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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교육감, 미운 교육감

맑은물56 2011. 6. 30. 11:57

사설/칼럼
꼴찌 교육감, 미운 교육감
데스크승인 2011.06.28   중부일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경기도에 또 꼴찌를 매겼다. 전국시도교육청 평가에서다. ‘또’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김상곤 교육감 이후 연속 두 번 다 꼴찌라는 데서였다. 평범한 상식으로라면 꼴찌 연속은 극히 드문 일일 게다. 그래서일까. 김상곤은 이번 교과부 발표와 함께 ‘미운 교육감’이라는 또 하나의 딱지까지 보탰다. 미운 털이 박혔으니 두 번 아니라 세 번인들 없겠느냐는 말까지 오르내리는 판이다. 그러고 보면 경기도민은 ‘꼴찌 교육감’에다 ‘미운 교육감’까지 뽑아 놓고 매일 그 얼굴을 바라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16개 시·도를 따로 쪼개 시지구 7개 시에서는 서울이 꼴찌 해 ‘꼴찌 서울’ ‘꼴찌 경기도’라는 불명예가 나란히 나부꼈다. 서울 교육과 경쟁하고 있는 터라 ‘성과 평가’에서도 서울과 경기가 나란히 꼴찌 경쟁을 하는 것만 같다.
교과부가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성과 평가는 설문 문항마다 시·도 교육감을 평가하는 자료로서 큰 자극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특히 교육자치 이후 교육감의 자율권 신장은 시·도 교육이 다양하게 전개되어 가고 있는 터다. 전 같으면 교과부의 말 한마디에 교육감은 물론 교육현장의 교장까지도 꼼짝 못해 교과부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모두 다 중앙쪽만 쳐다보아야 했다. 하지만 교육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으로선 영 딴판이 됐다. 교과부의 ‘명령’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으니 그렇다. ‘오뉴월에 쬐던 곁불도 없어지면 서운하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전권(인사·예산)을 쥐고 흔들던 교과부의 허전함은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꼴찌’ 결과를 내린 교과부에 승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교과부의 ‘평가’ 결과와 함께 내려진 특별교부금 차등 배정에는 어쩐지 중앙정부답지 않은 속 좁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별교부금이라는 이름의 교과부 ‘재량권’에는 아직도 지난날 ‘서릿발’을 다시 보는 것 같아 헷갈린다. 우리의 전통 교육 문화는 약한 자부터 배려하는 미덕을 근본으로 해왔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은 그래서 나왔다. 그만큼 잘못에 대한 배려에는 깊은 교육적 속사정이 있었다. 회초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떡이 더 큰 효과를 배증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교육감’쯤 되는 인격자라면 회초리보다 떡이 몇 배 효과를 더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교육은 관료가 모르는 오묘한 구석이 있다. 교육자와 관료가 구분되는 이유다. 역시 지금의 교과부는 자치인식에 교육자적 자격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교육자치가 잘되고 있다는 미국에도 학교 체벌을 싸고 아직껏 완벽한 답을 내지 못했다. 체벌을 허용하고 있는 주(州)가 21개인 데 비해 29개 주는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미운 털이 박혔다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대하는 교과부의 외가닥 논리도 어쩌면 중앙정부답지 못한 구석이 있다. 이번 성과 평가에 따른 특별교부금을 갖고, 선 떡 돌리는 식이라면 차라리 꼴찌인 진보교육감들에 배려했다면 어떠했을까. 미운 교육감한테 떡(예산) 하나 더 주면 교육철학까진 몰라도 교육적 소통은 원활할 수 있었을 거라는 데서다. 이른바 ‘역설적 관용’이란 게 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유명해진 것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유연한 외교적 정책 때문이었다. 정확히 1983년 그의 연설문에서 원본인 소련의 ‘악의 제국’을 직접 지우고, 그 자리에 “우리의 평화적 의도를 설득하기 위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한다”로 레이건은 과감히 바꿔 써넣었다. 이 얼마나 멋진가. 레이건이 고르바초프와의 인간적 유대는 이렇게 해서 성립됐다. 그리고 공산 소련은 끝내 해체됐다. 이주호 장관의 정치적 레토릭의 질을 바꾸길 기대하는 이유다.
교육자치는 어차피 중단될 수 없는 선진화 길목의 필연이다. 설령 진보교육감은 미워도 경기교육은 미워할 수 없다. 교육감은 흘러가도 교육은 여전히 이 땅을 키워가야 하는 토양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본능’에 집착하기보다 최선에 호소함으로써 교육자치를 키워가는 혜안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기교육’의 도민을 먼저 생각하는 교과부의 변화를 기대한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