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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바이러스]문학을 배우는 철학관 -절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을/안초근

맑은물56 2011. 8. 11. 14:31

[해피바이러스]문학을 배우는 철학관

 

 

문학을 배우는 철학관
절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 안초근 씨
김경아 기자  
▲안초근 씨
"지금까지 자살하려는 사람을 둘이나 살렸죠. 그뿐 아닙니다. 이혼한다고 벼르는 사람의 마음도 다시 가정으로 되돌려 놓았답니다. 이게 바로 제가 하는 일이랍니."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안초근(64)씨의 직업은 무엇일까? ‘녹야원(대전 용전동)’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은 그녀의 집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바로 운명철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

일반인들은 흔히 ‘철학관’ 하면 ‘점을 치는 곳’ 이라는 생각과 함께 신기로 운명을 가늠하는 무당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안씨 역시 처음에 간판 달기를 꺼렸다. 하지만 수많은 책을 읽고 터득한 인생의 진리를 지인들에게만 전해주기는 아쉬웠다.

“대부분 철학관을 천하게 여기는 편이죠. 철학은 엄연한 학문으로 성인의 가르침이 담겨있는데 말이에요. 그 중 ‘주역’은 점을 치는 원전(原典)으로 중국 최고의 경전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좋지 않은 일을 피하고 좋은 일로 가느냐’ 하는 등 우리 인생사에 지혜로운 해결방법을 알려주죠.”

▲"어디, 사주를 볼까요?"
철학 중에서도 ‘관상학’ 전문이라고 자부하는 그녀. 언제부터 사람들의 얼굴에 관심을 보인 것일까?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습관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는 관상학 관련 책을 즐겨 읽을 정도였다. 그 당시는 모든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문학소녀로서의 일면이었을 뿐, 그녀가 본격적으로 철학에 심취한 것은 신장염으로 10여 년 동안의 교직 생활을 마감하면서부터다.

“제 운명이 궁금했죠. 건강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비관적인 생각만 들더군요. 그래서 일년에 두 번 정도 철학관에 가서 점을 보곤 했답니다. 마음에 위안을 얻으러 갔지만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등 절망적인 이야기만 하더군요.”

철학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말 한마디가 중요하거늘,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내던지는 태도가 거슬렸다. 그 이후, 철학책을 모조리 독파하면서 스스로 인생의 길을 열어갔다. 책 속에 모든 진리가 있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그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거울을 보는 것. “얼굴 빛깔로 그날 운을 점치죠.” 유독 코가 빛나면 그날은 재운(財運)이 따르는 날이다. 만약 먼 길을 떠날 계획이었는데 관상이 좋지 않으면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기도 한다. 미래의 운명을 미리 알아서 재앙은 비켜가게 하고 행운은 잡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다.

▲문예창작 지도 중

세계 대통령을 해도 만족스럽지 않을 정도로 욕심 많은 그녀는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을 한 시인이기도. 철학관을 운영하면서 문예창작을 지도하고 있다.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온화하게 대하는 반면, 창작지도 만큼은 똑소리 나는 강의로 철저하게 가르친다.

또한 자신의 작품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면역력이 약해 감기 몸살을 달고 살지만 자신의 문학을 위해서라면 밤샘 작업도 서슴지 않는다. 천번 만번 고쳐가며 완벽한 글이 나올 때까지 펜을 놓지 않기에 ‘피를 말리며 글을 쓴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전시장상’, ‘대전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그의 노력을 증명한다.

지난 81년 여성문학동인지인 ‘동시대’를 발족하여 1년에 2번씩 책을 내고 있다. 지금은 20여 년 동안 가꿔온 동인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베풀고 있는 것.

“한 평생 제가 좋아하는 일을 했지, 돈을 따라가지 않았다.” 고 말하는 그녀는 오늘도 철학과 문학을 오가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