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차의 정화(淨化)를 위하여 -정동주

 

 

 

 

 

 

- 

다도(茶道)는 일본에서 발달한 미의식과 불법(佛法) 및 도교(道敎)가 결합되어 세상에서 드물게 도(道)로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남겨진 일본의 문화 유산입니다. 따라서 한국 차인이 ‘다도’라는 말을 사용하거나 그 의식을 실행하는 데는 외국 문화를 배운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 다도를 마치 한국 고유의 문화처럼 알고 있다면 즉시 반성하고 그만 두어야 옳습니다.

차살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살림살이는 차인의 구체적 행동으로 표현됩니다. 흔히 행다법(行茶法)이라 부릅니다만 그 말 또한 중국이나 일본의 쓰임새를 비판없이 따라하는 것입니다.
우리말로는 차살림살이가 맞습니다. 이때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손놀림이나 몸짓이 익숙해지면 매우 깔끔하고 위의(威儀)가 있지요. 이를 흔히 기술이라 합니다만 차살림살이가 기술에 그치면 손끝이나 매무새의 동작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차의 아름다움은 기술을 넘어선 정신으로 심화되어야 합니다. 처음 어느 단계까지는 정해진 법에 따라야겠지요. 그러다가 차살림이 마음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면 법에 따르면서 법을 잊어버려야 합니다.

참된 차살림법은 언제 어디서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동합니다. 그래서 차살림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차를 매개로 삼아 우주의 생명이 한 마음으로 회귀하고, 삼라만상으로 다시 흩어졌다가 또 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생명운동의 본질을 깨닫는 것을 차살림이라 하고, 다도(茶道), 다예(茶藝)라 합니다.

우리나라의 차살림은 그때그때 자연스러운 발상과 행위로서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데, 원효의 무애사상이나 매월당의 걸림없는 차살림을 원형으로 삼지요. 이를 사상으로 체계화해보면 진감선사 의천-진각국사 혜심-원감국사 충지-서산대사 휴정-연담대사 유일-초의선사의 순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차의 맥이 있습니다.

이를 함부로 바꾸거나 부정할 수 없지요. 차의 아름다움과 예절은 거기서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다도는 아름다움을 향한 구도의 열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구도이기 때문에 엄격한 형식과 법을 따릅니다. 하지만 그 법은 인간의 미의식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풀어 놓는 것인데, 이같은 경지에 이르는 것을 달관(達觀)이라 합니다. 수없는 반복 수련과 종교적 수행과 같은 진지함과 경건함을 계율로 삼아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습니다.

이같은 일본 다도의 진면목을 왜곡하여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의 몇몇 차인들의 태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한국 차가 빠져있는 병폐의 늪은 한국 차인들이 스스로 지어낸 과오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우리 차살림 역사를 무시해버린 것, 일본 다도가 우리나라 불교 문화를 기원으로 삼고 있는 점을 모르는 것, 차그릇의 끊임없는 발전 없이는 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절이 새로워질 수 없다는 것, 차 예절은 기교나 기술이 아닌 정신의 깊이에서 비롯된다는 것, 차의 본질은 기호나 취미가 아닌 생명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선(禪)이라는 것 등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병폐입니다.  한국의 차와 차인은 더 늦기 전에 정화되어야 합니다. 그 정화는 잘못을 참회하는 것입니다.

 

 

 

 

 

차향 글향 가득한 보리수    http://cafe.daum.net/boreesu

출처 : *보리수*

글쓴이 : 낭만마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