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 창작 교실 제 12 강 (2009.7.25)
@ 습작시 강평
- 여름비 / 대덕산인
누가 비를 신의 눈물이라고 하는가,
그 눈물, 사랑으로 내렸다면
이 땅은 전장의 피울음 부터
한 사람, 이별의 아픔까지 씻고도 그득
빗물 호수 되었으리라
고달픈 살림살이에 찌든 아내의 수심이,
취해 비틀거리는 못난 가장의 미안한 한숨이,
맺지 못 한 사랑이 흘린 눈물이,
되돌리지 못한 일들의 후회가
여름비에 스며들어
비새는 흑백필름을 망막에 돌렸다
다른 별에 살게 된 어머니의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과
곁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버지의 답답함이
비를 타고 오가는 꿈속,
지난 불효의 뼈저린 통곡이
두 별 사이 영혼을 적시고
눈물방울 허공에 올라 맺힌
사랑의 빗물이 밤새 울었다.
===> # 강평 : 서양에서는 비는 'rain' 하나다.
우리 말이 갖고 있는 미세한 결이 시에는 깔려있다.
상태를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 감각이 상세하고 정제하다.
1연 1행은 참신하지 않고 진술이 진부하다.
신의 눈물이 드러내는 구체적 정황이 들어가면 좋겠다.
상상력의 범위는 넓으나,누구나 이미 알고있고 상상할 만한 범주 안에 있다.(뻔한 얘기다)
2연에서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지 구체적인 사실이 아니다.
이것은 화자가 갖고 있는 관념적 상상의 범주이지,공감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 ~ 수심이",
" ~ 한숨이" ... 2연의 이런 부분들이 갖고 있는 것들이
구체적인 사실(정황)이 대입 된다면 더 좋겠다.
'수채 구멍에서 못 빠져 나가는 생쥐' 의 정황 묘사로
궂이 말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어려운 집안 살림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 비새는 흑백필름을 망막에 돌렸다 " 이 구절을 젤 앞에 놓으면 어떨까...
그러면 시적 뉘앙스가 전개 된다.
3연의 " 다른 별에 살게 된 어머니의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과
곁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버지의 답답함이
비를 타고 오가는 꿈속, " 이 부분을 포커스에 맞추면 어떨까...
겨울날 찬 얼음 같은 눈물을 흘리신 딴 별의 어머니의 눈물이
지구에 왔을 땐 봄비를 적시지 않고 여름비를 적셨다거나
아버지는 꿈속에서 비 냄새가 났다거나...
비로 일어날 수 있는 정황을 보여줘야 원 개념인 비가 산다.
" 지난 불효의 뼈저린 통곡이
두 별 사이 영혼을 적시고 " 이 부분은 설명적 구절이다.
시적 표현에서는 실패한 표현이다.비가 통곡의 뉘앙스를 거느리고 있다.
" 눈물방울 허공에 올라 맺힌
사랑의 빗물이 밤새 울었다." 이 부분도 드러나 있는 말들이다.
여름비의 정황 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눈물을 그려도 좋다.
하고 싶은 말은 설명하지 말고 묘사적인 정황으로 보여줘라.
여름비는 배경으로 깔아 버리고 눙쳐서 여름비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비란 원개념에서 파생된 연상 단어는 많다.
그녀, 눈물, 시원함, 커피, 눈물, 친구, 빈대떡, 칼국수...
단숨에 젖는 것은 사람들이 회피한다.
가랑비에 젖듯 젖어야 오래 젖는다.
