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9 인도성지순례 3일째 바라나시
▲ 초전법륜 성지 사르나트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순례를 출발한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한참을 자고 새벽 4시30분에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뜨니 찬바람도 많이 들어오고 바깥은 껌껌한 가운데 안개가 자욱한 느낌이고, 마치 완행 열차를 탄 것처럼 기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역에 설 때 마다 가끔씩 인도 사람들 목소리가 웅성이며 들리곤 했습니다.
▲ 달리는 기차 안에서의 천일결사 기도.
새벽5시 무변심 법사님의 집전으로 송수신기를 통해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달리는 새벽 기차 안에서 도반들과 함께 기도하는 느낌은 무척 인상적이였습니다. 기도 중 예불문에서 “오백성” 이라는 문구가 나올 때 스님께서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 말씀하셨듯 오백 아라한 중 한명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차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설레임이 들었습니다.
새벽 예불이 끝나갈 무렵 예상보다 일찍 바라나시 근교의 무갈사라이 역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30분 일찍 도착했다고 합니다. 새벽 5시50분 무렵 사홍서원까지 다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짐을 싸서 기차에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헤드랜턴을 끼고 어깨와 양손에 배낭과 캐리어를 둘러메고 철로 위로 난 육교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땀 범벅이가 되어 겨우 무갈사라이역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육교를 오를 때는 짐이 무거워서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바라나시로 들어오는 팀들을 통해 성지순례 물품들은 미리 이동되었기 때문에 예년보다 공용짐이 많이 줄어들어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짐운반을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 정토회 성지순례단이 보름 동안 타고 다닐 버스. 총 13대가 줄을 지어 이동합니다.
무갈사라이역을 빠져나오니 큼직한 버스들이 순례단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버스에 모두 짐을 싣고 6시40분경 바라나시의 강가강으로 향했습니다. 이동 중에 창밖을 보니 소똥을 말리는 시골 풍경도 보이고 캘커타와는 또다른 느낌이었고, 새벽이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 활기차 보였습니다. 산스크리트 유니버시티 앞에서 하차하여 2인 1조씩 짝을 이루어 30루피 50루피씩 가격 흥정을 하면서 자전거 릭샤를 타고 강가강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자전거, 릭샤, 오토바이, 자동차, 소, 개까지 길거리를 지나가고, 차들은 쉴새없이 빵빵 경적을 울렸습니다.
▲ 자전거 릭샤를 타고 강가강으로 향하는 순례객들
스님께서는 오토릭샤를 타고 가장 먼저 강가강에 도착해 순례단이 배를 타는데 문제가 없는지 점검을 하시고 어느 정도 다 왔을 때 스님께서도 순례단과 함께 배를 타셨습니다. 아침녘 노를 젓는 배를 타니 한층 운치가 더했습니다.
▲ 스님의 안내를 송수신기로 들으며 배를 타고 강가강을 느껴봅니다.
스님께서는 강가강을 성스럽게 생각하는 힌두교인들의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강가강에서 목욕을 하면 업이 사라진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부처님께서 “만약 그렇다면 강가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가장 먼저 해탈할 것”이라는 비유를 들려주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워준 일화를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강 반대편에 보이는 모래벌이 우기가 되면 다 물에 잠긴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정말 바다처럼 보일 것 같았습니다. 왜 인도 사람들이 고통 받는 세상에서 희망의 세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강을 건넌다는 표현으로 사용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 강가강 화장터. 시체를 둘러쌌던 노란색 황금색 천조각들.
배를 타고 화장장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아침 일찍이여서 그런지 화장이 이뤄지는 모습은 보지 못했고, 대신 시체가 거의 다 타고 시신을 둘러쌌던 노란색, 황금색 천들이 연기가 자욱한 장작 더미 위로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호화로운 왕궁에서 사셨던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는 시체를 둘러쌌던 저 노란색 황금색 천을 입고 평생을 사셨다는 말씀을 들으니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스님께서 “화장장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돌아가신 영가의 왕생극락을 위해 해탈주를 하자”고 하셔서 배 위에서 다함께 해탈주 삼독을 하였습니다. 순례객들 중에는 나뭇잎 위에 꽃잎과 촛불을 담아 강 위에 띄우며 소원을 비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배에서 내려 다시 자전거릭샤, 오토릭샤를 삼삼오오 모여서 타고 산스크리트 유니버시티에 앞에 정차한 버스 주변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는 오늘 머물 숙소로 각각 향했고, 11시 무렵 숙소에 도착해 어제 바라나시에 먼저 도착한 팀들이 해준 밥에 반찬을 곁들여 조별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밤새 기차를 타고 달려와서 아침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지 밥이 꿀맛이였습니다. 급하게 밥을 먹고 ‘사르나트’로 향했습니다.
