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경사, 뙤약볕을 씩씩거리며...
포항에 간다고 하였을 때, 캐나다로 떠나신 김선생님께서 누군가를 소개해주시겠다고 말씀을 하신다. 듣는 순간,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생각할수록 도리어 불편해질것만 같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첫대면인 사람을 따라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내가 보고자하고 느끼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말야.. 그저 상대방에게 결례를 하지않을까 마음을 쓰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못들은척 할 수도 없어 일단 김선생님께 전화를 한 통 걸었다. 일부러 마음 써주시는 것을 무턱대고 거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말이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캐나다로 출국할 준비를 하시느라 바쁘신지 전화를 안 받으신다. 남의 호의를 거절하는가 싶어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포항을 둘러볼 것에 대비하여 준비를 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답사여행하기 좋은 책에는 포항이라는 곳이 절묘하게 빠져있었다. 포항사람들이 알면 재미없겠는걸...왜 하필 거기만 빠져있는 것일까? 하며 네이버에 검색을 하였더니 사찰은 보경사와 오어사가 눈에 뜨인다. 관광안내데스크에서 물어본 결과, 보경사가 훨씬 더 큰 규모의 사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선생님께서도 보경사를 꼭 보아야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왜 나는 처음부터 오어사에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내 이웃님중에는 [끌리는 것에 빠져보는거야]라는 블로그명도 있는데.. 인생사 끌리는대로 가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오어사를 찾아가는 것은 좋지만 몇일전 지인의 말이 [세상이 나를 거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오어사가 나를 거부하는 것인지... 초행이라고 해서 도통 말이 통하지않는 외국도 아니거늘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서 버스를 타고 오어사 하나 찾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포항은 아주 먼 인근의 교외까지 모두 시내버스라고 적힌 버스들이 커버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시외버스들이 아니고 전부 시내버스.. 아무튼 시내버스의 번호까지 안내를 받아 모두 메모를 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차가 오지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였더니 옆에 있던 아가씨가 방향을 잘못 잡으셨다면서 건너편에서 타야한다고 말해준다. 흐익, 정말로? 분명 이쪽에서 타라고 그랬는데..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더니 이쪽에서 타면 곧 어디가 나오는데..하면서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한마디 툭 던지는 것도 아니고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럴듯도 싶어 고맙다며 건너편으로 건너가 버스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않아 버스가 도착하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요금을 내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어랏 잔돈이 없는 것이다. 기사분께 5000원짜리 밖에 없다고 하며 오천까지 갈 것이니 다른 손님이 내시는 돈으로 잔돈을 주시라고 하였더니, 아니 이 버스는 오천에 가지를 않는다나 뭐라나 아니 그럴리가요 이게 어떻게 되어버린 스토리인감..
