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요즈음 야자 무슨 일이?
《23일 오후 6시 서울 강서고 1층 식당. 한 시간 전 저녁식사를 했던 식당 테이블이 말끔하게 정돈돼 독서실로 탈바꿈해 있었다.
1학년 640여 명 중 420여 명이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에 참여할 만큼 참여가 크게 늘어 학교는 학생들을 독서실과 식당으로 나눠 지도한다. 넓은 식당엔 책장 넘기는 소리 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가방과 책을 남겨두어 ‘위장’하고 ‘땡땡이’를 친 빈 자리도 없었다.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로 내려받은 쇼 프로그램을 보며 킬킬대는 학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 앞문과 뒷문 쪽엔 ‘학부모 야자 감독관’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야자를 하는 학생들의 어머니와 아버지. 살짝 졸고 있는 학생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고 혹시나 딴짓을 하는 학생은 없는지 돌아다니며 감독했다. 확 달라진 야자 풍경이었다.》 학원-독서실로 떠났던 친구들 속속 ‘컴백’… 땡땡이-PMP로 딴짓 싹 사라지고… 최근 한 수험생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질문이다. 이 질문 아래에는 ‘역시 요즘 야자가 대세’ ‘우리 담임(선생님)도 똑같이 말했음’ ‘그럼 우리 다 서울대 가는 거?’ 등 댓글이 달렸다. 대입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성적만큼이나 공부 과정과 방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 여기에 정부의 사교육 억제정책이 맞물리면서 자율학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스스로 공부해 좋은 성적을 받으면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 야자로 컴백하는 학생들이 느는 것. 실제로 서울 강남, 목동 일대 일부 고교에선 올해 들어 야자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10∼15% 이상 늘었다. 학생들의 태도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전에는 멍하니 앉아 있거나 시간만 때울 때가 많았어요. 계획도 없이 기분에 따라서 ‘오늘은 언어 해볼까?’하면 20분 정도 문제집 붙들고 있다가 지겨워지면 외국어영역을 보곤 했죠. 야자 끝나는 시간만 기다렸어요.” 고3 전모 군(18)은 과거 대표적인 ‘야자 폐인’이었다. 그는 야자, 과외, 학원, 독서실을 전전했다. 야자를 하다 보면 ‘핵심내용만 콕콕 짚어주는 과외나 학원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독서실도 다녀봤지만, 칸막이가 쳐져 늘 적막이 흐르는 독서실에선 오후 8시만 넘으면 잠이 쏟아졌다. 진학상담 때 담임교사가 전 군에게 야자를 추천했다. 교사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아는 것이 입시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성적을 올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성적최고점을 절대 찍을 수 없다”면서 설득했다. 전 군은 ‘야자형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친구들로부터 들은 야자 ‘필승 전략’을 모조리 섭렵했던 것이다. 오후 5시 반경 저녁식사를 마치면 전 군은 학교 운동장을 산책한다. 1, 2학년 때처럼 농구, 축구 같은 체력소모가 심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30분이라도 땀이 나게 뛰면 야자 1교시를 졸다가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걸으며 소화를 시킨 뒤 시작 종이 치기 10분 전 자리에 앉는다. 책상에 앉으면 ‘야자 일지’를 꺼낸다. 일지에는 △7:10∼7:45(언어 수능 특강 모의평가 3회) △7:55∼9:10(외국어영역 모의고사 오답정리) △9:30∼10:05(영어단어 외우기)처럼 그날의 공부계획을 적는다. 쉬는 시간에는 공부한 부분을 일지에 체크한다. 전 군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니 자극도 되고 능률도 오른다”면서 “앞으로는 시간을 재서 문제를 풀려고 타이머도 샀다”고 말했다. 고2 최모 양(17·경기 수원시)은 “잠이 몰려올 땐 샤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앞자리 친구와 목, 어깨를 교대로 주물러주는 방법으로 이겨낸다”고 했다. 끝내 졸음을 참지 못할 경우 학생들은 곁에 쌓아놓은 책이나 가방 위에 ‘딱 10분만 자겠습니다’라는 메모지를 붙여놓는다. 감독 교사의 양해를 구하고 합법적으로 자는 방법이다. 오후 8∼9시. 에너지가 소진돼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책상을 통째로 들고 복도에 나가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복도의 싸늘한 공기를 마시면 정신이 바짝 들기 때문. 학교 차원에서도 효율적인 야자 관리감독을 위해 묘안을 도입한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입실할 수 있는 한정된 자율학습실을 운영하는 학교에선 학생들의 ‘자리쟁탈전’도 치열하다. 야자를 신청한 학생 중 절반 정도만 지정된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서울의 한 고교 1학년 송모 군(16)은 “전교 1등부터 50등까지 한 교실에서 등수대로 앉아 자율학습을 한다. 종 친 후 딱 3분이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완벽하게 정돈된다”면서 “중간고사 후에도 꼭 내 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종치기 전 10분-종친 후 5분’을 확실히 잡아라▼ 야자 성공법 4가지 전략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경쟁심, 철저한 시간관리, 학교라는 장소에서 오는 긴장감,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 확보….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자시간엔 집중이 안 된다” “뭘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 “불편한 교복을 입고 오래 앉아있으려니 힘들다”면서 불평을 늘어놓는 학생들이 있다. 이는 야자를 100% 성공으로 이끄는 필승 전략을 모르기 때문. 이런 고등학생들이라면 서울 중동고 안광복 교사와 서울 강서고 이창용 교사에게 듣는 ‘야자 성공법’을 실천해보자. ① 계획은 주도면밀하게!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영역별로 자신의 성적에 맞게 학습 시간을 배분하라. 교과서로 개념을 익히고 문제풀이로 개념을 확인한 뒤 오답노트를 정리하는 것까지 야자 1교시에 끝내라. A4 용지에 칸을 나눠 ‘야자 캘린더’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시간별로 해야 할 과목, 교과서 단원, 문제집 페이지를 구체적으로 적고 마지막에 점검하는 칸을 만들어 매일 체크하자. ② 종 친 후 5분, 종치기 전 10분을 사로잡아라! 오후 6시에 야자가 시작된다면 최소한 10분 전엔 자리에 앉아라. 친구가 와도 “나 이제 공부할 거야, 말 걸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초반 몰입에 성공하면 남은 두 시간도 거뜬하다. 야자 종료 10∼15분 전엔 어느 교실이나 가방 싸는 소리로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야자 끝난 후 5분 더 공부하고 간다는 자세로 마지막까지 집중하자. 하루에 외국어영역 최소 5문제는 더 풀 수 있다. ③ 1교시에 한 과목씩 공부하라! 야자 1교시는 보통 수업시간의 1.5∼2배로 길다. 이는 실제 수능의 영역별 배분 시간과 비슷하다. 매 시간 한 과목씩 집중적으로 공부하자. 오랜 시간동안 집중력과 지구력을 기르기 좋다. ④ 야자는 장기전, 2공(功) 1휴(休) 규칙을 기억하라! 하루 4∼5시간씩 매일 공부하면 아무리 혈기왕성한 청소년기라도 체력적으로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공부에도 리듬조절이 필수다. 예를 들어 월, 화요일에 전력을 다해 공부했다면 수요일에는 조금 일찍 야자를 끝내고 쉰다. 체력을 비축한 뒤 목, 금요일에 다시 공부에 매달리고 토요일에 긴장을 푸는 식이다. 지치지 않아야 한 학기나 1년간 긴 호흡으로 공부할 수 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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