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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와 마시니 술맛이 다르네" 점장님의 최후

맑은물56 2011. 3. 22. 19:07

"처녀와 마시니 술맛이 다르네" 점장님의 최후

오마이뉴스 | 입력 2011.03.22 16:43 |

 

[오마이뉴스 김용국 기자]

"처녀와 마시니 술맛이 다르네."

"섹시하고 탱탱하군."

전형적인 성희롱 발언이다. 성희롱이란, 말과 행동으로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만드는 행동을 말한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상자 글 참조). 사회생활에선 어떤 언행이 성희롱인지를 놓고 다툼이 자주 벌어진다.

최근 대학 전임강사가 하트(♥) 표시가 담긴 문자를 포함, 몇 달간 학생과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대학쪽은 이것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강사를 해임했지만 1심인 행정법원은 성적인 의도로 단정할 수 없다며 해임취소 판결을 했다. 단편적인 사실로만 판단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성희롱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최근의 판결들을 통해 짚어본다.

여교사가 교장에게 술을 따르는 건 미덕?





영화 < 연애의 목적 > 의 한 장면.

ⓒ 싸이더스

[사례①]

A초등학교 3학년 담당 교사들은 회식에 교장과 교감 고지식(가명)씨를 초대했다. 회식자리에는 여교사 3명을 포함해 총 9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술병을 건네받은 교장은 여자교사들에겐 소주잔에 맥주를, 남자 교사들에게는 소주를 따라주었다. 3학년 부장교사가 건배를 제의하자 남자들은 잔을 비웠으나 여교사들은 입술만 댄 채 잔을 내려놓았다.

그때였다. "여선생님들, 잔 비우고 교장선생님께 한 잔씩 따라드리세요." 교감 고씨는 여교사들을 재촉했다. 눈치를 보던 남교사들이 한 명씩 교장에게 술을 권하였으나 여교사들은 술잔을 비우지 않았다. 고씨는 또다시 "여선생님들! 한잔씩 따라드리지 않고"라고 채근했다. 이에 여교사 2명은 마지 못해 교장에게 술을 따르게 되었다.

나머지 여교사 1명은 성희롱을 당하였다며 진정을 냈다.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현재는 업무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관)는 "여교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한 교감의 행위는 성희롱"이라고 결정하였다. 그러자 고 교감은 "술을 받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답례로 술을 권하는 것은 예의 아니냐"고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의 성희롱 판단 기준을 보자.

"어떠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성희롱은 일반적· 평균적인 사람의 시각으로 판단"

이어지는 법원의 설명. '성희롱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될 수는 없다.' 즉, 성희롱은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시각으로 봐야지 주관적인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다.

법원은 고 교감의 발언에 대해 "여자 교사들이 (유흥 또는 주흥을 위하여) 교장에게 술을 따라야 한다는 성적 의도보다는 술을 받았으면 상사에게 술을 권하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2명의 여교사가 불쾌하게는 생각하였으나 성적 굴욕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은 내자 여성단체는 "법원이 성희롱의 객관적 기준만을 강조한 나머지 피해자의 감정을 외면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술잔을 돌리고 술을 주고 받는 게 직장생활에서 미덕인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미덕이 강요라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고 교감의 행동이 성희롱까지는 아니었더라도 그렇다고 '선량한 풍속'으로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거나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성희롱은 (당사자의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성희롱으로 인정된다면 행위자에게 성적 의도가 없었더라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 뒤에 나오는 내용이 그런 사례다.

"성적 의도 없는 언행이라도 성적 굴욕감 주었다면 성희롱"





직장내 성희롱을 소재로 한 영화 < 노스 컨츄리 > (2005)

ⓒ 워너 브라더스사

[사례②]

B대학교는 학교쪽과 직원노동조합 사이의 의견 차이로 단체교섭이 결렬되었다.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전면파업에 돌입하였다. 노조원들은 허맹구(가명) 학생처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이 식당에서 파업대책을 논의한다는 소식을 듣고 항의방문하였다.