아무래도 그 아가씨가 무얼 착각하고 내게 알려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그런데 운전기사 양반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내려서 건너편에 가서 타라고 하던가 잘못 탔으면 어떻게 가야한다는, 혹여 친절할 마음이 없으면 아주 기본적인 설명이라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아무말도 없이 마구 달리기만 한다. 그럼 어떻게 해서 가야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니까 무조건 정거장도 아닌 곳에 세워주며 어떤 방향으로 가라는 말도 없다. 초행이니 좀 알려달라는 말을 했음에도 말이다. 근처에는 포항택시도 없는듯 도무지 택시구경도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아무리 초행인 곳에 많이 다녔어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건너편 방향이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건너 한참을 걷다가 겨우 택시를 한 대 잡을 수 있었는데.. 택시기사에게 그런저런 내용을 이야기하며 버스를 탈 수 있는 장소로 가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택시기사는 갑자기 흥분을 하며 이곳 버스들이 모두 한 회사에서 운행을 하는 바람에 경쟁자가 없으니 그렇게 불친절하다며 포항시민들도 여간 불편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포항을 떠날즈음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내게 버스타는 곳을 정정해서 알려준 아가씨는 방향은 제대로 잡아준 것이다. 내가 북쪽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 서있었으니까 말이지^^ 포항시내의 남쪽과 서쪽의 정중앙에 대각선으로 위치해있는 오어사에 가는 버스들은 포항시내에서 약간 북쪽에 위치한 죽도시장을 거쳐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어있다. 코스자체가 모두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 북쪽으로 가는 방향에서 버스를 타지만 7~8분후면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방향만을 생각했던 것이렸다. 뭐 이참에 확실하게 오어사에 가는 방법은 확실하게 알아두게 된 셈이지~
참 포항시민들께서는 맘씨도 고우신겨... 부산에서 포항으로 올 때 타고왔던 시외버스의 운전기사가 너무 불친절하고 틱틱거려 아무래도 경상도에 대한 이미지가 회색빛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이런 버스기사까지 보았으니, 물론 그 기사아저씨는 아침에 부부싸움이라도 한 것이려니 아니면 로또복권이 안맞았다거나 ㅎ 적당히 잊어버리고 다니기는 하겠지만 생각처럼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소소한 일에 지역감정까지 개입시킬수는 없지만 전라도 지방으로 여행을 가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어느곳을 여행해도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다. 오어사 ! ! ! 얼매나 멋진 곳이 나타나려고 이렇게 사람 애간장을 태우는겨?
조금만 더 걸으면 오어지가 나타난다 열심히 하낫 둘 하낫 둘..
물어물어 산을 넘고 내를 건너...훗 후~ 산을 넘은 것은 아니지만 우여곡절끝에 오어사에 가기위해 오천구시장에 내려 오어사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런 산골은 버스가 자주 오지를 않는다. 두시간 가까운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이 되니 이곳 사람들은 여름날 한낮에는 바깥나들이를 피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사람하나 보이지를 않는다. 수퍼에 들어가 [아맛나]를 꺼내들고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버스때문에 이리저리 마음이 상했는데 [아맛나] 안에 있는 단팥이 살살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태양은 절정을 향해 가는 것인지... 이글이글 타오르고 등뒤로 흐르는 땀, 모자를 벗어 이마에 맺힌 땀까지 닦으며 수퍼안에서 왔다갔다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를 타고 오어사에 도착을 하니 버스를 탄 곳으로부터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우선 녹차 비슷한 것을 하나 사서 한 모금 마신 다음 배낭에 쑥 넣고 선글래스를 끼고 걷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100m쯤 걸으니 아주 가파른 경사가 눈앞에 나타난다. 흐음, 이정도쯤이야 씩씩거리며 올라간다.
여기서부터는 원효와 혜공이 물고기를 법력을 실험하기위해 물고기를 풀어놓았다는 그 오어지가 시작된다. 둘레를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깜빡 잊고 그냥 나오고 말았지만 아무튼 참으로 커다란 저수지이다. 내가 이곳에 도착하는 날은 정말 무더웠다. 하늘은 파랗고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전형적인 여름날씨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데..그전에는 여름날은 무조건 여행이라는 것을 피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여름에도 땀을 흘리며 잘 걷는 편이다. 그만큼 나자신 오래전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까짓 날씨가 더워봐야 얼마나 더울거라고 사람이 그거 하나를 극복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굳은(?) 결의로, 횟수는 많지않지만 더운 여름에도 가끔씩 여행을 즐기는 내가 대견스럽다 ㅋ 훅 훅 달아오르는 길을 걸으며 등줄기로 흐르는 땀 마음속으로 흐르는 고뇌의 땀을 인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땡볕에서 익어가는 과실의 당도가 어째서 그리 되는지 알 것 아닌가? 사람으로 하자면 그런저런 어려움을 겪어야 삶의 연륜이, 나이테로 하나 둘 쌓이는 것처럼 단순한 과일하나도 쏟아지는 뜨거움을 인내하며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겠지...
