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를 찾아 가는 길

낙타의 일생, 걸림돌 / 공광규

맑은물56 2011. 3. 29. 09:31

제16회 현대불교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

 

낙타의 일생 (외 1편)

 

  공광규

 

 

관광객을 등에 태운 여러 마리 낙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초원과 사막을 오고 간다

코에 꿴 줄을 잡은 깡마르고 작은 원주민이

앞으로 끌면 앞으로 가고 뒤로 끌면 뒤로 간다

줄을 사정없이 반복하며 빠르게 당기면

낙타는 코가 찢어질 듯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며

얼른 땅에 무릎을 꿇어 사람을 내리고 태운다

사람보다 덩치가 몇 배나 크고

성질이 원래 사납고 냄새가 고약한 짐승이라지만

오랫동안 사람에게 길들여진 낙타는

덩치 큰 머슴이 주인집 도련님에게 절절매듯

사람에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이다

가끔 굵고 긴 목으로 가죽통을 두드리듯

울음인지 노래인지 반항인지 소리를 지르다가도

다시 사람의 손에 끌려 앉고 서고 걷고 달린다

어딘지 모르는 초원에서 죽은 사람을 묻을 때

어미 낙타가 보는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여 묻어두면

어김없이 무덤을 찾아낸다는 슬픈 몸뚱이의 역사

우리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손에 코가 꿰어

평생 땀을 뻘뻘 흘리며 다니다가

사막에 버려지는 무봉(無峰)낙타일지도 모른다

 

 

                                               《문학의문학》2010년 가을호

 

 

걸림돌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웬수여! 웬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돼 먹은 후배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황해문화》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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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부문 심사위원 : 임헌영, 신달자, 박수완

 

_ 《불교문예》201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