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 최희영
잔잔한 기타 소리에 달도 춤을 추고 너와 나 하나되어 빙빙도는 원무 홍조를 띤 글씨들이 머리에 꽃등을 이고 은밀한 눈빛을 보내며 나신으로 서 있다.
대전행 열차를 타고 허기진 시의 꿈을 찾아 떠난 5월의 어느날 차창 밖으로 망초꽃 은하를 타고 내가 버린 詩語들이 꼼지락 꼼지락 고개들어 서로 부대끼며 흐느끼다가 오랜 시간 버려진 들판에 하얗게 설움을 토한다.
이제 다시는 너와의 긴 인연 놓치지 않으리 싸늘한 웃음 휘감아 안고 여고 시절 시인을 꿈꾸던 벗의 얼굴 둥글게 번져나오는 저 높은 언덕 가로수 가지 끝 너의 언저리에 또렷이 남아 함께 가리라. 함께 가리라.
텅빈 하늘에 동그랗게 꿈의 궤적 그리는 달의 미소 새살 돋는 詩에 식욕 돋우는 오색빛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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