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부칠 수 없는 편지 / 김정한

맑은물56 2010. 9. 9. 20:44
부칠 수 없는 편지 / 김정한

부칠 수 없는 편지 / 김정한 
그리움부터 먼저 써내려 갑니다 
보이지 않는 
그대를 생각하며 
만나지 못하는 
그대를 그리워하며 
어설픈 하소연을 나열합니다 
그대와 함께 한 시간 
기쁨과 슬픔 중에서 
사랑과 이별 중에서 
가슴 속에 맺힌 아픔만 
하나 둘씩 골라 써 내려 갑니다 
그대 때문에 내가 아팠던 일들 
그대가 나 때문에 눈물 흘렸던 일들을 
곱게 써내려 갑니다 
˝아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라구요 
˝당신 때문에 너무 아픕니다˝ 라구요 
그렇게 써 내려 갑니다 
하지만 부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과 나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서 랍니다 
하지만 부치지 않아도 
읽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끼리 
언제나 읽어 내려가는 
당신과 나의 
마음 속 편지를 
오늘도 이렇게 써 내려 갑니다 
 김정한시집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