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
맑은물 최희영
비 뿌리며 떠난
검은 바다에
젊은 날을
눈썹으로 오려내는
섬은
밤의 축제를 열었다
분수가 뿜어내는
무지개 빛 꿈
바다 건너온 짚시들은
현란한
춤을 추다
바닷내음을 토하며
허기진 배 부여잡고
자지러지듯
웃음을 짜낸다.
불빛에 이끌려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배는 미끄러지다가
붉은 눈을 휘저으며
추억을 더듬어 내는
긴 고동소리
밤바다가 연출하는
오색 영롱한 추억의 명화
파도는 치맛자락 흔들며 신나게 캉캉춤을 춘다
아이들의 눈물과 웃음이 범벅이 된
덕적도의 시간들이
일제히 술잔을 들어
바다에 붓는다
술을 마신 바다는
남모르게 소리없이 울던
정희 이야기를
꽁무니에 달아매고
바닷속 가슴 헤치며
칼날진 손길로
검은 밤을 후려친다.
지나온 뱃길 위에
10대의 젊은 한숨들이 술렁이더니
40대 중년의 모습으로
당당히 걸어나온다
순간
가슴 뚫는 환호성
천지가 개벽하며
하늘에서 무수히 피어나는 꽃송이
흑빛 공중에
온 몸 바스라져
찬란한 빛으로 솟는
나의 천사들.
0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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