- 비 오는 날에 / 맑은 물
빗줄기가
앞을 자꾸 막아선다
의자가
크게 하품을 하고
종려나무는
기지개를 편다
유리창 너머로
땅에서 솟구치는
무수한 유리 파편들
분당선 침수, 영종도 도로 3곳 침수
강원도 계곡에 관광객 5명 고립
줄기차게 내리는 비,
예정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아우성치는 물소리 바람소리
사람도 아스팔트 위에서 자맥질 한다
의자는 넘실대는 물위에 빗겨 앉아
끝나지 않은 욕망의 입을 벌리고 있다
조난 당한 시간에
팔짱 끼고
어둠 속에 번득이는 유리 파편을
툭툭 걷어차며 사라지는
빗방울
호텔-로비엔
잊혀진 우산 하나가
화려한 외출을
꿈꾸고 있다.
===> # 강평 : 많이 다듬어진 정황 같다.
비는 아까 얘기한 바와 같이 여러 보조 관념이 있다.
비를 비라고 해버리면 사실 할 얘기가 없다.
시어는 보조적인 관념을 통해서 원 관념이 가진 뉘앙스를 드러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화자의 중심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없지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1연은 활유화 된 표현이다.
2연 " 땅에서 솟구치는 / 무수한 유리 파편들 " 이 부분을 비의 이미지로 봤다.
유동적인 액체인 비의 이미지를 고체적인 유리 파편의 이미지로 보는게 재미있다.
유리 파편에 맞은 사람,주위 사물들은 어떤 변형을 이루고 있을까?를 보여주면 좋겠다.
붙박이들의 괴로움을 드러내는 것이라든지,(꽃, 나무, 땅 등)이런걸 활유화 하면...
유리 파편에 맞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건드려 본다든가...
이를테면 간판 속 광고 활자가 떨어진다든가...
시인은 무심한 것들에 대해 인과 관계를 부여해 줘야 한다.사실이든 아니든...
구체적인 사물에 상상을 더하면 시가 풍부 해진다.
3연에서 보면 인용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런 부분들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3연에서 반전을 기했으면 1,2 연이 살지 않을까...
4연 " 어둠 속에 번득이는 유리 파편을 "은 살아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이미지이다.
'과수원 과일들은 유리 파편을 맞고' ... 이렇게 하나의 이미지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일주일을 허공에서 산 꽃이 비(유리 파편)을 맞고 삼사일 만에 떨어졌다'와 같은
폭력적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가...
마지막 행 "빗방울" 은 사람이나 짐승으로 주체를 넣어야 된다.
유리 파편이 닿자마자 우리 개를 찾습니다 라는 광고물이 사라지는 것도 생각 해 볼 수 있고..
5연의 " 우산 "은 떠도는 지붕처럼 봐서 유리 파편을 피해서 안전을 마련하는 공간이 된다.
- 머리를 말리며 / 박미림
모서리 상처입은 거울 속에서 머리를 말린다
물기 머금은 헝클어진 머리칼,
드라이 바람 가로질러 가며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활보를 한다
드라이 3단 스위치로는
뜨거운 몸짓과 또는 차가운 손짓을 요구 할 수가 있다,
평생 벽에 서있는 콘센트는 바람의 집이다
220v 바람은 그곳에서 일상이 되어버린 듯
상행선 전선에 레일을 깔아놓고 늘 대기중이다
내게도 바람의 집이 있다
사랑할 때마다 이별할 때마다
가슴을 관통하는 현기증 나는 바람들이
옹기종기모여 있는 곳,
내 바람은 몇 볼트인지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듯이
호박꽃 그늘로 빛이 왜 숨어들었는지
사랑은 왜 떠난 후에 더 깊어지는
나도 묻지 않았다
거울 한 귀퉁이에 최초의 상처를 생각했다
원래 상처란 처음에는 더 쓰라리고 아픈 것을
능숙하게 빗질을 마친 거울 속 여자는
홀로 남겨진 쓸쓸함을 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220v 전원을 끈 채,
===> # 강평 : 예전의 콘센트는 110 V 라서 넙적하여 감전되도 될만 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시 제목은 괜찮은것 같다. 표현의 문제들이 거론 되겠다.
1연의 " 모서리 상처입은 거울 속에서 머리를 말린다 " 는 아주 뉘앙스가 좋다.
