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쓰는 방한용 ‘풍뎅이’, 나무판에 연잎 모양을 자개로 상감한 ‘련잎 소반’, ‘한국형 플루트’ 젓대…이채로운 남북한 전통 공예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남한의 무형문화재와 북한의 인민예술가들이 기량을 겨룬 ‘2006남북전통공예교류전’을 찾아가본다.
서대문에 위치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8월 1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칠장, 자개장, 목조각장, 지승장 등 남한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전통공예품을 비롯해, 북한의 공훈예술가와 1급예술가 등이 만든 전통공예 작품 50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남북 전통공예 장인의 솜씨 한 자리에
‘남북전통공예교류전’은 크게 옷차림(依), 상차림(食), 집꾸밈(住), 멋내기(雅)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먼저 제1전시실에 마련된 ‘옷차림’ 구역에서는 남·북한 한복을 중심으로 꽃신, 은장도, 머리쓰개, 노리개 등 다양한 꾸미개를 선보였다. 특히 평소 실물을 보기 힘들었던 방한용 모자 ‘풍뎅이’, ‘굴레’ 등 전통 머리쓰개가 이채롭다.
제2전시실의 ‘상차림(食)’ 구역에서는 아름다운 광택의 유기그릇, 종이를 꼬고 엮어 만든 종이그릇, 말 꼬리털로 만든 체, 남북한 도예가들의 전통 청자공예, 해주소반과 나주반, 자개 장식품 등 생활 공예용품을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 제3전시실의 ‘집꾸밈(住)’ 구역에서는 남북한 사찰의 단청 문양을 비롯해 가구, 발과 자리, 불교 공예 등을 한 자리에 모았고, 마지막으로 제4전시실의 ‘멋내기(雅)’ 구역에서는 문방사우와 민화 자수, 전통 악기와 개량 악기, 무기 등을 전시했다. 특히 ‘평양악기공장’이란 제작사 명칭이 새겨진 북한의 개량 가야금, 서양의 플루트와 흡사한 북한 1급예술가의 ‘젓대’ 등은 전통 악기의 양식을 기반으로 현대적 개량을 시도했다.
전시품 이외에도 북한 예술가들의 창작실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기록사진이 함께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남한의 70년대를 연상케 하는 원색 한복 차림으로 자수에 몰두하는 평양수예연구소 풍경, 반미를 표방하면서도 영문이 써진 비닐봉투를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북한 1급예술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주말은 오후 7시)까지 개관한다. 박물관 입장료(성인 7백 원)만 내면 무료 관람 가능하다. 관람 문의 02-720-0114.
[작품 보기]
풍뎅이, 북한, 1급예술가 조문자 작품. 풍뎅이를 흔히 곤충 이름으로만 생각하지만, 옛날 아이들이 머리에 쓰던 방한용 머리쓰개 중에도 풍뎅이란 게 있다. 안감에 털을 달아 보온 효과를 높였고 귀 덮개 양쪽에는 각각 다복을 기원하는 ‘福’과 장수를 상징하는 ‘壽’ 한자를 자수로 수놓았다.
전통 꽃신, 남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16호 화혜장 황해봉 작품. 십장생을 꽃신 옆면에 아기자기하게 수놓았다.
한국 전통 혼례 때 신부가 입는 의상인 활옷. 남한의 활옷(위)은 소매 폭이 넓고 여백의 미를 살린 섬세한 화조 자수가 돋보인다. 반면 북한의 활옷(아래)은 소매 폭이 좁으며 의상 전반에 걸쳐 수를 놓았다.
문수보살동자상/보현보살동자상, 남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박찬수 작품. 피부에 채색을 하는 대신 목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옅은 채색만으로 오래된 듯한 불교 공예품의 느낌을 살렸다.
련잎소반, 북한, 1급예술가 김일룡 작품. 나무로 연잎 모양을 깎고, 자개로 상감해 잎맥을 새겨넣었다. 거북이 모양의 받침대 위에 피어난 연잎과 연밥의 조화가 아름답다. 전통에 기반한 제작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 미감을 동원한 솜씨가 돋보인다.
해주소반, 북한, 1급예술가 김일룡 작품. 단순한 형태의 소반에 장식된 꽃 조각이 단아하다.
놋 반상기(부분), 남한,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이봉주 작품. 요즘 보기 힘든 유기그릇에 아름다운 음각 장식을 해 고급스런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숭숭이반닫이-남한, 대구무형문화재 제10호 소목장 엄태조 작품. 평안도 박천 지방의 반닫이를 ‘숭숭이반닫이’라 부른다. 나뭇결이 잘 나타나지 않는 피나무를 두껍게 사용하고, 문양을 투각해 흑칠한 시우쇠나 커다란 장석으로 바탕을 가린다. 시우쇠 장석이 변색되지 않도록 철을 소 피에 삶아내는 방법을 적용해 철의 산화를 막았고, 광택을 내어 미적 가치를 높였다.
꽃삼합-남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03호 완초장 이상재 작품. 소박한 재료를 사용했으면서도 알록달록한 원색 장식으로 활기를 불어넣어, 생활 도구로 유용하도록 했다.
연조각옥유개합식기, 남한, 경기무형문화재 제18호 옥장 김용철 작품. 뚜껑에는 연꽃 봉오리를 조각하고, 그릇 받침대와 그릇 표면에도 섬세한 당초 문양을 새겨 넣었다.
은입사청동화기, 남한, 대구무형문화재 제13호 상감입사장 김용운 작품. 청동으로 된 그릇에 세밀하게 음각하고 은제 실로 빈 공간을 채워넣어 아름답게 장식했다.
찻통, 남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13호 칠장 정수화 작품. 자개공예의 진수를 보여주는 상감 기술이 돋보인다.
금속활자, 남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오국진 작품. 세종29년(1447) 한글 최초의 금속활자로, 옛 방법에 의거해 복원 인쇄한 것이다.
개량 가야금(왼쪽), 북한, 1급예술가 전양근 작품.
가야금(오른쪽), 남한,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이영수 작품.
북한의 개량 가야금은 연주자가 악기를 다루기 쉽도록 뒷부분에 다리를 달았다. 다양한 음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현의 개수도 21현으로 늘린 것이 눈에 띈다.
개량 가야금의 세부. '평양악기공장'이라는 제작사 표시가 선명하다.
젓대, 북한, 1급예술가 김재현 작품. '코리안 플루트'라고도 부른다.
평양수예연구소 창작실 모습. 원색 한복 차림으로 자수에 몰두하는 작가들의 복식이 남한의 70년대를 연상시킨다.
수를 놓기 위한 원화를 그리는 평양수예연구소 화가들. 북한의 자수공예가들은 이처럼 사실적인 밑그림을 바탕으로 섬세한 자수를 완성해낸다.
풍속 8폭 병풍, 북한, 평양수예연구소 집체작. 민화의 경작도를 토대로 하고, 북한 자수의 특징인 집체 방식, 즉 집단창작으로 제작했다.
풍속 8폭 병풍의 세부. 실제 붓으로 그린 민화를 보는 듯, 정교한 솜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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