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자연을 찾아서

[스크랩] 청산도슬로길42.195km

맑은물56 2011. 4. 26. 16:11

 

 

 

슬로시티 청산도 (청산도 슬로길11코스42.195km)

 

 

♡천원짜리 한 뭉치♡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가 안 계셔서 집안살림을 도맡아야 했던 나는,

고3인데도 도무지 신경을 써주지 않는 아버지한테

불만이 참 많았습니다.

 

 

그날도

함지막만큼 입을 내밀고 툇마루에 앉아 비비적대는

내게 아버지가 나무라듯 말씀하셨습니다.

"또 왜 그렇게 퉁퉁 부었냐, 학교 안 갈끼가?"

"오늘까지 등록금......."

"알았다. 어여 학교 가거라!"

 

 

늘 빠뜻한 살림에 꼭 필요한 준비물조차

챙겨가지 못해 수업시간에 혼나길 밥먹듯 해도

기죽지 않던 나였지만,

등록금 납부 기한이 임박할 즈음이면

학교 가기가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조례나 종례 때 담임선생님이 등록금

재촉을 하시면 왜 그리 자존심이

상하고 서럽던지.

 

 

그런데 뜻밖에도 선생님은 며칠 동안

등록금 얘기를 한번도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속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언제 얘기를 꺼내실지

몰라 은근히 조바심이 일었습니다.

며칠 후,

학교에 가려고 막 집을 나서는데 아버지가 브르셨습니다.

나는 무턱대고 들어오라는 아버지 말씀에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 갔습니다.

 

 

 

"왜요, 아버지?"

"자,이거 등록금이다. 조심해서 갖고 가그라."

아버지가 등록금이라며 건넨 것은 신문지로 돌돌 만

도톰한 돈뭉치였습니다.

등록금이란 말에 나는 너무 좋아 확인도 하지 않은채

가방에 넣고 학교에 갔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나는 등록금을 내려고 가방에서

신문지로 돌돌 만 돈뭉치를 꺼내 들고 부리나케

서무과로 갔습니다. 

 

 

 

서무과 언니는 내 손에들린 돈뭉치를 이상한듯

쳐다보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신문지를 풀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꼬깃꼬깃 구겨진 흔적이 남아 있는 천원짜리

한뭉치가 곱게 포개져 있었습니다.

 

 

 

등록금은 14만 원,

돈 세다 날 새겠다는 서무과 언니의 툴툴거림에

붉어진 얼굴울 떨구고 돌아나오는데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습니다.

"등록금 냈구나?

아버님께 말씀드려라,약속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나는 선생님이 등록금 재촉을 며칠째 거르신 이유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친구들 앞에서 창피할까봐,

조만간 등록금을 낼 테니 더이상 재촉하지 말아달라고

선생님께 간곡히 부탁하셨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신문지에 돌돌 말아 주신

천 원짜리 한 뭉치,

그건 단순한 등록금이 아니었습니다.

딸의 흩어진 자존심을 돌돌 뭉쳐준 아버지의 사랑어린

배려였던 것입니다.

 

 

 

====행복한 세상====

 

 

 

 

 

 

"서편제"

 

 

 

 

 

 

 해남땅끝

☆년중 몇번 만날수있는 쌍둥이바위의 일출☆

 

 

 

 

⊙이른새벽  청산도 가는도중 금강산 축소판 이라 불려온 영암 "월출산"⊙

 

 

 

 

 

출처 : 어린왕자의 들꽃사랑마을
글쓴이 : 이태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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