이 시 전체를 끌고 갈 수 있는 뉘앙스를 풀었다.
구체적인 사실이지만 화자가 끌어낼 수 있는 최종 결론이 아닐까...
다만 "상처입은" 같은 표현은 좀...
2연의 " 평생 벽에 서있는 콘센트는 바람의 집이다 " 는 좋은 진술이다.
3연의 1 ~ 4행은 표현이 너무 드러나 있다.
거울의 기본 개념은 보여주는 것인 '반영'이다.
오래된 거울은 뒷면이 훼손돼서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비출 수 있는 데 까지 비춘다.
" 이별할 때 " " 옹기종기모여 있는 곳 " 은 이별해도 내 마음 비춰주는 것이 있고,
왜곡하지 않는다.
거울은 객관성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멈추지 않는다.
5, 6 행 표현은 아주 좋다.
그러나 7,8행의 표현은 드러나 있다. 그렇게 언술치 말고 구체적 상황을 보인다면...
머리만 말리면 1차원이고, 말릴게 무궁무진하다.체취도 말리고...
표현의 문제도 있지만 사유의 문제도 있다.
거울의 입장에서 보면 비춰지지 않는 부분에서도 거울은 알고 있고 보고있다.(의인화)
바라보고 있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면, 읽히지 않을 뿐이다.
(장님은 못 보는것 뿐이지 안 보는 것은 아니다)
볼려는 사람, 보지 않으려는 사람은 천지 차이다.
거울이 단순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차원에서 보면,
거울의 속성에만 매달리지 말고 거울도 의지가 없으면 반영하지 않으니...
화자가 생활에서 겪은 이별, 괴로움, 섭섭함 등의 감정의 거울이다.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의 형태로 변형이 된다.
유형의 거울에서 무형의 거울로 바뀌었다.
4연의 1,2행에서 훼손된 거울 (상처입은 거울)은 인간의 이별,사랑,아픔,그리움 등
또 다른 파편화된 거울이고 자신을 비추고 발견한다.
3 ~ 5행은 선명한 감이 떨어진다.
'쓰라린 상처의 기억이 그를 말려주고 있다'로 축약하면 된다.
거울은 또 비가 오고나면 물웅덩이의 거울(외면적인 것)도 있다.
머리로 말리는 것은 마음을 말리는 것이고 내 안의 나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만 표현의 문제다.
거울,말린다가 KEY고 표현을 너무 어렵게 말고 부드럽고 쉽게...
' 상처이기엔 너무 ㄱ굳어진 것들은 거울이 된다,바람이 된다.'
- 어머니의 구두가 운다 / 권 영 진
쩌걱쩌걱 따각따각
어머니의 구두가 운다
25년 어머니의 고통을 이고 다녀
힘들어서 우는 걸까
주인과 함께 노쇠하고 뒷방차지
서러워서 우는 걸까
볼품도 없고 바닥은 딱딱하지만
진홍색 윤기나는 피부로 어머니를 위해 태어났다
주름지고 살갖이 벗겨져 새하얗게 변한 구두
어머니는 그를 손주 어르고 달래듯
예쁘게 쓰다듬어 주었다
달려보고 싶어도 항상 그 걸음
심산 계곡 마음만 올라보고
뾰족구두 롱부츠는 언제나 먼 친구
구두는 아무런 불평이 없다
주인이 뾰족구두 신고 싶으면
뾰족구두 되어주고
롱부츠가 필요하면 롱부츠가 되어준다
주인이 걷다 힘들면 멈추어
벗이 되어주고 아들 되어준다
그런 구두가 지금
언제나 울면서 다닌다
쩌걱쩌걱 따각따각
어머니가 떠나자면
구두도 함께 묻힐 것이다
===> # 강평 : 처음부터 보조기 구두라는 구체적 정황을 깔고 시작했어야 한다.
