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 2010.3.4.( 목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푸른 소리
최선옥
소금사세요오오오 소금!
고무줄로 늘이다가 순간,
탁 손을 놓는 소리
사방이 온통 파도밭인데
세상살이 적당히 간이 배야한다고
그 소리, 골목의 맥을 짚으며 흘러왔다가
이내 썰물로 빠져나갔다
수탉의 첫울음이듯
간밤 안부를 묻던 소금장수
눈에 익은 새벽길 두고 하늘염전으로 갔을까
그 소리 영영 골목을 떠났고
물살에 멍든 아픈 세월 들추는데
두툼한 기억에 묻혀있던 그 소리
불현듯 깨어나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소금사세요오오오 소금!
◆시 읽기◆
밤늦도록 어지럽고 부산스런 일상의 소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사방이 온통 고요하고 적막한 새벽을 엎치락뒤치락 시인은 꾸민데 없는 질박함의 두툼한 기억을 더듬는다. "소금사세요오오오 소금!
많고 많은 추억 속에 어쩌다 불현듯 소금장수를 생각했을까?
붉은 피를 가진 생명은 모두 소금을 필요로 하며, 염성의 힘으로 생명을 꾸려 나간다고 한다. 봄이 되면 나무가 자체의 염성을 소모시켜 새순을 돋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봄이 되면 소금, 간장 등이 싱거워지는 것도 만물화생으로 인해 염성이 소모되기 때문이며, 사람 역시 봄이 되면 공기 중에 염분이 적으므로 몸의 염성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므로 노곤하고 쉽게 피로하게 된다는 것이다. 염성의 힘 때문에 모든 생물이 부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살이 또한 이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밭이랑처럼 굽이굽이 넘실대는 세월의 파도를 견딘다는 것, 적당하게 간이 배고 숨이 죽어야 한결 견디기 수월해진다는 걸 알기까지 얼마나 숱한 고비를 넘어왔는가. 얼마나 많은 세파의 밀물과 썰물이 생의 골목골목을 쓸고 지나갔는가.
수탉의 첫울음처럼 새벽을 깨우던 "소금사세요오오오 소금!
이른 새벽 골목의 맥을 짚으며 흘러와 간밤의 안부를 묻는 소리, 게으른 잠을 깨우는 소리, 당겼다 탁 놓는 고무줄의 탄력처럼 삶을 번쩍 일으켜 세우는 소리, 세상살이에 유연함을 유지시켜 주고 부패되지 않게 하는 짠 것의 힘, 이는 분명 푸른 소리인 것이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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