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화 산책

신경환 교수의 시사칼럼- 아리랑이 중국 문화가 된다?

맑은물56 2011. 7. 2. 13:25

신경환 교수의 시사칼럼- 아리랑이 중국 문화가 된다?

 

    아리랑이 중국 문화가 된다? 최근 중국이 한국의 전통민요인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로 등재하고 또 이에 더해 유네스코에 중국문화제로 등재하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국내여론은 빠르게 흥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속적으로 고구려사에 대한 왜곡과 중앙정부차원에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등 한국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오고 있는 시점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우리 문화인 아리랑까지 자신들의 문화로 등재한 것에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중국이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문화적 우월성을 강조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의 문화까지 중화문명의 아류로 치부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문화로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이다. 중국은 자국 내 56개 소수민족의 문화가 모두 똑 같은 중국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구에 비하면 소수이지만 엄연히 중국국적을 가지고 현재 중국 땅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이 있는 중국에서 조선족의 문화를 중국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만약 중국이 그토록 동아시아문화의 원천이 중국이고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주변국의 문화는 중국에서 건너가 변형된 아류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들 스스로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라고 인정하는 아리랑과 농악 등의 원류인 한국이 이들 문화의 종주국임을 외면한다는 것은 커다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큰 교훈이다. 우리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우수성을 자랑할 수 있는 문화라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우리 문화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세계각국에 선보이는 노력은 등한시 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문화란 우수하다거나 미개하다거나 하는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이다. 다시 말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내 부모 내 자식 이라는 사실만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은 높고 낮은 정도를 따진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문화 또한 내 나라 문화라는 사실만으로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지 우리 것이 먼저다 혹은 더 우수하다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남미 아마존의 한 부족은 부모가 죽으면 그 지역에 사는 커다란 거미와 함께 부모의 살을 불에 익혀 먹는다. 조상숭배의 전통이 있고 경건하게 장례를 지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문화적 배경에서 이것은 너무나도 엽기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이들 아마존 부족은 그렇게 부모를 먹는 것으로서 부모의 지혜가 자신에게 전달이 되고 망자의 영혼이 계속해서 그들 곁에 함께 하게 된다고 믿는다. 누가 이러한 이들 아마존 부족의 문화를 미개하다거나 야만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문화적 독창성과 함께 혈통적인 순수성을 한국의 자부심으로 강조하는 민족이다. 이러한 한국의 문화적 배경은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강한 애착과 함께 다른 왜래 문화에 대한 배타성도 가지게 하였다. 우리는 중국 화교들이 몇 대째 한국에 살며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이들 화교들의 문화를 결코 한국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같은 관점에서 중국은 어떻게든 자국 내 56개 소수민족을 하나의 중화민족으로 끌어 안고 통합하려는 국가적인 목표가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이들 56개 소수민족을 중국의 일부로 동일시 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적 발전목표가 된다. 물론 이는 우리시각에서 보면 문화적 침탈이고 억지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문화의 순수성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중국은 자신들의 문화의 범위를 마구 확대하려는 이유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새로운 역사관이나 소수민족 문화에 대한 흡수정책은 한국이 아무리 항의해도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가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순혈주의적이고 한국문화의 배타적인 독창성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니 바꾸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우리가 결코 바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이 자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라는 이유로 우리 전통문화를 자신들의 문화인양 주장하는 것은 황당할 뿐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단일민족을 작고 편협한 문화를 가진 나라로 폄하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중국문화를 이런저런 문화를 다 합쳐 만든 잡종문화라고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단일민족의 명맥을 잇고 있는 한국과 거대한 영토에 다양한 민족을 아우르는 중국의 각기 다른 상황을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문화에 대한 공식적인 등재와 국제적인 전파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인데 ‘내 옷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 오리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국제사회는 정보공유가 빠르고 세계인의 지식수준도 높아졌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문화를 가꾸고 이를 다시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국과 감정싸움을 하는 것보다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문학평론가/ 법학박사 신경환> *************************************************************** 가족 여러분!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 이 세 나라의 지나온 역사를 우리는 일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점점 잊고 살아갑니다. 다시 한 번 역사의 흐름에 눈길을 주는 주말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카페지기 임수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