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 전병성 기상청장
"정확한 기후변화 예측 최선
대기과학 기술이 국가경쟁력"
기상위성 발사되면 8분 단위 예측… 업무범위도 확장
하루를 시작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것 중 하나가 그 날의 날씨다. 주말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것도 날씨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에어컨을 얼마나 생산할지,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만들어낼 지를 고민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도 날씨이다. 그런 만큼 날씨 정보를 생산하는 기상청 역시 항상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일기예보가 조금만 틀려도 항의를 받기 일쑤다.
지난 1월 취임해 6개월여 기상청을 이끌어온 전병성 청장을 만나 일기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기상정보의 다양한 활용방안, 지구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 등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구했다.
대담=장윤옥 IT정보화부장
- 최근 기후변화 이슈가 매우 뜨겁고, 이와 관련해 원 데이터를 다루는 기상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기상청을 어떤 조직으로 발전시킬 구상인가.
"기상청은 근대 기상 105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기상관측, 예보와 특보, 기후, 연구개발과 국제간 기상협력, 기상지식 보급을 수행해 온 기상기술 중심의 조직이다. 이제는 기상기술의 한계 극복을 위한 지속발전 노력과 함께 고객지향의 면모를 함께 갖춰야 할 시기이다.
기상청은 기상기술을 기반으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기상고객의 체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또 대내ㆍ외 협력 강화를 통해 조직의 역량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관측장비의 유지보수 등 민간이 할 수 있는 사무를 적극 발굴해 위탁 운영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상관측의 표준화, 기상정보의 산업화, 지역기후 특성에 맞는 현장에서의 기후변화 적응력 제고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과 인간의 능력으로는 100% 정확한 예보가 불가능하지만, 지금보다 예보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사업, 국내 최초 기상위성 발사, 외국 전문가 도입 등 국제적 수준에 걸맞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며 기상청의 역량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한반도의 기후변화 감시망을 확장하고, 더 정확한 기후변화 예측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기상산업 진흥을 위한 기상산업진흥법이 제정돼 기상산업을 지원하게 됐다. 장비 구매 및 유지관리 업무는 법정기구가 된 기상산업진흥원에 위탁하려고 한다. 또 민간부분의 예보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세세한 기상정보 전달 서비스 역시 민간 영역이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영입할 외국 기상전문가의 진단과 제안의견을 종합해 재임기간 중 선진 기상 강국으로 위상을 높이는 도약의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 기후변화 이슈로 타 부처와의 협업도 중요할 것 같다. 진행상황과 향후 계획은.
"기상청은 1999년부터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위해 관련 정부 부처의 종합대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 중 기후변화 적응 역량 강화 분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관련 부처와 자료 및 정보 공유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또 기후변화 대응 수자원 관리 활용을 위한 수요자 맞춤형 기후변화 예측자료 제공 및 단기 강우예측ㆍ레이더 활용기술 개발 등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수자원공사와도 협력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토해양부, 환경부, 소방방재청, 산림청 등 콘텐츠를 가진 부처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과학기술 협력사업인 전지구관측시스템(GEOSS) 구축 및 이행을 위한 GEO 한국사무국을 기상청에 설치해 기상, 기후, 재해 등 9개 사회편익 분야에서의 국내 지구관측자료 공유 및 활용과 국가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왔는데, 일본 기상 정책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 기상청 초청으로 7월 6일부터 8일까지 도쿄 기후회의에 참석해 특별강연을 했다. 이번 기후회의는 8월 31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차 세계기후회의를 앞두고 기후 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였는데,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기후정책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 구니오 사쿠라이 일본 기상청장과 태풍, 지진해일, 폭우, 가뭄 등 기상재해를 다루는 기상예보기술뿐만 아니라 위성, 레이더 분야에 대한 양국의 협력사항을 논의했다. 일본은 수치예보모델에 대한 투자와 기후변화에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도 세계 기상계 흐름에 맞춰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 기상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예보의 정확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많았다. 기상예보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예보 정확도는 중장기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관측망 구축, 수치예보모델 성능 향상, 예보관 역량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관측 공백지역을 해소하고 입체적인 관측망을 확충해 위험기상에 대한 탐지능력을 강화할 것이다.
대기과학의 기술수준은 국가경쟁력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수치예보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독자 수치예보모델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 우수 예보관을 확보하기 위해 예보관이 예보업무에 전념해 종사할 수 있도록 경력개발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으며, 예보분야를 전문직위로 지정해 전문수당을 지급하는 등 예보관 사기진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최근 슈퍼컴퓨터 도입이 확정됐다. 예보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설비)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와 운영능력도 중요해 보인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하드웨어인 슈퍼컴퓨터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해 날씨 예측값을 생산해 내는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의 성능도 예보능력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수치모델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작년 5월에 영국기상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세계 2위 수준의 수치예보모델인 `통합모델'을 도입한다. 우리 실정에 맞게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모델은 새로 도입되는 슈퍼컴퓨터 3호기에서 운영되며, 예보관이 더 질 높은 자료를 활용하게 돼 결과적으로 예보정확도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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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를 더 전문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내에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를 건립 중이며, 연말에 개소할 예정이다. 슈퍼컴퓨터 관련 전문인력 확보도 관건인데, 단기적으로는 슈퍼컴퓨터 관련 회사의 운영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상청 내부에 전문기술인력 및 기상분야 전문 프로그래머를 확충할 계획이다."
- 기상 위성도 올해 쏘아 올릴 계획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통신해양기상위성이 발사되면 세계에서 7번째로 기상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된다. 기존에는 30분 간격으로 일본의 위성자료를 받아 일기예보에 활용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역을 볼 수 있게 된다. 최소 8분 간격으로 우리나라 주변을 관측할 수 있으므로 기상예보 및 위험기상 조기예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기상업무의 범위가 우주로 확장된다는 의미도 갖는다. 기상청은 통신해양기상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향후 정지궤도복합위성의 개발 등에 참여해 우주 기반으로 전지구 기상 및 기후환경 감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연에서 나타나는 날씨 현상은 모든 것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다. 절대적인 생명의 물을 공급해주는 비는 주로 여름철에 내린다. 이 비가 작년처럼 여름철에 많이 내리지 않으면 이듬해 봄까지 가뭄으로 고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에 내리는 집중호우에 대해 원망만 하는 것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청은 국민에게 매우 유용한 기상정보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예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신을 받고 있다. 예보 정확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여러 기술적인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지만, 예보 정확도는 약 90%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말이다.
결국 예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없애는 일은 불확실성이 담긴 기상예보를 어떻게 잘 이해시키느냐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지만, 예보의 불확실성 때문에 이따금 예보와 실황이 차이를 보여도 비판보다는 과학적 한계에 대한 이해와 1년 365일 정확한 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기상청 예보관에게 격려를 부탁드린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올 여름에도 방재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리=강동식기자 dskang@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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