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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빗속에 드리는 기도

맑은물56 2011. 7. 14. 12:27

                

 

 

장마철이 아니어도

우리들은 비를 맞고 있어요 하느님

우산을 받쳐 줄 누구 하나 없어요

 

처마 끝에 떨며 서서

울지도 못하는 울음을 삼키다가

할말도 못하는 언어를 삼키다가

제풀에 지쳐 몸살을 앓고 있어요

 

제발 강아지풀만한 희망 한 포기라도

좀 보여 주셔요 하느님

비옥하지도 않은 우리 땅엔

왜이리 슬픔이 무성한지요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고 있어요

갈수록 사람들이 추해지는 세상은

갈수록 살기가 힘이 들어요

 

상처받은 가슴은 쉬이 아물지 않고

절망 속엔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더 이상 긴 말씀 못드리지만

하여튼 요즘은

기도가 잘 되지 않아요 하느님

 

노아와 같은 의인의 고뇌도 아니면서

왜 이리 괴롭고 목이 메는지요

예측할 수 없는 홍수를 두려워하며

온몸 가득히 비 맞고 섰는

당신의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주셔요

 

편할 날 없는 우기에

찢어진 비닐우산 한 개라도

좀 받쳐 주셔요 하느님.....

 

              <이해인님의 시>

출처 : 두리번
글쓴이 : haj406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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