이 많은 날이었다.

관악산 자연학습장을 향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그런데도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우리의 지도 강사이신 이금순 대표님은 미리 와 기다리고 계셨다. 최인화 총무님과 함께. 역시 부지런한 분들이다. 언제나 생동감이 넘치는 삶의 모습을 그 분들을 통해 보고 느낀다. 주변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갖게 하는 힘을 지닌 분들이다. 이 기행에는 꼭 나오시리라던 이종훈 선생님을 기다리기 위해 왔다 갔다 하다가 소식이 없어 할 수 없이 10시부터 답사를 시작했다. 어른 12명 아이 13명의 적절한 인원이었다. 예상 참석인원은 40명 정도였는데 오늘은 뜻밖에 불참하신 분들이 많았다. 그동안 1, 2, 3월 기행에는 40명 정도 인원은 참여했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자연을 공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너무나 좋은 상황이었다. 오랜만에 한광고의 유승준 선생님도 참석해 주시고, 멀리 서울에서 서초고등학교, 성동여실고 선생님도 와 주시고..... 열심히 듣고 살피며 기록하는 우리의 모습에 일요일을 맞아 등산하는 많은 등산객들의 시선이 와 머물다 지난다.

숲에 대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이대표님의 강의에 빠져 들어갔다. 최총무님은 아이들 교육에 여념이 없으시고. 숲과 곤충과 새의 먹이 사슬에 따른 공존하는 생명의 세계를 배워나갔다. 지구의 온난화의 문제점은 빙하가 녹는데 따른 지구 위기라는 먼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 이 시간 먹이사슬의 파괴현상에서 이미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바야흐로 갖가지 모양과 색으로 싹을 틔우는 나무들 - 팥배나무, 떼죽나무, 벚나무, 참나무(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밤나무, 옷나무 -의 이야기를 듣고 살펴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찌 그리도 생명은 신비할까? 인간이나 자연이나 생명은 다 소중하고 신비의 세계로 싸여있다. 단엽이나 복엽의 새롭게 태어나는 잎들이 모양과 빛은 달라도 너무나 귀엽다. 어린것들에서 느끼는 마음은 다 같은 것인가 보다. 세 번째 가는 같은 답사코스이지만 봄, 여름, 가을이 다 각기 다른 모습들이다. 얼마나 경이로운가! 선조 임금의 피난길에 이름을 부여받은 , 표피가 단단하고 인가가 가까운 곳에 사는 나무, 위기가 닥칠 때 열매를 더욱 많이 달아서 인간들에게 좋은 먹이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나무 상수리. 구수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밤나무에 기생하는 밤나무왕짓딧물을 루뻬로 관찰해보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통통하게 생긴 것이 이리 움직이며 개미와 공생하고 있었다.

제비꽃(오랑캐꽃, 장수꽃)은 갖가지 많은 이름을 갖고 있는 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봄철 된장국에 꽃잎을 띄워 먹으면 입맛도 돋우고 운치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정 후의 씨앗도 연상할 수 있다는 것, 애기똥풀도 그렇고. 꽃다지는 나물도 먹고 숙취에 좋다 한다. 꽃이름도 예쁘고 꽃도 예쁘다. 로제트(방석) 식물은 뿌리로 겨울을 나고, 나무는 눈으로 겨울을 나고, 씨앗으로 겨울을 나는 식물들이 있다. 돋나물(돌나물)이나 기린초와 같은 CMS식물들은 (수분이 많아 통통한 잎을 가짐) 밤에나 기공을 연다고 한다. 낮에 기공을 열면 수분이 달아날까 두려워.

인동초에 얽힌, 여우 잡으려다 인동초 덩굴에 걸려 넘어져 괘씸해서 가져다 삶아먹었더니 이것이 이뇨작용을 돕는 덕분에 자신의 병이 없어졌는데, 그 다음에는 댕댕이 덩굴에 넘어져 이걸 또 삶아 놓았더니 아버지가 저만 먹는다고 훌떡 드셨다나? 그랬더니 아버지의 관절염이 낳았다는 효자이야기가 재밌다.