사르나트는 부처님께서 다섯 비구에서 처음으로 설법을 하셨던 곳입니다. 불교인들에게는 참으로 역사적인 장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있었고, 설한 법이 있었고, 법을 전해받은 다섯 비구가 있었기에 그 법이 260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에게 법이 전해진 것입니다.
▲ 스님을 따라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사르나트 성지로 입장하는 오백 대중
사르나트에 도착한 500여명의 순례단은 성지 입구에서부터 맨 앞에 서 계신 스님을 따라 2줄씩 줄을 맞춰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일제히 입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정근을 하며 탑을 세바퀴 돌고 탑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간절한 마음으로 사시예불을 올렸습니다. 사시예불 후 스님께서는 순례단 전체를 위해 축원을 해주시고, 이곳 사르나트에서의 부처님의 행적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스님께서 “여기 앉아 계시는 여러분들이 5백성 중 한명이였을지 모릅니다” 라고 하셔서 대중들 모두가 함께 웃었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이곳이 부처님의 8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또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초전법륜 성지입니다. 부처님께서 처음 법 바퀴를 굴리신 곳인 사르나트, 녹야원입니다. 바로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최초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깨달은 다섯 아라한이 출현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삼보가 성립되었습니다. 스스로 깨달은 이를 ‘붓다’라고 하고, 깨달은 이가 깨닫지 못한 이를 깨닫게 하기 위한 가르침을 ‘담마’라 하고, 깨닫지 못한 이가 깨달은 이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사람을 아라한이라고 하는데 이 분들은 혼자가 아니고 여러명이기 때문에 복수의 의미를 써서 ‘상가’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붓다, 담마, 상가가 성립했기 때문에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곳입니다.
우리가 부처님이 태어났다 하지만 사실은 나중에 부처를 이루었기 때문에 부처가 태어났다고 말하지 부처를 이루지 못했으면 태어난 것만으로는 부처가 아니지요. 부처님이 도를 이룬 곳이 보드가야인데 거기야 말로 부처님이 태어난 곳이죠. 그러나 부처님이 설법을 안했으면 우리가 부처님을 모르잖아요. 그러니 중생의 입장에서 부처가 출현한 곳은 어디입니까? 바로 이곳, 사르나트입니다. 우리가 법문을 듣고 우리가 깨달아봐야 붓다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곳이 불법승 삼보가 성립된 곳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성스럽게 여긴 것입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고 200년이 지난 후에 인도에서 제일 위대한 성군이였던 아쇼카 왕이 출현했는데, 그분은 인도의 크고 작은 나라들을 통일하고 불법에 귀의를 했습니다. 통일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것을 크게 참회하고 불법에 귀의하고나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기념탑을 쌓았어요. 이곳에는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한 곳이라고 해서 기념탑을 쌓고 아쇼카 석주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13세기 이후에는 인도 불교가 다 망해버리고 600년이 지나니까 이곳이 다 정글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지금으로부터 130여년 전에 영국 사람이 이 아쇼카 석주를 발견하고 이곳이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한 곳임이 다시 밝혀지고 성지가 복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재가신자가 처음으로 출현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뜻을 담아서 여러분들이 이곳에서 계를 받고 가사를 받아서 사미, 즉 예비승이 되는 겁니다. 오늘부터 계를 받으면 이제 여러분들은 ‘꼼짝 마라’ 가 되는 겁니다. (웃음)
예비승이 되었으니 이제 예불할 때마다 늘 가사를 수하고 수행자로서 8대 성지를 다 순례하고 상카시아에 가서 회향을 하게 되는데, 계속 수행할 사람은 정토회에 남아서 계속 수행을 하면 되고요. (웃음) 집에 갈 사람은 가사를 반납하고 돌아가면 됩니다. 원래 계율에는 들어오고 나가고를 특별한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일곱 번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이제 첫 번째로 한번 들어왔다가 나가는 겁니다. (웃음) 자, 그런 의미가 있으니까 경전 독송하고 수계식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초전법륜을 생각하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다같이 명상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부처님이 머무셨던 이곳에 앉아서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하시던 그 모습을 떠올리니 그냥 눈물이 나올 것만 같기도 했습니다. 또 경전독송을 하면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경전을 통해 다시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곳 성지에서 경전을 읽으니 마치 부처님이 살아서 다시 우리 곁에 오신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처음으로 구리가 장자가 삼귀의 오계 수계를 받은 곳입니다. 그래서 순례단도 그와 같이 이곳에서 삼귀의 오계를 수계 받아 단순한 여행객이 아니라 수행자로써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해 가자는 의미를 담아 수계식을 거행하였습니다.
