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염상섭의 효풍

맑은물56 2009. 2. 26. 11:40

염상섭의 효풍

 

▶<효풍>은 횡보 염상섭이 1948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1월 3일까지 <자유신문>에 연재 발표했던 장편소설로 해방 이후 남북한의 분단이 점차 가시화되고 남북한의 단독 정부 수립을 둘러싼 혼란이 극도에 달했던 시기에 발표된 거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해방 이후 줄곧 단편소설을 통해서만 시대 현실을 그려왔던 횡보 염상섭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집필한 본격 장편이라는 점이나 단독정부수립을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한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던 시기(효풍 해설부분 참조)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74년 김종균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진 이후 1996년 이전까지 20여 년이 지나도록 단 한 편의 연구 논문도 발표된 적이 없는, 철저하게 잊혀진 작품이었다. 현재까지 발표된 이 작품에 대한 작품론으로는 최근 문학평론가 김재용(현 원광대학교 교수)에 의해 자가론을 겸해 발표된 작품론이 거의 유일한 것이다. 김재용은 “일제하 그의 작품 중에서 <삼대>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해방 후에는 <효풍>을 대표작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해방 직후 민족 현실의 총체적 상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효풍>은 해방된 조국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할 책임을 진 젊은 세대들의 사랑과 정치적 지향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다. 해방 이후의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병직과 혜란, 그리고 화순이라는 인물의 삼각구도가 작품의 큰 줄기이다. 이 작품은 외견상으로는 연애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단순한 연애소설의 범주를 벗어나 해방된 이후에도 여전히 편법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친일 모리배들의 모습과, 일본을 대체해 새로운 종주국으로서의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미국 및 미군정청의 영향력이 혼효되어 있는 혼란의 와중에서,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국가관이 어떻게 모색되어야 하는가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에서 그것은 남주인공 병직이 혜란과 화순을 놓고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즉 주인공의 이념적인 선택을 삼각관계의 구도 속에 녹여 넣고 있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혜란과 병직이, 자기 세대의 신념과 삶의 방향을 가로막는 일군의 적대 세력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며 정치적인 신념을 형성해 가는가 하는 과정이 시대를 상징하는 많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명징하게 그려져 있다. 작품에서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적대 세력은 대체로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일제의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친일 행각을 통해 부와 권력을 축적한 모리배들이 가하는 현실적인 압력들이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현실의 정치 상황을 조장하거나 이용하면서 좌.우익의 분열을 획책하고 새로운 식민 통치 세력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미국 및 미군정청의 정치적 영향력이다.
헤란은 24세의 미혼 여성으로 얼마전까지 영어교사를 했으나, 빨갱이로 몰려서 학교를 그만두고 난 뒤 지금은 골동품점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아버지 때부터 교류가 있는 박종렬 영감의 아들 박병직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병직의 동료 기자였던 최화순이라는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삼각관계의 구도는 좌익에 경도된 화순과 우익에 쏠려 있는 혜란 사이에서 주인공 박병직의 좌.우익 이데올로기 선택의 문제와 결부되어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당시는 남한의 단독정부수립을 둘러싼 내부의 갈등으로 우익 청년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또 관권에 의한 좌익 색출이 과도하게 횡행하던 때여서 혜란과 병직이 각각 학교와 신문사로부터 쫓겨나거나 자리를 옮겨야 했던 것은 시대적인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는 삽화라고 할 수 있다. 친일 모리배인 병직의 아버지 박종렬과 서양요리집 마담인 가네코의 남편 임평길, 청년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박종렬과 관계를 맺고 있는 혜란의 오빠 태환 등이 해방 이후의 극심한 이념 대립의 현실에서 다시금 정치적인 지배 집단에 편승해 부와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던 친일 모리배의 전형적인 삶을 대변하고 있다. 박종렬과 임평길을 위시한 친일 모리배들과 대비되는 인물로 혜란의 아버지인 김관식과 그의 친구인 남원을 들 수 있다. 한때 작가이자 잡지 경영인이기도 한 남원이나 김관식은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해방 이후의 혼란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지키며 살아갔는지를 보여준다. 