민들레는 배울 때마다 우리 민족의 설움을 느끼게 해 가슴 아프다. 들어온 것들에 밀려 점점 깊은 산 속으로 숨어버리는 우리의 것들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참나무 숲 끝쯤에서 발견한 우리 민들레가 소중하여 우리는 보고 또 보고 오래 오래 잘 살아서 번창하길 기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민들레 홀씨 되어 훠얼 훨 …….’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민들레는 우리에게 자연의 질서와 사랑과 품위를 가르쳐 주는 식물이기도 하다. 수정이 되면 꽃수술이 Y자에서 점차 도르르 말려지면서 꽃줄기는 점차 땅 쪽을 향해 몸을 숙인다. 다른 꽃들의 수정을 위해 많은 햇살을 받을 수 있도록 양보하다가, 하얗게 홀씨를 만들면서 다시 몸을 고추 세우고 최대한 멀리까지 홀씨가 날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감탄스럽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면 민들레는 하루 하루의 모습이 다르고 햇빛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변화 모습을 관찰하고 배우게 하는 공부로는 매우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 민들레 달력도 만들게 하고.

자연학습장에 다다르며 한약재로 쓰이는 맥문동, 새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한 현호색(캐어보니 뿌리가 알로 되어 있었다. 내년에 다시 꽃을 피우기를 바라며 알뿌리만 다시 제자리에 심어 줌), 그 향기로 벌레를 막아 자신을 보호하는 진짜 취 참취가 돋아나는 것을 관찰하기도 하며 어치(산까치)의 큰 울음소리를 들었다. 저 쪽 숲으로 후루룩하고 날아간다. 이 자연학습장의 장점은 마을의 어른들이 지켜주고 계시다는 점, 농약을 잘 치지 않지만 미나리를 심어 놓은 작은 연못이 있어 모든 농약성분을 제거해 주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우리 안양고 그린 스카웃을 데리고 왔을 때 이 작은 연못 주변에 심어져 있던 벼를 보고 처음 보았다는 사람도 있어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마가목과 모감주 나무도 보고 꿩의 다리, 박새, 섬초롱, 금낭화, 주목나무, 배롱나무, 둑새풀, 양지꽃, 꼬리뱅이, 북새덩굴, 고마리, 솔방제비꽃, 남산제비꽃, 노린재나무, 꼭두서니, 점나도나물, 벼룩이자리, 꽃마리, 할미꽃 갖가지 꽃과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연학습장 중앙에 봄의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복숭아 꽃그늘에 앉아 저 멀리 바라보이는 봄단풍이 곱게 물든 앞산의 모습에 취하고 아름다운 마음과 말들에 취해서 서투른 솜씨로 이백을 흉내내며 시 한 수를 지어 본다.

 

도화삼매정에 앉아서

복숭아 꽃 그늘에 앉아

아름다운 이야기로 피워내는 꽃잎을

가슴에 담는다.

향기로운 마음들은 허공에 흩날리고

참 나리 참 취 이야기 들으며

참 된 삶을 배운다.

당나라와 싸운 안시성의 양만춘 장군

그 승리의 역할은 바로

나리(백합꽃 뿌리), 강아지풀이었다는 것,

자연을 아는 지혜였다는 것을.

 

그래서 예부터 식물을 모르면 눈먼 며느리, 갖다 주는 것만 해먹을 줄 아는 며느리는 애꾸는 며느리, 새로운 것을 알고 찾아 먹는 며느리가 제대로 된 며느리라고 했다던가. 숲 속의 꽃들이 이른봄에 꽃을 피우는 이유는 나뭇잎이 나오기 전에 햇빛을 받아 수분을 온전히 마치려는 것이라 한다. 자연의 이치는 오묘하다. 모두 생명을 지키고 키우고 번식하며 존재를 위한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산을 내려오다가 오를 때 못 보았던 길가에 웃음을 방긋 머금은 예쁜 봄맞이꽃을 보고 환희에 젖고,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조팝나무 꽃향기에 싸여 마음은 온통 허공을 향해 나르고 있었다.

아,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봄맞이꽃이여!!!

출처 : cafe.daum.net/dotori9
글쓴이 : 봄구슬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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