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영춘이의 편지

맑은물56 2009. 8. 6. 11:32

희영아

날씨가 써늘하다

교감 선생님 진급은 했니?

서울도 가고 싶고, 이곳 biz도 별로 안되고.

요즘 다들 힘들지만 나 가는 곳 마다 훼방 꾼이 있어

좋은 회사로 옮겨서 기분 좋았는데,

내 팀장 자리 뺐으려고 젊은 놈이 달려들어 그거 물리치느라 힘들어 죽겠어.

겨우 이겨 놓았는데 아직도 호시 탐탐 내 실책이라도 잡아서 뺐어가려고 해.

내 인생이 왜 늘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야하니.

인간 하나 잘못 만난게 이렇게 끝까지 날 괴롭힐 줄이야.

지겹다.

너무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아.

재혼이라도 하면 인제 포기 할까?

거기 좋은 놈 있거들랑 하나 소개하렴.

그냥 너같이 편한 사람이면 좋겠다.

들볶이기 싫어서 그래

아직도 혼자있어서 들 볶나 해서.

정말로 지겹단다. 치가 떨려.

너는 안정된 직업에 들 볶는 인간 없어서 파라다이스겠다.

혼자 사는게 최고의 파라다이스야.

그냥 남편 같은 친구가 있고, 자식 같은 친구가 있으면 돼.

시와 음악과 와인과 좋은 친구와 ..........

한국에 살면 삶이 훨씬 풍요로울 것 같아.

호주에 온 것이 내 인생의 최대 실수였어.

내 얘기만 했지?

별로 행복한 애기 못 들려주어 미안하다.

너 사는 얘기도 좀 들려주렴.

건강히

못난 친구 영춘 

 

  2009년 7월 25일 토요일, 오후 16시 58분 49초

 

 

희영아

네가 보내주는 시는 언제나 불행을 씻어준다.

늘 위로가 되고, 못된 인연과 못된 여자 인간 하나가 내 인생을

송두리 째 흔들어 놓으려 했단다.

난 그 년을 그 여자라고 불러 주고 싶지도 않을 만큼 등 뒤에서

더럽게 굴어서 온 사방에 사기꾼이라고 퍼트려 주고 있다.

욕 한다고 지랄하는데 ( 최대한 더 나쁜 단어가 있으면 쓰고 싶을 만큼 더러운 년이야 )

등 뒤에서 자기가 한 더러운 짖은 감추고, 내가 욕 한다고 나쁘다고 해서.

똑같이 맞불 작전 하니까,

이젠 누가 옳은지 사람들이 알드라.

그년 시드니 바닥에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할 수도 있어.

새로 옮겨간 회사에서 젊은 놈이 내 팀장 자리 그 년 하고 뺏을려고 해서

완전 개 망신을 주었더니, 더 하다간 저만 망신 당 할 것 같으니까

그 년이 기권 했는데 더 두고 봐야지.

정직하게 살 면 언젠가는 이기게 되어 있어.

너처럼 아름다운 표현은 쓸 수가 없지만

그 년하고 3년 내내 싸우고 있단다.

악연 중에 악연이야.

시집 스파이 하면서 날 파멸시키려고 해.

희영아 아름답지 못하게 살고 있어

이게 내 운명 인가 봐.

결혼 한번 잘 못 한게 내 온 인생을 이렇게 저당 잡힌 인생 마냥 살아야 하니

이젠 진저리가 난다.

그래서 네가 부러운거야.

안정된 직업,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네가 좋아 하는 시와 서예와 향기 있는 차와

말 귀 알아듣는 친우들과 그렇게 어우러져 인생을 멋드러지게 살고 있잖아.

나도 여유있는 삶을, 시간을 누리며 살고 싶구나.

늘 나에게 싸움 걸어오는 인간을 만들어 내는 재주만 갖은 원수놈 때문에

늘 시달려야 하니까 인생이 즐겁지가 않아.

희영아

넉두리만 해서 미안하다.

좋은 감정, 날 일 때나 써야 하는데...

미안하다.

건강 조심하고


2009년 7월 31일 금요일, 오후 22시 05분 3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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