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희>
환 희 - <튤립 소묘 1>
탄생의 기쁨이 이런 것일까.
질펀한 초록빛 슬픔을 뚫고
솟아오른 핏빗 꽃 한 송이
울음인가, 너털웃음인가~~~
터져 깨지는 소리 소란스럽구나.
봄비 맞고 서 있는 오월이
간지럼에 웃는 갓난아기 되어
탯줄 자른 배꼽이 아프다.
<기 다 림>
기다림 - <튤립 소묘 2>
봄비 내리는 날은
그냥 창가를 지키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우산을 챙겨들고 동네길이라도 걸어야 한다.
울짱 없는 집들의 뜨락은 초록 풀빛이 짙어 있고
풀섶 여기저기에 비 맞은 튤립 고운 빛깔이 반짝인다.
튤립은 풀빛이 짙은 잔디밭 후미진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는 것들이 예쁘다.
더구나 비오는 날에 종일토록 꽃봉오리 문을 닫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을 때는 더욱 아름답다.
노오란 머리칼을 단정히 묶은 흰 피부가 유난히 곱던
서양 젊은 여인이 들락거리던 집 앞 뜨락에
노오란 튤립 한 송이 피어 봄비에 보송보송 젖어 있다.
언제 보았을까~~~~~~~
<기 다 림>
머리를 감춘 여인의 노오란 스카프 위에 봄비가 내려 송글송글하다.
스카프 윗섶에서는 빗방울이 대구루루 굴러내린다.
젖은 손 훔치는 에이프런 자락에 기다림이 묻어 오므라진다.
학교에 간 8학년 짜리 아들을 기다리는 것일까?
퇴근길 남편의 귀가를 기다는 것일까?
문득 떠오르는 고향
백제 가요 정읍사의 전설에 등장하는 하얀 백제 여인이 내 앞에 서 있다.
나는 무심히 우산을 접고 비를 맞고 서 있는 튤립 한 송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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