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을 어른으로 대우해주자 ...... 마광수
☆ 별 ☆
마광수 시 / 김성봉 곡, 노래
이 세상 모든
괴로워하는 이들의 숨결까지
다 들리듯
고요한 하늘에선
밤마다
별들이 진다
들어 보라
멀리 외진 곳에서 누군가
그대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
지는 별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오늘
그대의 수심(愁心)이
수많은 별들로 하여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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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어른으로 대우해 주자 ......... 마광수
우리나라의 고전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과 성춘향은 만 15세의 나이에 이미 ‘어
른’ 취급을 받아 성적 교섭은 물론 사고(思考)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서양의 경우
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두 남녀는 나이가 겨우 13세로 되어 있다. 서구에서는
모차르트 같은 조숙한 천재가 활동했던 시대까지만 해도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축소판
어른’이었지 ‘미성년’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차르트같이 조숙한 천재들이 당시엔 흔했
는데, 학교 교육(특히 군대식 기숙학교)이 정착되고 나서부터 학교는 오직 ‘인내력’을
배양하는 곳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대다수의 학생들을 사도마조히스트(sado-
masochist)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천재적 조숙아들의 창의력을 불식시켜버렸던 것이
다.
나는 우리나라 개화기 때 이광수나 최남선 같은 문필가들이 사춘기 때부터 문필활동을
하고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다는 사실이 늘 신기하게 여겨졌었다. 그런데 과거의 사
례를 살펴보고나서 그 이유를 간단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 즉 그들은 특별히 똑똑해서라
기보다 학교 교육의 피해를 덜 입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요즘 한국의 청소년들을 보면 성춘향과 이도령이 연애하던 시절에 비해 체격도 훨씬 크
고 생각도 어른스럽다. 성징(性徵) 역시 훨씬 더 빨리 나타나는 것이 물론이다. 그런데
도 우리나라의 관습과 법률은 아직도 19세 미만의 남녀를 무조건 미성년자로 취급하고 있
다.
고려시대는 물론이고 성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이었던 조선시대에도, 자유연애는 불가능
했을지언정 사춘기 때 다 시집장가를 갈 수는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빠른 발육에 배해
성적(性的) 공백기가 훨씬 길게 되어 있어 많은 청소년들을 성적 기아(飢餓) 상태에 놓아
두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자유로운 멋내기나 춤 등 여러 가지 대리배설수단
의 확보인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러니 여간 둔하거나 인
내력이 강한 학생이 아니라면 대부분 잠재의식 속에 성적 콤플렉스들을 축적하게 되기 쉽
다.
특히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달한 천재적 조숙아들은 규범적 간섭이나 규제를 못 견뎌하
는 게 보통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창의력이 개인 및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같은 폐쇄적 교육환경에서 살
아남아 이른바 ‘출세’한 인물들은, 청소년기 때 성욕을 창조욕구로 대체시키지 못하고
물욕이나 권력욕으로 대체시킨 권위주의적 속물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권위주의적 속물근성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의 운명은 물론 타인의 운명이나 사
회의 운명까지도 폐쇄되고 정체된 ‘과거지향적 국면’으로 몰아간다. 유아기 때는 ‘철
없음’을 핑계삼아 비생식적(非生殖的) 섹스일망정 그래도 성의 자연스런 대리배설이 가
능하고, 20대 시절에는 ‘정신적 사랑’이라는 낭만적 허상 속에서 몽상적인 즐거움을 그
런대로 맛볼 수가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 때 고착된 도덕적 경건주의를 밑천으로 출세한
성인들은, 스스로의 성적 기갈(飢渴)을 ‘권력을 동원한 타인의 성적 만족이나 성적 관심
에 대한 앙갚음’, 즉 도덕적 테러리즘으로 풀려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정치적, 문화적으로 후진된 사회일수록 도덕만능주의의 경향이 강하고 육체보다 정신
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배엘리
트들은 대부분 ‘성 알레르기’를 가졌거나 가진 ‘척’하며 이중적 위선을 출세의 발판
으로 삼는다. 정신주의란 성을 죄악시하거나 필요악 정도로 간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러한 태도는 각 개인의 자유와 창의력을 억압하여 미래보다는 과거를, 자유로
운 개성추구보다는 획일적 통제를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생각에는 미성년
의 기준을 고교 1학년 정도의 나이인 만 16세 미만으로 바꿔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자유
를 주면 자율이 생긴다. 그리고 성억압에 따른 도덕만능주의의 권위주의적 성격이 형성되
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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