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솔잎 / 오탁번

맑은물56 2009. 9. 30. 15:13

추석 詩 - 솔잎 / 오탁번



      솔 잎 / 오 탁 번

       

      추석 송편 솥에 넣을 솔잎을 따려고

      떵거미가 질 때 발소리 죽이고

      뒷산에 올라가는 할머니 얼굴은

      손자놈 콧물보다 진한 생의 때

      잿빛 머리칼은 한줌도 안되지만

      소나무의 아픔은 옛 짐작으로도 안다

      해 넘어가고 첫잠 든 소나무가

      은하수 멀리까지 단꿈 꿀 때

      살며시 솔잎 따야 아프지 않다고

      솥에 들어가도 뜨거운지 모른다

      말없이 솔잎이 숨을 거둘 때마다

      젊은날의 사랑처럼 송편이 익는다

      소나무의 슬픔과 솔잎의 아픔을

      헤아리며 발소리 죽이시는 할머니는

      그 옛날 단군 할아버지의 예쁜 애인

      노루피 조금 마시고도 시셈만 하여

      큰 꿈 이루는 단군 할아버지 애태우다가

      이제는 훨훨 타는 마음도 식은 재 되어

      수숫대처럼 가벼운 사랑만 남아서

      당신의 옛날 애인 제사상에 올릴

      손가락 자국 선명한 그리움 빚는다

      가만가만 발소리 죽이며 솔잎이나 따는

      다 저문 가을 들녁 홀로 바람에 흔들리는

      수숫대 같은 서러움의 눈빛에는

      푸르고 싱싱한 까칠까칠한 솔잎이

      할아버지 한창 때의 수염과도 같고

      골이나서 일어서던 비밀의 가장자리

      서로 맞부비며 엉킨 그것과도 같아

       .....................................................................

      <출처, 오탁번 교수님의 제4시집, 겨울강 에서

      
      

      나의 할머니는 내 기억에 없으시다.

      내가 두어살 때 돌아가셨는데 애린 나를 업고 아랫돔 윗돔 마실 다니며,

      우리 손자 손자하고 자랑하시던 할머님이셨다는 데..., 그런데 내 아이들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내일 모레면 추석이다...오손 도손 손을 모아 송편을 빚는다,

      이쁘고 반가워서 이별한 눈물도 다시와서 그렁그렁한 추석빔,

      솔잎 연기까지 달려와 밤이 그렁그렁하도록 밤을 마신다.

      부삭을 홍건하게 메우던 할머니의 사랑 손, 유년 ,

      할머니는 언제나 그 자체로도 사랑의 대명사이다. 대부분 우리 아이들이 외할머니, 할머니 손에서 크기도 한다.

      사람사는 일들이 그러하기에 말이다... 오탁번 선생님의 추석에 머문,  사랑시를 읽으며, 

      언제나 가족을 사람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해야 하리라.

      사람을 사랑한다, 어머니 아부지를 사랑한다.

        (이민영, 시인, 시사랑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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