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歸天. 새 .약속. 갈대 - 천상병

맑은물56 2008. 5. 21. 18:45
 歸天. 새 .약속. 갈대 - 천상병


     

     

     

     


     

     
     
    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약속 /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톳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갈대 / 천상병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추억: 백남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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