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를 찾아 가는 길

본래면목/인경스님

맑은물56 2009. 9. 23. 14:46

인경스님의 명상편지

다음카페, 명상상담 홈페이지

  본래면목

                                                                                                               
         
     무엇이 나의 본래면목인가
     이 화두를 가지고 참구하는
     어떤 승려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거울 앞에서 매일 아침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좋게 보이도록 꾸미고,
     어디가 잘못된 점이 없는지 조사합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본래 나의 얼굴과 눈은 무엇인가' 질문을 합니다.
     이 질문은 참 엉뚱하고 당혹스럽고 난처합니다.

     어느 날 이 스님은 시장에 나갔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큰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싸우는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해이 참, 오늘 정말 면목이 없네." 소리를 듣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고,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던
     본래면목의 화두가 해소되면서
     이 스님은 크게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네, 이미 얼굴과 눈은 드러나 있습니다.
     별도의 얼굴과 눈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대로, 부족함이 없이 충분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특별한 어떤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우리들의 막연한 믿음입니다.  
     우리는 순수한 체험을 그 자체로 경험하지 못하고,
     본인의 의도나 갈망에 의해서 왜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노출하기도 전에
     우리의 본래 얼굴은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힘들게 애써서 찾기도 전에
     본래 그대로, 자연스런 모습 그대로
     진리는 감추어진 것 없이 적나라하게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지금-여기를 떠나서
     별도의 가르침은 없습니다.

     숲의 나무들은 짙은 녹색 그대로,
     들판에 노랑꽃은 힘껏 노랗게 자신을 드러내고
     태고적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지금도 아이들은 뛰놀면서 힘껏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뒤로 재끼고 웃어댑니다.

     지금-여기의 진실은,
     강물에 빠져 감춤과 노출을 반복하는 달빛의 변주곡에서
     수치심과 부끄러움의 아찔한 나뭇가지 끝에서
     자신의 본래면목 그 진실을 찾고자 하는,
     지극히 단순해진 알아차림의 직관을 가지고
     분투하고 애쓴
     바로 당신이 아닌가 합니다.




'인경스님의 명상편지'는 명상을 좋아하시는 당신의 동반자입니다.
소중한 이웃에게 명상편지를 추천하여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