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생각 / 정완영
쓰르라미 매운 울음이 다 흘러간 극락산 위
내 고향 하늘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 뒤에 걸려 사윌 줄을 모르네.
동구밖 키 큰 장성 十里벌을 다스리고
푸수풀 깊은 골에 시절잊은 물레방아
秋風嶺 드리운 낙조에 한 폭 그림이던 곳.

소년은 풀빛을 끌고 세월 속을 갔건마는
버들피리 언덕 위에 두고 온 마음 하나
올해도 차마 못 잊어 봄을 울고 갔더란다.
오솔길 갑사 댕기 서러워도 달은 뜨데
꽃가마 울고 넘은 서낭당 제 철이면
생각다 생각다 못해 물이 들던 도라지꽃.

가난도 길이 들면 양처럼 어질더라
어머님 곱게 나순 물레줄에 피가 감겨
청산 속 감감히 묻혀 등불처럼 가신 사랑.
뿌리고 거두어도 가시잖은 억만 시름
고래등 같은 집도 다락같은 소도 없이
아버님 탄식을 위해 먼 들녘은 비었더라.

빙그르 돌고 보면 인생은 回轉木馬
한 목청 뻐꾸기에 고개 돌린 외 사슴아
내 죽어 내 묻힐 땅이 구름 밖에 저문다.
* 정완영
경북 김천 출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조국''부자상' 동시로는 '분이네 살구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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