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니파타 (범어 Suttanipata)는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먼저 이루
어진 경으로 초기 경전을 대표한다. 수타(sutta)는 팔리어로 경(經)이라
는 뜻이며,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이라는 의미다. 즉 ‘부처님 말씀
을 모아놓은 것’이라는 뜻이다. 이 경이 성립된 시기는 인도의 아소카
왕(마우리야 왕조 3대 왕. 재위 BC 268~BC 232) 이전으로 보고 있다.
<법구경>이 성립된 시기와 유사하다.
수타니파타는 모두 5품(5장)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제4 의품(義品)
속에 들어 있는 8편의 게송과 제5 피안도품(彼岸道品)이 먼저 이루어
진 것으로 5품의 내용이 별도로 유통되다가 어느 시기에 함께 모아져
합집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수타니파타’는 팔리어로 된 남전(南
傳) 장경에 속한 경이다. 그러나 한역 장경 속에도 이 경의 제4품 ‘의
품’에 해당되는 <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2권이 번역 포함되어 있다.
이는 서북 인도 출신의 지겸(支謙)이 중국으로 와 오(吳)나라 때 3세기
중엽에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타니파타’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역사적 인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이다. <아함경> 등에도 부처님의 역사적 행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점이 많이 있지만 아함경보다 먼저 이루어져 부처님의 육성이 제
일 먼저 더 생생하게 담겨 있는 경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의 특징은 불교의 종교적 색채를 거의 띠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소박한 말씀으로 수행의 길을 간명하게 밝히고 있다. 소설 제목으로도
사용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고 익숙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
라’가 이 경전 사품(蛇品) 2장에 나온다.
“모든 생명체에 대하여 폭력을 쓰지 말라. 모든 생명체를 그 어느
것 하나도 괴롭히지 말라. 출가수행자는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
라. 친구와 함께 있고자 하지도 말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
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
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
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수행자들의 철저한 수행정진을 독려하
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직 스스로의 독립과 자유를 찾아 어디에도 매
이는 인연을 만들지 말라는, 출가수행자의 참 정신을 일깨워주는 문구
다.
제1장 사품(蛇品)은 뱀이 허물을 벗는 이야기를 통해 수행자는 이 세
상 저 세상을 다 버린다는 가르침을 나타낸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후렴구처럼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이’가 후렴구로 계속 반복
된다. “무화과 나무 숲 속에서 꽃을 찾아도 얻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
를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보는 수행자는 이 세상 저 세상을 모두 버린
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이.” 제2장 소품(少品)은 불교의 행복론으로
불릴만하다. “어리석은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고 어진이를 가까이 하
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존경할 줄 아는 것, 이것이 최상의 행복이다.
분수에 맞춰 살고 공덕을 쌓으며 스스로 바른 서원을 세우는 것, 이것
이 최상의 행복이다. 부모를 잘 섬기며 처자를 사랑하고 보호하며 일
에 있어 질서가 있어 혼란하지 않은 것, 이것이 최상의 행복이다.”
3장 <대품>(大品)에서는 수행자의 태도와 태생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사람이 규정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기능인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기능인이지 바라문이 아니다. 사고 파는 것으로 생활하면 그는 장사치
이지 바라문이 아니다. 모든 속박을 끊고 겁내지 않으며 집착을 초월
해 붙잡혀 있지 않은 사람, 나는 그를 바라문이라 부른다. 온갖 욕정에
더럽혀지지 않은 사람, 나는 그를 바라문이라 부른다.” 여기서 바라문
은 수행자와 같은 뜻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계속된다. “행위에 의해
농부가 되고 행위에 의해 기능인이 되며, 행위에 의해 장사치가 되고,
행위에 의해 고용인이 된다,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 행위에 의해 무사가 되고, 행위에 의해 제관
이 되고, 행위에 의해 왕이 된다” 행위에 의해 존재하고 소멸한다. 그
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단정 지었다. “그 어떤 업도 소멸하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되돌아 온다. 업을 지은 당사자가 그 과보를 받는다.”
제4장 의품(義品)에서는 인간의 육체를 동굴에 비유해 사람이 집착을
벗기 어려움을 설한 동굴편 등 욕망 분노 등에 대해 설하고 있다. 제5
장 피안도품(彼岸道品)에는 바라문의 제자 16명으로부터 차례로 질문
받고 답하는 내용이 설해져 있다. 다시 말하면 초기 부처님의 육성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경전이 수타니파타이며 그 내용을 통해 부처님
이 초기에 어떠한 가르침을 설하셨는가를 살필수 있는 중요한 경전이
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