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시대에서

안초근 선생님의 수상소감 편지

맑은물56 2011. 10. 24. 10:01

펜에서 상 준다고 대표작 10편 등등을 보내라기에..........

 

 

* 사진은 첩부파일로 보냅니다.

* 펜에서 회원들께 나눠 주는 볼펜에는 "제 0회 펜문학상 수상 기념"을 써주면 고맙겠습니다.

* 安初根 수상 소감

펜에 기여한 바도 없는데 상을 주신 회장님과 심사위원님들 감사합니다.

회원님들도 감사합니다.

 

* 대표작 10 편

 

바람에게

                

바람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내가 네 손에 이끌려

꽃과 입 맞추고 햇살과 포옹하다가

눈물 핑- 돌아 되돌아 왔다는 얘기.

가다가 가다가

서방정토 어느 산마루에서

젓대 부는 귀공자 있거든

봄 햇살 반짝이는 나뭇잎 보며

무상을 우는 사람 있더라고

말하라

 


바다


나무야 바위야 산아

너희들도 나처럼 부서져야한다.

아메리카여 소비에트여 대륙이여

너희들도 부서져야한다.

부서져 모래가 되고 흙이 되고

물이 되어야한다.

지구는 물론 우주까지도

나의 동조자가 되어야한다.

하나의 태양 아래

흑인의 눈물과

인도의 무지와

방글라데쉬의 기아와

북극의 추위를 나누어야한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야한다 .

경비병도 국경도 미사일도 없이

빵과 석유를 나누고

고뇌와 슬픔을 나누어야 한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손잡아 주어야한다.

높고 낮음도 더도 덜 갖음도

강자와 약자도 없이 우리 모두는

평등해져야 한다.

억만 겁 절망과 분노를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는

코스모포리탄의 

저 절망과 고뇌.

 

 

 빠담빠담

         -에디뜨 삐아프


사랑의 찬가를 아세요?

장미빛 인생은요?

시인과 사랑했던 여자

사랑할 땐 살이 찌고

사랑을 잃었을 땐

술을 마시며 야위던 여자

쟝꼭또가 시를 써준 여자

그 여자의 부음에

쟝꼭또의 심장이 멎은 여자를

모르세요?

빠담빠담 

저 하늘에 퍼붓는 듯한

생의 처절하고 아픈 절규

작은 새를 모르세요?

 

*작은 새- 에디뜨 삐아프의 별명 

 

 


이 산봉우리

저 산자락마다

우뚝 우뚝 서 있다

태평양으로 대서양으로

뻗어나가라고

발해로 북만주로

러시아로 구라파로 달려가라고

흰 옷 입은 누군가가

두루마기에 갓을 쓴 누군가가

말 달리며 도포자락 날리는 누군가가

큰 칼 차고 갑옷 입은 누군가가

대륙을 가리키고

바다를 손짓하며

이 산봉우리 저 산자락마다

우뚝우뚝 서 있다.

 

 

호반에서


너는 호수를 보고

갈대를 보고

갈대 속에서

옛사랑을 보고


나는 너를 보고

네 꿈을 보고

네 꿈속에서

쓸쓸한 풍경을 보고.

 

 

흑장미


머리카락 흐른 이마엔

먼 하늘이 있으리.


누에나방 눈썹에는

꽃그늘이 있으리.


검실한 눈동자엔

개기 일식 있으리.


새빨간 입술은

잉걸불 타리.


집시춤을 추며 웃는

저 고혹의 미소 뒤엔

지중해가 있으리

 

 

夜來香

 

우리 사랑 이러했네

그대 곁에 있으면

어둠 속에 향기로웠네

아무 말 못하고

전신으로 향기로웠네

 

*야래향- 천하 제일의 향기가 밤에만 남. 그 향기가 매우 우아하고 달콤하고 해복해서

            누구나 감동과 경탄을 금치 못함

 

 

기다림

 

문밖을 쓸고 먼 산을 바라보며

보낼 곳 없는 편지를 쓰는 건

 

아지랑이와

저 흙바람 때문이다.

 

님이 오시는가

창을 향해 날로 목이 길어지는 건

 

우리 전생의 어느 오솔길에서

설운 영혼 그윽히 들여다 보고

말 없이 헤어진 사슴이

 

아직도 저 능선을 헤메며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 전설

          ㅡ크레오파트라-

 

순금의 배를 몰아

바람으로 갔었네 알렉산드리아에

 

실눈을 뜨고

미소는 보일 듯 말 듯

 

튜립꽃 불타는 술잔 같이

황홀한  입맞춤도 있었네

 

"문을 열면 대 나일강이 흐르고

 백성은 죽거나

 유랑하게 되리라"는

 

신탁의 돌층계를 올라

열었는가 신전을!

 

한 때는 사랑으로도 조국을 지켰단들

예나 이제나 후세에도

절대 진리는 약육강식이네

 

열사의 지평선에

먹구름이 밀려오누나

 

"바구니를 주렴"

고운 젓가슴에 독은 퍼져

황금빛 의상에 나비처럼

쓰러져 죽었나니

 

아아 운명이 다했음이여

일찌기 예감한 그날

예비한 죽음이었네

 

여인이여

불꽃이여

지금은 어느 피라밋 아래

미이라가 되어

영육의 고뇌를

잠재우는가

뒤척이는가?!

 

 

해후

 

가을

흔들 의자에

내 은빛 머리카락 날리는 하오

 

햇살을 헤치고

그대 풍문처럼 날아

내 앞에 서라

 

맑고 넉넉한 눈

눈으로의 포옹을 하며

 

나는 천천히 고개 돌려

지평선 보리

그 때 노을은 장엄히 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