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바위의 전설
맑은물 최희영
노랑바위
수리산 산신제당 위쪽인 관모봉 중턱에 있는 바위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임금이 불행하게도 불혹이 넘도록 왕위를 이을 왕자가 없어 근심하다가 지극 정성으로 기원하여 하늘이 감동했는지 기골이 장대한 왕자가 태어났다.
왕자가 세살 되던해 전란이 일어나 궁궐을 떠나 강화도록 피난가기 위히 나룻배를 탔지만 폭풍우를 만났다. 배가 난파하려는 순간 거북이 한마리가 나타나 왕자를 태워 육지로 나와 은신처를 찾던중 관모봉 중턱에 이르렀다. 거북의 등에 업혀 며칠을 굶은 왕자의 몰골은 말이 아니어서 왕자에게 드릴 음식을 구하기 위해 거북이는 마을로 내려갔고, 거북의 뜻을 모르는 왕자는 거북이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것으로 오해하여 분한 마음에 바위를 힘껏 주먹으로 내리쳤다.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위가 무너져 왕자를 덮쳐 왕자는 노란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었다. 거북이는 우박처럼 쏟아지는 바위를 맞아 죽었다. 그후부터 왕자의 피가 흐른 이 바위를 '노랑바위'라 불렀고, 광정마을에 안양군의 신도비가 세어진 바위를 '거북바위'라 불렀다.
수리산에 산본 터널이라는 구멍이 뚫린 이후 수리산 계곡의 물은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수리산은 수많은 불신과 배신의 구멍뚫린 인간들의 발길에 채이고 부서지고 꺾기며 신음했다.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생명이 꺼져가던 계곡의 물소리 오랜 만에 다시 잃어버린 제 집을 찾아와 통곡하고
천지에 가득하던 때죽나무도 따라서 하얗게 내려와 한을 풀어냈다.
정오만 되면 찾아와 노랑바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바위와 사랑에 빠진 나그네
하나있는 초딩 아들 새벽2시에 공부하다 졸고 있다 엄마에게 매맞아 멍든 팔잡고 잘못됐다 말리려다 온 몸 찢긴 상처를 어루만졌다
100일 기도로 나그네 낳고 피와 살로 교수만들어 아들 손자 며느리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해도 10년 넘도록 아들집에 한 번 오지 못하고 겨우남은 피맺힌 땅에 허리 굽어 농사지어 식량대주는 부모님 생각
그 땅팔아 집사주지 않는다 돈만 아는 늙은이라 부모님을 을러대는 아내의 명품가방
교수 월급으로 생활비 은행이자 모자라 자꾸 자꾸 산처럼 불어나는 빚더미
이런 자신을 말끄러미 바라보는 바위가 미워 나그네는 힘껏 주먹으로 내리쳤다
노랑바위는 마지막 생의 보루였던 나그네를 삼켜버렸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노랑바위는 무너져 내려 그동안 인간이 내다버린 욕망의 지꺼기를 꾸역꾸역 토해 냈다
계곡을 타고 흘러내려 온 도시를 노랗게 물들였다
너와 나는 노랑바위 배설물로 범벅이 되어 살아가는 노랑바위의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