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소문의 벽(壁)-이청준

맑은물56 2008. 4. 8. 21:56

소문의 벽(壁)-이청준(1971년 <문학과 지성>에 발표된 중편 소설.)

잡지사 편집장인 '나'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누구에게인가 쫓기고 있다며 도와 달라는 한 사내를 만난다. 엉겁결에 그를 하숙방으로 데려와 함께 잠이 들었던 '나'는 아침에 깨어나서 사내가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한다. 이상한 생각이 든 '나'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정신 병원을 찾아갔다가 그 사내가 병원에서 도망친 환자 '박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담당의사인 김 박사는 '박준'이 심한 히스테리의 일종인 진술 공포증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환자는 무엇인가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박준'의 본명은 '박준일'로서 1-2년 전만 해도 정력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던 소설가이다. '나'는 '박준'이 쓴 '괴상한 버릇', '벌거벗은 사장님' 그리고 제목이 붙어 있지 않은 중편 소설 등을 읽게 된다. 그 소설 중에 '박준'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전짓불의 실체가 드러난다. 남해안의 조그만 포구(浦口)가 고향인 '박준'은 6·25가 일어났던 해 가을, 밤중에 밀어닥쳐 전짓불을 들이대고 좌인이냐, 우익이냐를 묻는 정체 모를 사내들에게 공포감을 느꼈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나'는 김 박사에게 찾아가서 '박준'의 병인(病因)을 이야기하지만, 김 박사는 자신의 권위 의식 때문에 '박준'의 진술을 끌어내기 위한 자신의 방법을 포기하지 않는다. 끝내 김 박사는 '박준'의 병실 불을 끄고전짓불을 들이대는 치료 방법을 택하고 만다. 그날 밤 '박준'은 병실을 도망쳐 나가 버린다.

'나'는 '박준'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날 것인가를 회의하면서 길을 걷다가 김 박사나 내가 박준의 병세를 더 악화시켰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한다.                 

▶갈래 : 중편소설

▶배경 : 글쓰기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사회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구성 : 액자 구성

▶주제 : 의사(意思)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한 인간의 정신적 상처.

▶발단 : 골목길에서 박준을 만남.

▶전개 : 박준에 대한 관심. 정신 병원을 찾아감.

▶위기 : 박준의 치료 방법에 대하여 '나'와 담당의사 김 박사의 의견 대립.

▶절정 : 전짓불의 공포로 박준이 미쳐서 병원 탈출.

▶결말 : 박준의 행방 불명.

▶나 : 잡지사 편집장. 우연한 기회에 소설가 박준을 만나 그의 정신병의 근원에 호기심을 갖는다. 드디어 작가인 그(박준)가 '왜 글을 못 쓰는가?'에 대한 해답을 발견한다.

▶박준 : 6·25 때 겪은 '전짓불의 공포'와 현재의 불안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정신 병원에 자청해서 들어간 소설가. 그러나 거기서도 담당 의사의 고정된 질문과 전짓불의 충격으로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는 정말 미쳐서 병원을 뛰쳐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