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가리의 기다림
◈ 나주 정자교
◈ 11.8.16
♥ 나의 아름다운 사람 ♥
나는 팔불출이 되리라 다짐 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있어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나의 아내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 참 아름다운 사람이 살고 있구나.'
아내는 미인이라기보다 평범한 외모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아내에게는 보통 여자들과는 다른 청초하고 은은한
내면의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그런 아내에게 나는 단박에 매료되었습니다.
말주변 없고 외모도 볼품없는,
게다가 노총각인 내가 아내에게 프로포즈라는 것을 하던 날.
그날은 때늦은 폭설로 솜사탕 같은 눈이 온 세상을
소복이 뒤덮었습니다.
아내는 뽀얗게 흩날리는 눈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나는 아내와 함께 걷는 그 자체가
황홀경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말주변이 없는 나는 끓는 냄비 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쩔쩔매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의 집에 다라서야 블쑥 내뱉은 한마디,
"우리, 결혼 합시다!"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말을 꺼낸 나 또한 몹시 당황 스러웠습니다.
잠시후, 아내가 물었습니다.
"제가 왜 당신과 결혼해야 하죠?"
나는 조금 뜸을 들이다 더듬거리며 대답했습니다.
"그건, 결혼해서 당신에게 행복이 무었인지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작정하고 준비해 간 말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함박눈을 보며 행복해하는 아내에게 앞으로 평생 행복을
선사하고픈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후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우리만의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복을 가르쳐준다는 결혼 전 다짐은,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나서면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없는 살림에 늙은 시어머니 모시랴,아이 키우랴,
거기다 집안에 틀어박혀 글을 쓰겠다는 남편 내조까지.
아내에게 행복이란 감히 범적할 수 없는,
그야말로 철옹성 같은 것으로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힘든 내색 한번 않고 쓰디쓴 눈물을 삼키고
또 삼켰을 아름다운 아내.
그런 아내를 위해 열심히 쓴 첫 번째 소설은 그런 대로
생활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소설이 실패하고,
세 번째 소설은 나를 지독하게 무너뜨렸습니다.
초판조차 반품이 쏟아져 들어왔고,
출판사에서는 내 능력을 의심하는
듯했습니다.
그때 밀려드는 회한이란.....
과연 내게 글쓰는 능력이 있기는 한 걸까,
글을 써서 가정을 부양한다는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글쓰는 일 외에는 도무지 다른 재주가 없었던 나는
사막에 홀로 버려진듯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아득했습니다.
점점 자신감을 잃고 참담한 속에서 허송세월만
하게 되었습니다.
6게월이상 나는 단 한줄의 글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런 내게 아내는 어떤 추궁도,
잔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날,아내가 지그시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여보, 결혼해서 지금까지 매일매일 행복을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그렇게 매일매일 행복을
보여줄 거죠?"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함박눈이 쏟아지던 그날의 그 말을 아내에게서
되돌려받은 듯했습니다.
아내의 그 말은 신기하게도 내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행복할 만한 까닭이 하나도 없으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내.
나는 결심 했습니다.
진짜 행복을 아내에게
보여주자고.
그후로 나는 세상과 절연한 채 글쓰기에 매달렸고.
드디어 세상에 나온 나의 네 번째 소설이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베스트셀러
1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기운을 차리고 다시 펜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한결같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아내는 내가 까맣게 잊고 살았던
사실 하나를 일깨워주었습니다.
행복은 멀리 바라보지 않은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무었보다 값진
행복이라는
것을
말입이다.
====행복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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