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아니어도
우리들은 비를 맞고 있어요 하느님
우산을 받쳐 줄 누구 하나 없어요
처마 끝에 떨며 서서
울지도 못하는 울음을 삼키다가
할말도 못하는 언어를 삼키다가
제풀에 지쳐 몸살을 앓고 있어요
제발 강아지풀만한 희망 한 포기라도
좀 보여 주셔요 하느님
비옥하지도 않은 우리 땅엔
왜이리 슬픔이 무성한지요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고 있어요
갈수록 사람들이 추해지는 세상은
갈수록 살기가 힘이 들어요
상처받은 가슴은 쉬이 아물지 않고
절망 속엔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더 이상 긴 말씀 못드리지만
하여튼 요즘은
기도가 잘 되지 않아요 하느님
노아와 같은 의인의 고뇌도 아니면서
왜 이리 괴롭고 목이 메는지요
예측할 수 없는 홍수를 두려워하며
온몸 가득히 비 맞고 섰는
당신의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주셔요
편할 날 없는 우기에
찢어진 비닐우산 한 개라도
좀 받쳐 주셔요 하느님.....
<이해인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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