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제 친구 선아의 등단 소식

맑은물56 2011. 11. 29. 20:08

선생님,

지난 주에 선아가 문학청춘으로 등단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김남조, 김종길, 이수익, 이건청, 문효치 이런 어른들과 제가 잘 모르는 쟁쟁한

시단의 거물급의 선배님들이 대학로 서울대 안에 있는 함춘회관의 대강당의 넓은 자리를 꽉 메우고 있었습니다.

물론 선아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 황학주라는 시인이 작품상을 수상하는 자리기도 하였거든요,

김남조 시인이 그 분에 대한 극찬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 번에 등단하는 사람이 제 2의 황학주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를 하실 정도로... -

선아의 문단에의 입문은 참으로 성대한 것이었습니다.

선아가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소감문을 낭랑하고 신비에 가득찬 목소리로 

식장안의 모든 사람들 가슴 깊이 울려퍼지게 하는 동안 

어른들은 경청하시면서 흐믓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김남조 선생님은 선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사랑스런 미소까지

얼굴 가득 머금고 계셨습니다.

부군이신 윤효시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계시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선아의 시 ' 나를 담아 본다'를 들어 본 모든 사람들은

그가 신인상을 받은 새내기 시인으로 여기질 않았습니다.

어느 중견 시인의 시보다도 좋은 시라는 말과 더불어

선아는 문단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유심'에도 최말단 석이기는 하나 ' 틈새'라는 시가 실렸는데 

많은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 닿는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항상 자랑스러웠던 내 친구 선아가 지금까지 갇혀지내던 어둡고 긴 터널을 나와

서서히 찬란한 태양 아래 자신의 본연의 자리와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정말 기쁘고

제가 너무 행복합니다.

선아는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아직도 쑥스러워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진심으로 기뻐해 주시고 축하주시리라 생각하여

소식 전해드립니다.

겨울 방학에 어느 날 시간 내어 찾아뵙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

 

 

2011년 11월 24일

 

광명시 명문고 최희영 올림

 

 

 

 

--------- 원본 메일 ---------

였보낸사람: "김선아" <treeksa@paran.com>
받는사람: "맑은물" <mul56@hanmail.net>
날짜: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16시 14분 48초 +0900
제목: 수상 소감


<항상 좋게 보아주고 격려해주는 친구여, 고마워요.수상소감문을 보낼께요.>

 

안녕하십니까?

〈문학청춘〉제2회 신인상을 받게 된 김선아입니다.

 

그동안 참으로 그리운 시의 길이었기에

오늘은 맘껏 당신을 향한 맑은 가슴과 순수한 사랑, 넘치는 열정을 고백하려 합니다.

 

어느 글에서 보았습니다.

우리 몸속 핏줄의 길이는 지구 두 바퀴 반이라더군요.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의 영혼을 향하여 매 순간순간 절을 하여왔습니다.

때때로 터무니없이 몰아치는 회오리 같은 외로움, 서러움, 그리움, 두려움을

다독여주고 얼굴 쓸어주는 이가 당신이기에

지구 두 바퀴 반이라는 당신 핏줄 속, 그 순례길을

내일도 또 내일도 나는 어김없이 삼보일배 할 것임을 고백합니다.

 

내 영혼과 내 육신이 자취 없어질 때까지

사랑의 진면목과 마주설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간절히 보듬어나가겠습니다.

당신과의 치열한, 아름다운 사랑을 눈부시게 완성해내고 싶습니다.

당신 핏줄 끝에 피어 있을

한 송이 꽃과의 해후,

내 생애는 얼마나 황홀하겠습니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동안 깊이 간직해왔던 제 사랑을 알아봐주시고

이처럼 시의 품에 뛰어들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이수익 선생님과 마종기 선생님께, 그리고 김영탁 주간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시를 쓰는 일이 결단코 자랑거리는 아닐진대,

저보다 더 기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아름다운 인연들, 역시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볼품은 없지만, 시를 향한 사랑을 소중하게 여기며, 下心의 자세로 차분히 걷겠습니다.

그 누구라도 진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시의 길이 되도록 가꿔나가겠습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201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