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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주련선생님이 낭독한 김봉묵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 송별사

맑은물56 2012. 7. 4. 18:01

 

이주련선생님이 낭독한 김봉묵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 송별사

 

 

 

천곡초등학교 교사 이죽련

 

(대화형식 : 외워서하기)

제가 교장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2006년 3월을 떠올려 봅니다. 낯설었던 천곡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해 오던 날 따뜻한 차 한 잔 건네시며 “같은 학교 후배를 보니 힘이 절로 난다” 하셨습니다. 얼른 시집가야 할텐데 걱정의 말씀두요~^^

“교장선생님~”

“임혜란선생님의 차번호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우리 막내 남슬기선생님께선 고향이 어디신지 아시는지요?”

감사합니다.

김봉묵 교장선생님께서는 인연의 깊이와 만남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십니다. 경력과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만나는 사람 하나 하나의 삶의 발자취까지 들여다 보시고, 기억하시고, 도움이 필요할 땐 따뜻하게 챙겨주시는 분이십니다. 물론 지각할 때는 차번호판을 좀 가리고 올 걸 그랬나~ 후회하게 만드시기도 하지만요.ㅎㅎ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곧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부분까지도 기억하시는 그 마음을 저는 3년동안 받기만 하였네요. 여기 그 따스한 마음을 40년동안 받아오신 여러 분들을 대신하여 김봉묵 교장 선생님께 오늘 그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 낭독하기 ]

유난히도 비가 잦았던 올 여름, 아마도 오늘 우리들 마음 속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었나 봅니다. 어제와 오늘은 스물 네 시간이 흘렀다는 차이 밖에 없는데, 그 흐름의 의미가 이렇게 큰 줄은 미쳐 몰랐습니다. 그 하루 하루를 오직 초등교육에 헌신하시면서 40년을 봉직하신 교육자 한 분, 김봉묵 교장선생님께서 교단을 떠나시는 날이기에 섭섭함에 가슴이 미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심 어린 존경과 축하의 갈채를 보냅니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듯이 항상 인생의 최고의 가치는 가르치는 일이며,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제자를 길러내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교직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을 유달리 강조하셨기에 이 자리가 더욱 뜻깊은 자리로 기억될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깊이 새겨질 가르침은 아마도 ‘팀워크’과 ‘준비’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 교과연구회 주최 배구대회에서 우승하셨을 때에도 오늘의 기쁨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몇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선수들이 대회에 매진할 수 있도록 빈자리까지 채워주신 선생님들 덕분이라며 공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더불어 항상 준비하는 교사가 되라 말씀하셨습니다. 매년 방학때가 되면 어김없이 교사들의 자기연찬을 강조하셨습니다. 갈고 닦은 마음과 기술은 반드시 중하게 쓰일 데가 있으니 항상 준비하라. 준비된 교사만이 교육을 이끌어 갈 수 있다며 노력하는 교사가 되라고 후배들을 독려하셨습니다

어제 뒤쪽에 전시되어 있는 교장선생님의 교무일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1970년 제자들의 사진으로 시작된 일기의 첫 장은 흐트러짐없는 글씨체로 40년 동안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맹세는 그 순간부터!!’

첫 장의 다짐처럼 한 장 한 장 그 날의 반성과 삶의 고민과 다음 날의 계획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일지에는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시간을 많이 갖는 사람이다.’‘ 시간은 실천해야 절약하는 것이다.’‘ 아침을 잃으면 하루를 잃는다.’라는 글귀로 가득했습니다. 항상 제일 먼저 학교 문을 여시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40여년 전부터 시작되신 듯 하였습니다.

이렇듯 학급과 학교경영에 열정적인 분이셨으며 더불어 학교밖에서도 언제나 유쾌하신 분이셨습니다. 1970년 11월의 일지를 잠시 넘겨보겠습니다.

‘교생들의 송별식 겸 작별의 회식을 가졌다. 기분좋게 재미있게 놀았다고 생각된다. 나도 한 몫 한 셈이겠지. 노는 자리에서도 나보다 잘 노는 사람은 없었다. 하고재비 봉묵이는 노는 데서도 TOP을 달려야 할 것이다. 전축판을 보충해서 많이 배워야지.’

전축판까지 보충해서 익히신 솜씨로 교장선생님께서는 언제나 회식자리에서 저희들을 리드하셨고,‘섬마을선생님’,‘시골영감’은 가수보다 더 맛깔나게 열창하시곤 하셨습니다.

언제나 유쾌하게 누구와도 진솔한 대화를 나누시고, 소탈한 성격으로 격의 없이 대해 주시면서 한가족으로서 동고동락하셨습니다. 작년에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먼길이었음에도 우리가 갈테니 걱정 말라시던 말씀이 아버지의 위로처럼 너무 따뜻하고 든든했던 기억이 납니다. 항상 힘든 일이 생기면 가족처럼 달려와 주시고, 손잡아 주셨던 교장선생님.

이처럼 훌륭한 교육가족의 어르신인 교장 선생님과 헤어지게 된다니 섭섭함이 그지 없습니다.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말씀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셨던 일도,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행동하신 모습도 이제는 과거 속의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이제는 그동안 못 다하신 일, 하고 싶으신 일을 찾아 고운 눈길로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넉넉한 풍경 한 폭을 그리시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흔들림없이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스승의 길을 걸어오신 김봉묵 교장선생님께 아침마다 천곡의 현관에서 저희들을 반겨주던 교단의 찬가로 송별인사를 가름할까 합니다.


보라 

나는 내 일생을 즐거이 던진 곳이 있다

거기는 내 교단 정든 제자들 모여노는 곳

오늘도 웃으며 노래하며 나는 내 길을 간다

황금보다 더 빛나는 고난의 훈장 번쩍인다

제 이의 창조자 가장 고귀한 이름을 띠고

저기 저 해와 달과 더불어 나는 내 길을 간다


한여름 뙤약볕의 뜨거운 열기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길을 걸어오신 김봉묵 교장선생님...감사합니다.

2009년 8월 24일

출처 : 가슴이 넓은 남자
글쓴이 : 일산(日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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