1연 3행의 "고통"은 구체적 병명으로 바뀜이 필요하다.
고통의 정황은 각 자가 다르다.
우리는 저마다 다 다른 고통의 구두를 신고 사는 것은 아닌가!
고통의 치수는 매번 달라지는 것은 아닌가!
황인숙의 시에는 구두 발자욱에 대해 쓴 시가 있으니 참고 바란다.
4연 1 ~ 3 행은 보조기 구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니...
' 아픔에 의해 어머니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신발을 신고 다니신다 '
로 시작을 해서
' 어머니의 아픔에 가장 잘 맞는 기성화가 아닌 신발은 보조기 신발 뿐이다 '
로 마무리 한다면,
아픔과 아름다운은 서로 상반 되지만 신발이라는 매개체가 있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통할 수 있는 개념이 된다.
어머니의 신발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발인 것이다.
어머니의 신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일상의 경험을 더 끌어내야 된다.
본인이 신어 본 경험이라든가,아픔도 치수가 있구나...
'첨에는 어머니의 구두가 우는 줄 알았는데 또각 또각 웃고 있었구나'
하는 정서적인 부가가 필요하다.
'어머니의 구두는 발로 하는 노크 소리,청진기이다'는 식으로 짚어주면 좋다.
단점은, 구체적인 인상들로 좁혀졌으면 좋겠다.
특히 4연의 경우 너무 범위가 크다.
5연은 우는 단계는 끝나고 웃는 모습의 구두를 보여줘야 된다.
구두를 활유화 하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것의 범위를 낮출 것.
( 남자 -> 할아버지 -> 폭력 -> 수염 식으로 구체화 범위를 낮출 것)
@ 좋은시(비교시) 감상 & 평가
-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황인숙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글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기시덤불 속을 누벼누벼
너른 들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 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 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좇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 # 강평 : 이 시는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고양이는 화자인데 고양이의 속성을 가지고 활유화 했다.
"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
.
.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 다른 생명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보인다.
"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 - 야생의 삶에 대한 그리움.
"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 - 상상적인 정황이다.
"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 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좇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 - 경쾌하다. 이 시인의 특징이 경쾌함이다.
-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고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 강평 : 이 시에서는 고양이가 목적이 아니다.
봄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확한 대상으로 고양이를 보았다.
고양이는 비유를 위한 상관물이다.
- 봄 / 김기택
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네 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한다
힘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 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는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 # 강평 : 봄이란 이미지를 고양이나 나무의 순간적 포착을 통해 표현했는데,
비유적 상관물로 고양이를 썼다.
1행 " 차가운 발톱이 남아있는 3월 " 은 속성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고양이에 의탁했다.
4 ~ 6행은 활유화다.
봄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니 사물의 진면목의 등골을 빼 먹을 줄 아는게 시인이다.
- 목발 / 유홍준
며칠 동안 계속해서 저 목발을 본다
누가 발을 버렸을까
꽃집과 옷가게 사이,
목발이
식사를 끝낸 젓가락처럼 내팽개쳐져 있다
時針 같고 分針 같은 두 발
절룩절룩 어긋나는. 어긋나는 生을 끌고
목발을 버린 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미 발이 없어도 상관없는 내가
계단 옆 화단에 구덩이를 파고
고양이를 끌어 묻고 그 위에
목단을 심는다
목단이
고양이가 찢어발긴 사생아처럼 붉은 꽃을 달고 끙끙거린다
===> # 강평 : 고양이가 가진 이미지를 여기서도 빌려 썼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적 이미지를 미의 장르로 쓰고 있다.
" 계단 옆 화단에 구덩이를 파고
고양이를 끌어 묻고 그 위에
목단을 심는다 " - 엽기적 느낌이 든다.
" 고양이가 찢어발긴 사생아처럼 붉은 꽃을 "
- 식물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하기 위해 동물의 이미지를 끌어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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