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스크랩] 방 / 장석남

맑은물56 2009. 11. 23. 11:34

 

       

장석남

 

 

 

동백꽃이 피었을 터이다

그 붉음이 한 칸 방이 되어 나를 불러들이고 있다
나이에 맞지 않아 이제 그만 놓아버린 몇 낱 꿈은 물고기처럼 총명히 달아났다

발 시려운 석양이다

이제 나는 온화한 경치처럼 나지막이 기대어 섰다

아무도 모르는 사랑이 벽을 두른다

동백이 질 때 꽃자리엔 어떤 무늬가 남는지

들여다보는, 큰 저녁이다

문 없어도 시끄러움 하나 없이

들끓는 방이다

 

 

 

출처 :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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