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의 향기

<유진의 시읽기>手話 / 나희덕

맑은물56 2012. 10. 4. 21:14

<유진의 시읽기>手話 / 나희덕

 

☛ 서울일보/ 2012.9.19(수요일)자

 

 

 

가 있는 풍경

 

 

 

 

手話

                         나희덕

 

 

네가 듣지 못하는 노래,

이 노래를 나는 들어도 괜찮은 걸까

네가 말하지 못하는 걸

나는 감히 말해도 괜찮은 걸까

새들이 울면

그 소리를 네게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새의 날개처럼

손을 활짝 펴고

눈은 붉게, 하늘을 보며

온몸으로 지저귀면 문득

가지를 넘어 날아가는 노래는 무엇일까

나눌 수 없는 고통을

침묵하는 새의 노래는 무엇일까

 

 

시 읽기

들리지 않는다고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며, 말하지 않는다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소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세상에 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바위를 향해 죽어라 내달려 몸을 부수는 파도와, 일제히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풀도, 안간힘을 쓰며 견디다 끝내 제 가지를 부러뜨린 나무도 휘몰아치는 바람을 향해 저항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지저귀면 문득 가지를 넘어가는 새의 노래나, 말할 수 없는 말을 침묵하는 사람들이나, 세상과 나눌 수 없는 고통을 침묵하는 것이다.

지행합일(知行合一)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의 실천, 즉 행이 사사물물(事事物物)에 존재하는 이 이치를 인식하는지의 결과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설과 치양지설(致良知說) 처럼 생각과 행동은 마음에 존재하는 양지의 발현일진대, 많고 많은 세상의 말에 무엇을 듣고, 무슨 말을 보태어야 할까? 사는 동안 우리는 더 많은 침묵의 소리, 진정한 마음들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