친일 모리배들과 양심적인 지식인 계급을 대비시킨 이런 인물화의 구도는 당시의 혼란한 사회의 양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좌익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있는 인물 이동민, 한국의 정치 현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외국인 브라운과 베커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염상섭의 폭넓고 깊이 있는 현실 통찰력과 미래를 옳게 내다보고 거기에 제대로 대처하려 한 그의 원숙하고 탁월한 리얼리즘은 이 작품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효풍>은 횡보 염상섭이 1948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1월 3일까지 <자유신문>에 연재 발표했던 장편소설로 해방 이후 남북한의 분단이 점차 가시화되고 남북한의 단독 정부 수립을 둘러싼 혼란이 극도에 달했던 시기에 발표된 거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해방 이후 줄곧 단편소설을 통해서만 시대 현실을 그려왔던 횡보 염상섭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집필한 본격 장편이라는 점이나 단독정부수립을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한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던 시기(효풍 해설부분 참조)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74년 김종균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진 이후 1996년 이전까지 20여 년이 지나도록 단 한 편의 연구 논문도 발표된 적이 없는, 철저하게 잊혀진 작품이었다. 현재까지 발표된 이 작품에 대한 작품론으로는 최근 문학평론가 김재용(현 원광대학교 교수)에 의해 자가론을 겸해 발표된 작품론이 거의 유일한 것이다. 김재용은 “일제하 그의 작품 중에서 <삼대>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해방 후에는 <효풍>을 대표작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해방 직후 민족 현실의 총체적 상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효풍>은 해방된 조국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할 책임을 진 젊은 세대들의 사랑과 정치적 지향을 문제삼고 있는 작품이다. 해방 이후의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병직과 혜란, 그리고 화순이라는 인물의 삼각구도가 작품의 큰 줄기이다. 이 작품은 외견상으로는 연애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단순한 연애소설의 범주를 벗어나 해방된 이후에도 여전히 편법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친일 모리배들의 모습과, 일본을 대체해 새로운 종주국으로서의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미국 및 미군정청의 영향력이 혼효되어 있는 혼란의 와중에서,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국가관이 어떻게 모색되어야 하는가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에서 그것은 남주인공 병직이 혜란과 화순을 놓고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즉 주인공의 이념적인 선택을 삼각관계의 구도 속에 녹여 넣고 있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혜란과 병직이, 자기 세대의 신념과 삶의 방향을 가로막는 일군의 적대 세력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며 정치적인 신념을 형성해 가는가 하는 과정이 시대를 상징하는 많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명징하게 그려져 있다. 작품에서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적대 세력은 대체로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일제의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친일 행각을 통해 부와 권력을 축적한 모리배들이 가하는 현실적인 압력들이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현실의 정치 상황을 조장하거나 이용하면서 좌.우익의 분열을 획책하고 새로운 식민 통치 세력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미국 및 미군정청의 정치적 영향력이다.
헤란은 24세의 미혼 여성으로 얼마전까지 영어교사를 했으나, 빨갱이로 몰려서 학교를 그만두고 난 뒤 지금은 골동품점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아버지 때부터 교류가 있는 박종렬 영감의 아들 박병직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병직의 동료 기자였던 최화순이라는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삼각관계의 구도는 좌익에 경도된 화순과 우익에 쏠려 있는 혜란 사이에서 주인공 박병직의 좌.우익 이데올로기 선택의 문제와 결부되어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당시는 남한의 단독정부수립을 둘러싼 내부의 갈등으로 우익 청년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또 관권에 의한 좌익 색출이 과도하게 횡행하던 때여서 혜란과 병직이 각각 학교와 신문사로부터 쫓겨나거나 자리를 옮겨야 했던 것은 시대적인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는 삽화라고 할 수 있다. 친일 모리배인 병직의 아버지 박종렬과 서양요리집 마담인 가네코의 남편 임평길, 청년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박종렬과 관계를 맺고 있는 혜란의 오빠 태환 등이 해방 이후의 극심한 이념 대립의 현실에서 다시금 정치적인 지배 집단에 편승해 부와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던 친일 모리배의 전형적인 삶을 대변하고 있다. 박종렬과 임평길을 위시한 친일 모리배들과 대비되는 인물로 혜란의 아버지인 김관식과 그의 친구인 남원을 들 수 있다. 한때 작가이자 잡지 경영인이기도 한 남원이나 김관식은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해방 이후의 혼란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어떻게지키며 살아갔는지를 보여준다. 친일 모리배들과 양심적인 지식인 계급을 대비시킨 이런 인물화의 구도는 당시의 혼란한 사회의 양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좌익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있는 인물 이동민, 한국의 정치 현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외국인 브라운과 베커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염상섭의 폭넓고 깊이 있는 현실 통찰력과 미래를 옳게 내다보고 거기에 제대로 대처하려 한 그의 원숙하고 탁월한 리얼리즘은 이 작품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