▲ 호궤합장을 하고 보수 법사님 등 법사님들께 연비를 받는 순례객들
법륜 스님을 수계법사로 모시고 호궤합장을 한 채, 향으로 연비를 함으로써 성지순례 참가자들 모두가 부처님의 제자로서 삼귀의 오계를 받았습니다. 참회게를 하며 연비를 받을 때는 그동안 지은 죄를 참회하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 들어 많은 분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 유수 스님을 비롯한 법사님들께 가사를 받는 순례객들
그리고 노란 가사까지 받아서 수행자로서의 위의까지 잘 갖추었습니다. 가사를 걸친 순례단은 모두들 기뻐하면서 기념사진을 서로 찍어주며 밝게 웃었습니다. 혜초스님께서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1년 간이나 배를 타고 인도에 와서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했던 그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며 우리도 성지순례기간 동안 수행자로서 하루 하루 생활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계식을 모두 마치고 가사를 걸친 채 진정으로 수행자의 마음이 되어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다시 사르나트 탑을 세바퀴 돌았습니다. 노란 가사를 걸친 오백 대중이 줄지어 탑을 도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 스님을 따라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한 성지를 거닐어 봅니다.
그리고 사르나트 탑을 배경으로 순례단 오백 대중이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수행자로 거듭난 순례단의 얼굴에 모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오백 대중이 초전법륜 성지 사르나트 앞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차량별로도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스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후 신물간다 쿠티와 영불탑 참배는 차량별로 법사님의 안내를 따라 각각 진행되었습니다. 법사님들은 각 차량별로 밀착해서 자세한 설명과 안내를 순례단에게 해주었습니다. 신물간간다 쿠티는 쇠퇴해버린 인도 불교 부흥을 위해 헌신하신 다르마팔라 스님의 사리와 동상이 모셔져 있는 곳인데, 순례객들은 다르마팔라 스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영불탑은 다섯 비구가 부처님을 맞이했던 곳에 탑을 세운 것입니다. 굉장히 큰 규모의 탑에 다들 놀랐습니다.
▲ 다섯 비구가 부처님을 맞이했던 곳을 기념해 세운 영불탑
다섯 비구에게 법을 전해주기 위해 먼길을 왔던 부처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떠올려보며 법사님의 축원을 듣고 우리들도 법을 전하는 역할을 해나가자는 발원도 하면서 영불탑 참배를 마쳤습니다.
오후6시부터는 수라비 호텔 강당에 모여 저녁 만찬을 함께 했습니다. 500여명의 대중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식당이 이곳 바라나시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사 중인 강당을 한 곳 빌려서 만찬장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만찬을 마치고 순례단 전체가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가장 먼 곳에서 오신 해외에서 참가한 분들을 스님께서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별 정토회 참가자들이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소개를 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그리고 전세계에서 모였음을 서로 얼굴을 보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15일 동안 순례단을 안전하게 모셔줄 운전 기사 분들과 조수들을 소개했습니다. 운전 기사 분들을 소개할 때는 정말 강당이 떠나갈 정도의 응원 함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스님과 각 차량 법사님들은 순례단을 안전하게 모셔 주십사 운전기사 분들에게 선물과 수고비를 각각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15일 동안 성지순례를 위해 곳곳에서 수고해줄 스탭들 소개가 있었습니다. 순례단 모두 스탭들에게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각 지부별 장기자랑이 이어졌습니다. 지부별로 한명씩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이 나와서 마음껏 끼를 발산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시간 남짓한 시간이어지만 500명의 순례단 전체가 금새 한 식구가 된 듯이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이 사르나트에서 전법선언을 하신 후 우루벨라 가섭 등 천이백 대중을 교화하기 위해 가야를 향해 떠나신 그 길을 따라 이동합니다.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5시간을 이동해 가야산을 비롯해 스님께서 21년 전에 세우신 보드가야 근교의 수자타 아카데미로 가서 부처님이 6년간 고행하신 전정각산 위에도 올라가볼 에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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