오어지를 따라 한참을 걸어야 오어사에 도착을 한다 둘레를 돌아가며 계속 다른 풍광을 연출하는 오어지를 한 컷, 또 한 컷..
언제 세워졌는지 어디에서도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자동차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새로 만들어진 다리라 생각된다. 원효교와 혜공교 두개의 다리가 있다.
지금은 자동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넓은 다리가 만들어져 있지만 그전에는 사람들이 통과할 수 있을만한 다리뿐이었던 듯..그런데 새로운 다리가 놓이고도 예전의 다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성급하게 혼자 몸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녀석..훗 후 그렇게 급한겨?
이윽고 저쪽으로 주차장이 나타나고 자그맣고 아담한 오어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척 더운날임에도 오어사를 향하는 오어지 부근에는 많은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고, 오어사 주차장에도 제법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오어사
위치: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홈페이지:www.ipohang.org
운제산 오어사는 부처님의 그윽한 향기가 머물고 용이 감싸고 있는듯한 호수와 기암절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오어사는 신라 4대 조사를 배출한 성지다.
신라 26대 진평왕(579~632)대에 창건된 사찰로 당초에는 항사사(恒沙寺)라 불렀으나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법력(法力)으로 개천의 물고기를 생환토록 시합을 하였는데 그 중 한마리가 살지 못하고 다른 한 마리는 살아서 힘차게 헤엄치는지라, 그 물고기가 서로 자기가 살린 물고기라 하여 나"오(吾)", 고기어"어(魚)" 자를 써서 오어사(吾魚寺)라 하였다고 한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 다포(多包)집으로 조선 영조17년(1741)에 중건하였다. 사찰 주변은 운제산(雲梯山)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오어지(吾魚池)의 푸른물이 장관을 이루고 있고, 기암절벽위의 자장암 및 오어사 서쪽의 원효암 등이 있다. 경북문화재 제88호인 대웅전, 국가보물 제1280호인 범종, 원효대사 삿갓, 그외 다수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현지교통:시내에서 오천행 102번, 300번 시내버스 이용-오천 구종점에서 하차후 오어사행 마을버스 탑승. 도로안내:경부고속도로-경주IC-포항-31번국도-청림동 청림초등학교앞 삼거리-14번국도 오천읍 방향-문충리-오어사
운제산
운제산은 원효대사가 원효암과 자장암을 명명하고 수도 포교할 때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암자가 기암절벽에 있어서 내왕이 어려우므로 구름다리로 서로 오가고 했다 하여 붙인 이름이 雲梯山이라고도 하며, 신라 제2대 남해왕비 운제부인의 성모단이 있어서 붙인 이름이라고도 한다. 과거에 자장, 원효, 혜공 등 고승들이 이 산에서 수도하였다고도 전해진다.
산여계곡:운제산 가운데로 흐르는 천해의 계곡으로 특히 물이 좋아 여름철에는 시민의 휴식처가 된다. 상수원보호 구역이기도 하다. 대왕암:운제산 정상에 있으며 높이 30여m, 둘레 50m로 독립된 바위다. 바위사이에서 샘이 솟아나오는데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시내에서 오천행 102번, 300번 시내버스를 이용(12분 간격 운행) 오천 구종점에서 하차후 오어사행 버스탑승(1일 11회) 자가용:시내에서 포스코를 지나 청림삼거리에서 929지방도 이용 오천읍내에서 오어사 방면으로 4km가면 됨.
