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1 / 김소엽
-바람의 탄생
나는 늘 뜨거웠고
그는 한랭기온이었지
그 사이에서 태어난 바람은
영원한 순례자가 되었다.
너는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그래서 아무리 좋은 곳에서도
금방 떠나야 하는
아, 차라리 무소유의 소유를 즐기는
너는 유정한 마음까지도 갖지 않는
한량이거나 아니면 거세된 청춘이거나
그래서 너는 울음을 삼키며 사는 것이냐
바람의 노래 .2
-바람의 부모
바람은 본디
다른 온도에서 태어났다
불과 얼음을 부모로 둔 너는
형체가 없구나
그러나 공간에 갇히지 않는 너는
발 없이도 천리를 순간에 가고 오며
너는 하늘을 맘껏 유영하며
슬픔을 풀어헤치는 것이냐
형체가 없어 도리어
이 땅에서 가장 자유함을 누리는 너는
하나님의 가장 행복한 창조물
바람의노래.7
- 쉼없는 바람
나는 때로 네 등에 업혀
천리를 다닌다
나그네 되어 끝나지 않는
억겁 세월을 떠도는
아 잠시도 쉼 없는
고달픈 삶이여!
처음과 나중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쉼이 있다는 것은
더 더욱 고마운 일이다
긴- 잠, 안식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여 나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다는 일에
이처럼 감동해 본 적이 없다
이처럼 감사해 본 일이 없다
바람의노래.9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나
나는 길을 원치 않는다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있었고
나는 가장 나중까지 존재 된다
나를 만든 이 없으나
스스로 존재 하는 자이며
내가 아무말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내가 있음을 안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내가 살아있음을
사람들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를 증명해 보여 달라고 한다
바람의 노래 .11
-바람은 누워서 운다
바람은 수평으로
누워서 운다
바람은 쉬지 않고
떠나야 산다
만남을 하는 순간
떠나야 하는
바람의 운명
-하여 서 있지도 못하고
바람은 수평으로
누워서 운다
머물기를 원한다면
죽어야 하는
끝내는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바람의 운명
만날 수 없어
떠나지 못하고
머물지 못하여
만날 수도 없어
서서 울지도 못하는
내 사랑아
한 번 타버릴 사랑이라면
차라리 바람이기를
바람 같은 사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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