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보다 치열했던 한국전쟁 '삐라戰'
연합뉴스 | 입력 2010.06.09 18:28 | 수정 2010.06.16 08:47 |
청계천문화관, '삐라' 특별전 개최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달링(Darling), 당신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에게 돌아오기를 꿈꿔요. 당신 없는 크리스마스를 나는 상상할 수가 없어요."
달콤하고 애절한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지만, 이 문장은 사실 삐라의 일부분이다.
이 문장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유엔군을 상대로 뿌린 대량의 전단(속칭 '삐라')에 들어 있다. 편지지와 함께 책상에 엎드린 서양 여성의 모습과 함께 인쇄된 이 전단의 목적은 유엔군의 향수병을 자극해 전투 의욕을 없애려는 것이다.
해변에서 애인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그린 컬러판 전단도 보인다. 지금 전쟁을 그만두면 저렇게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인 셈이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관장 김영관)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당시 뿌려진 전단 실물 445점을 모아 15일부터 8월22일까지 '보이지 않는 전쟁, 삐라'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9일 말했다.
전단은 대개 간단한 그림과 사진에 짤막한 글을 붙여 만들었으며, 대개 상대를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이거나 전의 상실 유도ㆍ투항 선동 등의 내용으로 이뤄졌다.
전단 그림에는 당대 유명화가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유엔군 쪽 전단은 만화가이자 삽화가인 '코주부' 김용환, '고바우' 김성환, 김의환, 임수 등이 그렸으며, 북한이 만든 전단 그림은 월북 화가인 정현웅, 임홍은, 정관철 등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살포한 전단의 양은 유엔군이 만든 전단이 25억장, 공산군이 만든 전단이 3억장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전시되는 전단은 각각 북한군과 중국군, 유엔군을 대상으로 뿌린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돼 있다. 전단에 쓰인 언어만 봐도 한국전쟁이 남북한 간의 국지전이 아니라 국제전이었음을 알 수 있는 셈이다.
북한군을 상대로 한 전단은 "얼어 죽기 전에 다쳐 죽기 전에 굶어 죽기 전에 어서 도망하라! 유엔은 제군이 넘어오기를 대환영이다" 등으로 투항을 권유하거나 "하늘에는 벼락! 땅에는 진동! 사람의 몸으로 탱크와 비행기에 대항할 수 없다"는 내용과 같이 전의를 잃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중국군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이나 중국공산당이 실은 소련의 조종을 받고 군대를 참전시켰다는 내용의 전단을 주로 뿌렸다.
유엔군에게는 한국전쟁을 이승만 정권과 미국이 일으켰다는 주장이나 유엔군이 남한 주민을 괴롭히고 있다는 내용의 전단이 살포됐다.
전시장 한쪽에는 '우리의 소원'이라는 관람객 참여코너를 마련해 전쟁의 비참함이나 통일에 대한 염원 등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comma@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달링(Darling), 당신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에게 돌아오기를 꿈꿔요. 당신 없는 크리스마스를 나는 상상할 수가 없어요."
달콤하고 애절한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지만, 이 문장은 사실 삐라의 일부분이다.
이 문장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유엔군을 상대로 뿌린 대량의 전단(속칭 '삐라')에 들어 있다. 편지지와 함께 책상에 엎드린 서양 여성의 모습과 함께 인쇄된 이 전단의 목적은 유엔군의 향수병을 자극해 전투 의욕을 없애려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관장 김영관)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당시 뿌려진 전단 실물 445점을 모아 15일부터 8월22일까지 '보이지 않는 전쟁, 삐라'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9일 말했다.
전단은 대개 간단한 그림과 사진에 짤막한 글을 붙여 만들었으며, 대개 상대를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이거나 전의 상실 유도ㆍ투항 선동 등의 내용으로 이뤄졌다.
전단 그림에는 당대 유명화가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유엔군 쪽 전단은 만화가이자 삽화가인 '코주부' 김용환, '고바우' 김성환, 김의환, 임수 등이 그렸으며, 북한이 만든 전단 그림은 월북 화가인 정현웅, 임홍은, 정관철 등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살포한 전단의 양은 유엔군이 만든 전단이 25억장, 공산군이 만든 전단이 3억장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전시되는 전단은 각각 북한군과 중국군, 유엔군을 대상으로 뿌린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돼 있다. 전단에 쓰인 언어만 봐도 한국전쟁이 남북한 간의 국지전이 아니라 국제전이었음을 알 수 있는 셈이다.
북한군을 상대로 한 전단은 "얼어 죽기 전에 다쳐 죽기 전에 굶어 죽기 전에 어서 도망하라! 유엔은 제군이 넘어오기를 대환영이다" 등으로 투항을 권유하거나 "하늘에는 벼락! 땅에는 진동! 사람의 몸으로 탱크와 비행기에 대항할 수 없다"는 내용과 같이 전의를 잃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중국군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이나 중국공산당이 실은 소련의 조종을 받고 군대를 참전시켰다는 내용의 전단을 주로 뿌렸다.
유엔군에게는 한국전쟁을 이승만 정권과 미국이 일으켰다는 주장이나 유엔군이 남한 주민을 괴롭히고 있다는 내용의 전단이 살포됐다.
전시장 한쪽에는 '우리의 소원'이라는 관람객 참여코너를 마련해 전쟁의 비참함이나 통일에 대한 염원 등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comma@yna.co.kr
(끝)
'교육 > 역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명필' 한석봉의 무덤과 비문 (0) | 2010.08.18 |
---|---|
"일제, 식민지배 정당화 위해 석굴암 복원" (0) | 2010.08.18 |
'NARA 기록으로 보는 6·25' 피란민 가족 (0) | 2010.08.18 |
105년전 남북 전깃줄·철도망 처음 공개합니다 (0) | 2010.08.18 |
일제의 고종 납치시도 보여주는 獨외교문서 (0) | 2010.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