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아이돌 스타 꿈 접고 KAIST 입학 장하진 씨
초등 6학년 때였다.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비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이 있다는데 나가 보지 않겠느냐”는 언니의 제안으로 난생 처음 오디션을 보았다. 대상은 놓쳤지만 ‘외모 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소녀는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연습생은 예비스타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이었다. 6년이 지난 후 이 소녀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아니라 KAIST 10학번 새내기가 됐다. 최근 ‘소녀시대’ 예비 멤버 출신으로 KAIST에 합격한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장하진 씨(19·여)의 이야기다.》 춤추는 것을 좋아해 유치원 장기자랑 때부터 초등학교 학예회까지 무대 앞자리는 늘 장 씨 차지였다. 공부도 잘하고 인기가 많아 전교 학생회장까지 했던 언니는 장 씨의 롤 모델이었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던 장 씨. 담임교사가 내준 수학 숙제는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도록 꼼꼼히 풀었다. 초등 3학년 때 담임교사는 장 씨가 제출한 수학 숙제노트에 ‘장하진=수학괴물^^’이라는 코멘트를 달아줬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과학에도 흥미가 생겼다. “알쏭달쏭하고 잘 모르는 문제를 고민 끝에 이해하게 될 때의 짜릿함이 정말 좋았다”는 장 씨. 평소 정답지를 절대 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했던 습관이 수학, 과학 학습에도 이어졌다. 장 씨에게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은 초등 6학년 때. 오디션에서 입상하고 기획사 연습생으로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1시간 반이 넘게 걸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연습실에 도착했다. 이후 오후 11시까지 연습을 했다. 휴일엔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습이 계속됐다. 춤과 노래 외에도 연기, 중국어 개인 레슨도 받았다. 공부도 놓치기 싫었던 장 씨. 그는 “연습하느라 다른 친구들에 비해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독하게 공부했다”고 했다. 가수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3 수험생 같은 생활이 3년 동안 지속됐다. 수업시간만큼은 집중해 100%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잘 모르는 내용이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메모해 두었다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교사에게 질문했다. 하루 몇 번씩 교무실을 들락날락했다. 하루 왕복 3시간,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수업시간에 꼼꼼히 적어둔 필기노트를 읽으면서 공부했다. 귀가하면 녹초가 됐다. 장 씨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돌아와도 책상에 앉으려고 애썼다”면서 “하지만 체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억지로 잠을 줄이진 않았다”고 했다. 고입을 앞둔 어느 날, 장 씨는 외국어고에 지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3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실력은 눈에 띄게 늘지 않는 듯했다. 계속되는 연습, 극한의 다이어트, 다른 연습생들과의 경쟁은 큰 스트레스였다. 가수를 향한 열정이 식어가고 게을러진 자신의 모습을 장 씨는 발견했다. “진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그 일은 연예인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고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보다 컸기 때문에 어렵잖게 결정했어요. 지금도 후회는 없어요(웃음).” 목표가 바뀌자 생활도 달라졌다. 장 씨는 우선 3년간의 학업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 단 2개월 뒤 학원을 그만뒀다. 장 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포스트잇이나 수첩에 적고 선생님에게 질문했다. ‘나중에 찾아봐야지’ 혹은 ‘대충 아니까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넘기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장 씨가 졸업한 경기 고양시 백석고는 신청한 학생에 한해 야간자율학습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3년 내내 학교 독서실을 이용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그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쉬는 시간에 이미 한 번 복습했기 때문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이해가 빨랐다. 복습을 할 때는 ‘자, 그러면 a가 증가했으니까 b도 증가하겠지? 그럼 c는? 맞아! 감소야, 알았지 하진아?’ 이렇게 스스로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이해도 쉽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틀린 문제는 반드시 다시 풀었다. 답지는 보지 않았다.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핵심노트나 교사가 나눠준 프린트를 보며 공부했다. 문제 번호 옆엔 바를 ‘정(正)’자로 다시 풀어본 횟수를 메모하며 반복해 풀었다. 맞힌 문제라도 풀이과정에서 넘겨짚은 문제나 찍어서 맞힌 문제, 대충 푼 문제는 꼭 체크하고 다시 풀었다. 이렇게 수업과 자율학습만으로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장 씨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은 점, 수학 과학을 비롯해 전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한 점, 전교 학생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한 점 등을 인정받아 KAIST에 합격했다. 대학에 입학해 첫 중간고사를 막 치른 장 씨. 그는 “들뜬 마음으로 새내기의 자유를 만끽하느라 잠시 공부에 소홀했다”면서 “다시 마음을 잡고 고등학교 때의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장 씨의 관심 분야는 ‘융합’. 물리와 생물을 공부해 두 학문이 모두 필요한 의학과 관련된 기계를 개발하고 싶다. “대학 생활이 즐거워요. 공부하는 것도 즐겁고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즐겁게 할 수 있잖아요? 화려한 스타도 한때 꿈이었지만 전 스스로 공부를 선택했어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결정했다면 열심히, 진짜 열심히 해야 해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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