이 자리에서 학생처장 허씨는 노조원들과 언쟁 중 충격적인 발언을 하였다. 노조원 중에 라운드 티셔츠를 입은 여직원을 향해 "가슴이 앞에 사람 보이니까 닫아요", "아니, 보는 게 아니라 나 같은 늙은 사람들이 거기 신경쓰고"라고 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여직원은 수치심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이 발언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허씨에게는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학교 측에게는 허씨에 대한 경고조치를 권고하는 시정통지를 하였다.

사건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허씨는 "공개된 장소에서 우발적으로 본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렇게 답했다.

'48세의 남성인 보직교수가 36세 여성을 향해 가슴이 보인다고 말한 것은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한 성희롱이고, 따라서 인권위의 시정통지는 적법하다.'

허씨는 설령 성적 동기나 의도없이 그런 말을 했을지 몰라도 당시 정황을 보면 성희롱에 해당한다.

우월적 지위 이용 과도한 신체접촉 징계는 '정당'

[사례③]

C은행 지점장인 돈주황(가명)씨는 지점에서 왕으로 군림했다. 여직원들에겐 마치 시녀 대하듯 했다. 회식 자리에서 그의 진가(?)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여직원과 서로 목을 껴안는 과도한 '러브샷'은 기본이고 "처녀와 마시니 술맛이 다르네", "나도 30대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추임새는 덤이었다.

게다가 인사 이동을 희망하는 여직원에게는 "키스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고, 심지어는 용역업체 여직원의 몸을 더듬기까지 했다. 노래방에서는 원하는 여직원과 블루스를 추거나 강제로 입을 맞추기도 하였다.

돈씨의 왕노릇은 오래 가지 못했다. 누군가 익명으로 제보하는 바람에 본사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은행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직 6월의 징계를 내렸다.

돈씨는 30년간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감안하면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며 법원에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지점장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성희롱을 함으로써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은행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을 고려할 때 징계 수위가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돈씨의 사례야말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직장 성희롱이었다. 하지만 정직 처분 정도로 끝낼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에 해당되어 형사처벌감이다. 법원이 좀 더 적극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었을까.

법원은 징계처분이 적정한지를 판단할 뿐 판결로 직접 징계 수위를 정할 수는 없다.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낸 징계무효소송에서 법원은 승소, 패소 판결밖에 할 수 없다. 형사처벌도 마찬가지다. 강제추행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죄를 물을 수 있는 친고죄이므로 고소가 있기 전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여기에는 아직도 성희롱 신고를 반기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하고 있다. 법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나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인사상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지만 선뜻 성희롱이나 성폭력 신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성희롱 없는 건전 명랑 사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성희롱의 정의, 발생시 조치, 판단 기준

성희롱 방지와 성희롱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해서는 < 여성발전기본법 > , < 국가인권위원회법 > ,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 등에 나온다. 먼저 성희롱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법률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음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2. 상대방이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

여기서 '성적인 언동'이란 남녀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평균인의 시각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여야 한다.

공공기관의 장과 사업주는 법에 따라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하여 교육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국가기관 등의 장은 그 조치 결과를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또한 성희롱 방지를 위하여 연 1회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성희롱 관련 상담 및 고충 처리를 위한 공식 창구의 마련, 성희롱 고충담당자 지정, 자체 성희롱 예방지침의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를 징계하거나 이에 준하는 제재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나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인사상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 사업주가 성희롱을 하거나 성희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는 최고 1천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성희롱을 한 사람이 공무원이나 군인, 공공기관 종사자일 경우 국가인권위는 소속기관에 징계를 권고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범죄행위로 인정될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시행규칙)

1. 성적인 언동의 예시

가. 육체적 행위

(1) 입맞춤, 포옹 또는 뒤에서 껴안는 등의 신체적 접촉행위

(2)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

(3)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나. 언어적 행위

(1)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행위(전화통화 포함)

(2)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3) 성적인 사실 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

(4)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5) 회식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다. 시각적 행위

(1) 음란한 사진·그림·낙서·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컴퓨터나 팩시밀리 등을 이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2)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라. 그 밖에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

2.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의 예시

채용탈락, 감봉, 승진탈락, 전직(轉職), 정직(停職), 휴직, 해고 등과 같이 채용 또는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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