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지하철1호선에서 - 사랑

맑은물56 2012. 3. 9. 15:25

지하철1호선에서

- 사랑

                                                                

최희영 

 

 

앞자리에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녀가 어설프게 앉아 있다 

조금은 부끄러운듯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있는 여자와

비스듬히 앉아서 

오로지 그녀의 옆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묘한 웃음기를 머금은 남자는 

여자의 손을 마주잡고 만지작 만지작

그들은 어렵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지 난 그게 싫어

햇빛을 피하듯

슬그머니 눈을 감는다.

 

영등포에서 부리나케 내린 그들이 머물고 간 자리

남녀학생 한쌍이 먹다만 옥수수를 손에 들고 앉는다

단발머리 파마를 한 여자 아이는 초미니 초록스커트를 입고

까만책가방으로 무릎을 가리고 단정히 앉아

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옥수수를 오물오물 뜯어 먹기 시작한다

현대적 패션 감각의 뒷머리만 짧게 자른  남자아이가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충청도 사투리가 툭 튀어나온다

ㅋ ㅋ

 

난 재미가 있어  금강심에게

카카오톡으로 생중계 중

잠시후 조용하기에 고개 들어보니

남자아이는 한 쪽 다리로 여자애 다리를 가려준 채

팔짱을 끼고 고추 앉아 잠이 들어 있었고 

옆에서 가방위에 참고서를 펴 놓고 

공부에 여념없는 여자아이

나도모르게 피식 ㅎ 

온몸에

연두빛 웃음이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