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하이쿠(俳句)

맑은물56 2009. 5. 21. 14:12

 하이쿠(俳句)

 

하이쿠(俳句)는 5,7,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를

일컫는 말이다. 하이쿠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보기 드문 짧은 시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대중시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전통적인 하이쿠는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季語)가 필히 있어야 하며 짧은 시의

형태인 만큼 한꺼번에 읽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레지(切字)라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계어는 계절을 상징하는 시어를 가리키는 말로, 특정한 계절을

환기시키면서 오랜 일본시가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미의식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4계절이 확실하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이 특징을 정형시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을 통하여 일본인에게

있어 4계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계절을 상징하는 계어는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며,

새로운 상징어를 작품에 적용하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세시기(歲時記)가

출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시기하면 연말연시의 연중행사를

지칭하는 말로 이해하기 쉬우나 일본의 세시기는 동식물, 기후, 풍토, 연중생사

등의 계절을 상징하는 모든 언어를 망라한 것을 일컫는 말로, 하이쿠 창작의

기본 교과서가 되기도 한다.


기레지(切字)는 5, 7, 5 음율의 어느 한 단락에서 끊어줌으로써 강한 영탄이나

여운을 줄 때 사용하는 표현을 지칭한다.

예컨대 『∼や(∼이여)』『∼かな(∼로다)』『∼けり(∼구나)』와 같은 것이다.

기레지는 짧은 시의 폐단이라 할 수 있는 단순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짧은 시의 어느 한 부분을 끊어줌으로써 그 다음 부분과의 산순 연결을

피하고 중층적인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계어(季語)와 기레지라는 제약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면서

하이쿠가 일반대중들 속에 깊이 침투하게 된다. 짧은 시의 형태이기 때문에 나타내고

싶은 것을 산문처럼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없지만, 시로 나타내지 못한 여백을

작자나 독자들 나름대로 메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하이쿠는 함축적인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일본인에게는

생활 수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하이쿠의 국제화로 세계 각국에서 자국어로 하이쿠를 짓는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일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하이쿠의 이해를 통해 일본인의

심층적인 정서를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르리라 판단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