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의 이야기/자연을 찾아서

[스크랩] 고창 청보리밭에서...

맑은물56 2011. 6. 14. 18:23

 

 

청보리밭에 초여름이 왔습니다.
이번 봄의 그 이상스런 날씨 탓에,
진작 갔어야 할 보리의 푸름이 아직 남아있게 된 거라네요.
지평선을 이루는 끝없는 청보리밭의 푸름이
일상사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만들더군요.
친구들과 즐겁게 보낸 하루였습니다.
요즈음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친구들이
천진보살이 되어 청보리밭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요.
아름다운 노년입니다.
나는 미국에서 오래간만에 온 친구와 짝이 되어,
그간 못한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봄에는,
마음 속에 어른으로 모시고 있던 분이 가셔서,
많이 슬펐습니다.
그냥 이별이 슬픈 것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모자람에 대한 회한이 겹쳐서,
더 슬펐습니다.
인연의 소중함과 시간의 엄정함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봄꽃들은 다 가버렸습니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올라갈 때 못 보는 것이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꽃으로 비유되는 인생사의 많은 사물들을
보지 못하고 사는 게 우리들의 삶이지요.
슬펐던 봄을 보내고, 초여름의 청보리밭에 서니,
올라갈 때 못 봤으면 내려갈 때라도 놓치지 말라고,
일러주는 음성이 있는 듯 싶었습니다.
늦은 것은 늦은 것이라고, 보낼 것은 보내라고,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놓치지 말라고,
우리의 한 생이라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뿐이라고...

이 여름을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우리는 왜 잊고 사는지요

한겨울 혹독한 추위때문에 잎이 떨구어진 바로 그자리에서

이른 봄날 제일 먼저 푸르디푸른 새싹이 돋아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왜 밎지 못하는지요

우리를 넘어뜨렸던 숱한 고통들이 실상은 내인생에

숨겨진 수많은 보석들이라는 사실을

  

 

 

 

 

 

 

 

6월의 청보리밭에는

우련(祐練)신경희

봄의 계절 문 밖에는

청보리의 머리카락을 따주는

여름 햇살의 손 끝에

초록이 물들고 있다.

바람의 길을 따라

청자색 파도가 일렁이는

청보리밭에는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초록냄새의 청보리

사잇길을 따라

날개를 펴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

싱그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6월의 청보리밭에는

바람이 휘파람을 불고

푸른꿈이 날개짓을 한다.

 

 

 ㅡ 좋은글 ㅡ

   

출처 : 어린왕자의 들꽃사랑마을
글쓴이 : 비타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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