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육 소식

학교폭력의 희생자

맑은물56 2013. 3. 14. 17:11

<'투신자살' 고교 학생들의 증언…"일진회예요">

애도의 꽃다발
애도의 꽃다발
(청도=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고교생의 장례식이 열린 13일 급우들의 애도하는 마음이 담긴 꽃다발이 교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 2013.3.13 yij@yna.co.kr

"가해학생 5명중 1명이 경산 짱이다"…학교는 전혀 몰라

이유 없이 때리고 힘 약하다고 괴롭혔다

(청도=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기자 = "OO는 경산 일진회예요", "XX는 자기도 왕따지만 자신보다 힘없는 애를 괴롭힌 거예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최모(15·고1)군이 경북 경산 한 아파트 23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연합뉴스 취재진이 13일 오후 만난 최군의 고교 친구들은 이같이 말했다.

최군이 남긴 유서엔 지난 2년간 자신을 괴롭힌 중학교 동창 5명의 이름이 적혀있었지만 해당 중학교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학교폭력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적 없다. 이름이 거론된 자체가 의아하다"는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숨진 최군이 다닌 경북 청도군 풍각면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1학년 학생들의 증언은 교사들이 말한 것과 크게 달랐다.

여느 학교폭력 사건과 마찬가지로 '일진'이 등장했고, '자신보다 힘이 약하다'는 특별한 이유 없이 최군을 못살게 굴기도 했다는 것.

이처럼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의 간극이 벌어져 있는 사이 최군은 수년간 또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고등학교엔 최군과 같은 경산 모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비롯해 중학교는 다르지만 오래 전부터 가해학생들을 알아 온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마지막 가는 길
'학교폭력' 피해학생 마지막 가는 길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13일 대구 수성구 한 화장터에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 학교 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자살한 최모(15·고)군의 영정이 들어오고 있다. 2013.3.13 sunhyung@yna.co.kr
유서에 적힌 가해학생 5명 중 2명은 숨진 최군과 같은 고등학교의 같은 반에, 나머지 3명은 다른 고교에 진학했다.

최군과 같은 고교의 한 남학생은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A(15)군에 대해 "친구들 사이에선 경산을 대표하는 일진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경산에 있는 모든 중·고등학교를 통틀어 지역 일진으로 불리는 이들은 학년당 3∼4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술과 담배 등을 즐기며 다른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한 학생은 "중학교 시절 A는 복도에서 (숨진)최군의 어깨를 이유없이 밀쳤고, 교실에서 때리기도 했다"며 "고등학교에 들어온 지 1주일 갓 넘었지만 벌써 무단결석, 지각을 했다"고 전했다.

경산 자살 고교생 유서
경산 자살 고교생 유서
(경산=연합뉴스) 지난 11일 학교 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최모(15·고교 1학년)군의 유서. 2013.3.12 ≪경북지방경찰청 제공≫ sunhyung@yna.co.kr
또 다른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B군도 숨진 최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한다.

한 남학생은 "B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로 통하지만 자신보다 힘이 약한 친구들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170㎝ 가량의 키에 몸무게 100㎏이 넘는 C군은 중학교 2∼3학년때 숨진 최군을 상습적으로 때리거나 돈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고, 다른 학생들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C군의 경우 2011년 겨울부터 반년 가까이 숨진 최군의 집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최군 아버지는 "C는 우리집에서 밥을 해먹이고 옷을 사 입혔던 아들 같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날 유서에 적힌 가해학생들에 대한 최군 또래들의 생생한 목격담이 줄을 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억울하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름이 적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학교폭력예방센터 박경숙 상담실장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자살이 발생하면 학교들은 백이면 백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발뺌한다"며 "교사들이 평소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업무가 과중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무관심해선 안되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소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uho@yna.co.kr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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