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맑은물의 이야기

이외수 전

맑은물56 2009. 4. 1. 14:50

李外秀 展

  • 글쓴이: 맑은물
  • 조회수 : 44
  • 06.08.14 00:14
http://cafe.daum.net/raban21c/MLTG/2721

李外秀 展



 
봄밤의 회상 / 이외수 
 
 
밤새도록 신문지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에 언제 한 번 
꿀벌들 날개 짓 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 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 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등꽃/이외수
 
등꽃 1
제일 먼저 꽃 피는 것도 
그대 등뒤에 
제일 나중에 꽃 피는 것도 
그대 등뒤에 
  돌아보아, 라고 문득 말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네 
아무튼 쓸쓸한 건 하늘이겠지 
- 시집 /풀꽃 술잔 나비 중에서
 
 
 흔들림... / 이외수 
 
바람 불 때 흔들리는 목숨들은 
흔들리는 목숨대로 
그만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나니 
 
양지바른 산비탈 봄날은 깊어 
바람도 없는 한나절 
꿀물같이 흐르는 햇살에 허리 적시고 
산벌들 날개소리에도 흔들리는 싸리꽃...

 

   
마치 오늘의 내 모습을 스케치한 듯 하다. -_- 06.08.17 12:52
퇴근길에 해 넘어간 하늘을 보았습니다... 쓸쓸한 건 하늘이었음을 다시 한번 저도 느꼈습니다. 오늘은 바람까지 불어 그 쓸쓸함이 더한 퇴근 길이었습니다. 언제 마주 앉아 선생님이 주신 우리 차 음미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눈빛 나누고 싶습니다. 06.08.1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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