응진전
범종각
대웅전
오어사의 여름하늘은 어찌 이리도 파랗고 고울까? 요즘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산넘고 내를 건너 이리저리 여행을 하다보면 절집 몇군데와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종교도 이제는 일종의 사업이 되어버린지 오래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아선지.. 어디를 가도 옛스러움의 정취는 사라지고 남아있지 않다. 뭐든지 부수고 새로운 것을 짓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절집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어찌 새것만이 좋을 것이라고.. 큰 절집은 큰대로 작은 절집은 작은대로 뜯어 내고 쿵쾅거리며 고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래서 절집의 이름만 듣고 그 명성을 믿고 찾아갔다가 번쩍번쩍 고쳐진 절집에 실망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어사에 대한 별다른 정보없이 그저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을 사전에 읽어보고 갔었다. 교통편때문에 불편을 겪으면서 오어사에 도착을 하고 드넓게 펼쳐진 오어지 주위를 걸으며 무더운 날씨속에서도 마음이 편했었는데... 도착을 해보니 정말 작고 아담한 절집이었다. 마치 조금 마당이 커다란 아흔아홉칸 대가집에 들어간 기분이라고나 할까.. 스님도 보살님도 몇 분 안되는듯 하고 작지만 아담한 경내를 깔끔하게 손질하고 정돈해놓은 듯 기분이 맑아진다. 경내가 넓지않으니 오고 갈 곳도 딱히 없는데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법당과 작은 전각들을 들여다 보았다. 통영에 갔을때 미륵도에 있었던 미래사도 이렇게 작고 아담했었는데~
오어사를 찾아오느라 시간도 걸리고 언짢은 기분도 들기는 했지만 번쩍거리며 새롭게 단장을 한 절집들을 찾았을 때의 실망감이 없어 다행이었다. 마지막날은 보경사를 가보게 되겠지만 보경사가 어떻든 나는 이유없이 너무나 작고 아담한 오어사가 마음에 꼭 들었다. 땀을 흘리며 힘들게 찾아온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래서인가보다. 혹여 많은 사람들이 불사를 하여 다음에 오어사를 찾았을 때는 알아볼 수 없게 바뀌어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작은 법당과 파란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다.
백중영가천도제도 있고, 여러가지 기도를 올리는 불사앞에 간간이 사람들이 가족의 이름을 적으며 간절한 기도를 원한다. 기와불사가 많아지면 다 뜯어내고 새로운 법당을 짓는 것은 아닐까?
백련화
기와옆에 봉숭아가 이글거리는 햇볕에 몸을 늘어트리고 숨을 죽이고 있다
이것이 물파초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 부추?
불교용품 파는 곳 뒤로 돌아가니 대나무가 시원스레 그늘을 만들고 있다.
빨간 고추잠자리...
吾魚寺라 적힌 현판을 도로 내려가서 우측으로 걸어가면 원효암이라고 하는 암자가 있다. 그늘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며 無念으로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
이 다리를 건너가면 가파른 언덕으로 원효암가는 길이 나온다. 아래 오어지에는 원효와 혜공이 서로 살렸다고 주장하는 물고기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복을 짓고 사는지.. 크기도 무척이나 크다.
원효암 올라가는 길에서 바라다본 건너편 자장암 절벽 가장 높은 곳에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자장암의 기와가 조금 보인다. 원효암과 자장암을 다닐때 구름사이로 사다리를 놓아 연결하여 다녔기에 이 산을 雲梯山이라 했다던가 뭐라던가^^
그리 넓지않은 경내를 둘러보는데 세시간 가까이 돌아다니고 땀을 억수로 쏟아내고보니 조금 지친다. 이제 시내로 들어가고 싶기는 한데..죽도시장에 한 번 가보아야 할 것 아닌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1시간남짓 남았다. 다시 오어지를 따라 버스에서 내렸던 곳을 향해 걸으면서 바람 한 점 없는 파란 여름하늘을 올려다 본다. 파란 하늘을 가린 밤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밤송이가 아직 튼실하지 않고 여려, 사람으로 하면 30대쯤이라고 하면 맞을래나 아직은 팔월인지라.. 들판의 벼이삭과 과실들이 익으려면 뜨거운 햇볕에 인내해야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구월이면 저 여리디여린 밤나무의 밤톨도 더욱 굵어지고 튼튼해지리라. 구월... 머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이 오려면 말이다.
<逍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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