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살아간다는 것은- 영춘에게

맑은물56 2009. 7. 31. 12:34

살아간다는 것은 / 이외수



        [ 살아간다는 것은 / 이외수 ]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 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을 왜 그리 쉽게 손 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손으로 쥐어 잡았다해서 그 가슴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뒤로 보내버렸다해서 그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하면 잊지도 못할 것을 ..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게 두어라. 그 좁은 방에 들어 앉았다 싫증나면 떠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 문득 가슴 언저리가 헛헛해 무언가 채우고 싶어질 때. 그때는 네가 나에게 오면 되는 것이라.
        갈기갈기 찢어지고 피멍들은 가슴으로 온다해도 내가 다 안아 줄 것이라. 내게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라. 너는 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다 안을 수 있는 것이라. 그래서 오늘 하루도 살아 낸 것이라.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영춘아

많이 힘드는가 보구나.

인생이란게 살아가면 갈수록

더욱 끝도 없는 늪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암담하기만 하지 않은 것은

그래도 우리에겐 살아갈 힘이 있고

해야만 할 일들이 남아 있어서겠지.

요즘 우리 집안은 장남으로 인해

너무나 힘든 일을 또 한 차례 겪고 있다.

무엇보다 노부모님이 겪는 충격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존경받고 받들어져야할 우리 부모님의 말년이

이렇게 시련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서러움이다. 

하나의 가정이 온전히 지켜진다는 것이

여인의 인내와 지혜가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너무나 아프게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면서도 그 아픔을 자신을 깨뜨리지 않고

잘 승화시켜보려 노력하는 안간힘이

나름은 눈물겨운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 영춘이도

인생의 어떤 고난과 역경일지라도 오히려 성숙으로

승화시켜나가는 힘과 지혜가 있다고 믿는다.

영춘아 힘을 내자.

그리고 더욱 큰 사람으로 거듭나기로 하자.

 

 

너의 진실한 친구 희영 보냄

'맑은물의 이야기 > 맑은물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종사에서(최종)  (0) 2009.07.31
Morning Up 새벽을 여는 음악   (0) 2009.07.31
수종사에서  (0) 2009.07.27
해바라기/맑은물  (0) 2009.07.27
수종사에서  (0) 2009.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