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나선 길에서
뜻밖의 감동을 경험하는 일,
도무지 밀려오는 전율을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며칠 전이 그랬습니다.
"쇼핑가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주섬주섬 신세계 백화점으로..
주방기기 코너로 향하던 길,
갤러리가 보입니다.
"저거 보고 가자"
그 때만 해도 그저 그런 발걸음...
윈도우를 따라 걷는데 어... 어...
'꽃과 부처님', 1984, 한지에 먹.
발길이 계속 멈칫 합니다.
간결하면서도 따뜻함이 스며든 묵화.
'어느 분 작품인지 참 그림이 담박하군...'
그렇게 들어간 백화점 내 갤러리에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I'm simple
나는 심플하다
이 말은 내가 항상 되풀이 내세우고 있는
나의 단골말 가운데 한마디지만
또 한번 이 말을 큰소리로 외쳐보고 싶다.
"나는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 있다."
- 작가노트 중..
'술과 그림의 나날'.
장욱진은 그렇게 살았다.
그림은 살아가는 이유였고
술은 그림의 노동을 달래주는 달콤한 휴식, 또는 삶의 충전소 같은 것.
한번 붓을 잡으면, 한번 술잔을 잡으면 죽기를 작정한 듯 빠져들었다.
'소녀', 1939, 캔버스에 유화.
'자화상', 1951, 종이에 유채.
1918년 충남 연기 태생.
그는 양정고보를 나와 1939년 도쿄로 유학, 제국미술학교를 다닌다.
해방뒤 고국에 돌아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으로 근무한 뒤
54년부터 60년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것이 직장생활의 전부.
이후 죽는 날까지 그림만 그렸다.
유화 외에 먹그림 도자기화 판화 등을 넘나들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쳤고
76년 수상집 '강가의 아틀리에',
79년 화집, 83년 판화집을 내놓기도 했다.
창작과 전시,여행으로 그림의 폭과 깊이를 더하던 그는
90년 12월 눈을 감았다.
- 장욱진 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수하', 1954, 캔버스에 유화.
장 화백의 이력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1977-61세 여름에 양산 통도사에 가서 경봉스님을 만났다. 선시와 '非空'이라는 법명을 주셨다.
- 장 화백은 통도사의 얼굴인 경봉 스님과 선문답을 나눈 인연이 있었다.
“뭘 하는 사람이냐”는 물음에 “까치를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경봉은 “입산을 했더라면 진짜 도꾼이 됐을 것인데…”라고 화답했다.
장 화백이 다시 “그림 그리는 것도 같은 길”이라 선답했다.
이에 경봉은 “쾌(快)하다”면서 법명을 내렸다. - 세계일보 기사 중...
'진진묘', 1970, 캔버스에 유화.
장 화백은 경봉 스님과 만나자마자 법명을 받은 것이지요.
전해오는 일화에 따르면,
당시 경봉 스님은
장 화백이 벗어놓은 신발만 보고서도 '도인'임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법명도 '비공', 비어있지 않다.. 어떤 의미일까요..?
'사찰', 1976, 캔버스에 유화.
자신의 한옥집 안 연못에서 하루종일 물고기만 쳐다보곤 했다는 고 장욱진 화백.
그의 담박한 그림들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일체 생명을 향한 끝없는 자비심을
내면 깊은 곳에서 붓끝으로 이끌어 낸 덕분이겠지요...
지금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백화점 6층 소재)에서 열리고 있는 '장욱진 展'은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27일까지 서울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Chang Ucchin 장욱진 20주기전'의 축소 순회전입니다.
규모는 줄었다고 하나 서울전에서 70여 점이 공개됐고 이번 부산전에서는 50여 점이 전시 되니
서울전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넉넉히 달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전시 기간은 지난 3월 3일 시작해 오는 4월 3일까지 입니다.
전화문의 051-745-1508 (오픈 오전 10시 30분 - 오후 8시)
'새와 아이', 1973, 캔버스에 유화.
'와유', 1978, 한지에 마커.
'아기부처', 1980, 동판+세리그래프.
'비상', 1984, 종이에 마커.
'도원', 1985, 캔버스에 유화.
'밤과 노인', 1990, 캔버스에 유화.
장욱진 미술문화재단
장욱진 사이버뮤지엄
충남 연기군에 소재한 장욱진 화백의 생가.
20주기 회고전 관련
매일경제 기사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1&no=111775
'문화 > 문화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를로 AIPS회장과 김연아 (0) | 2011.03.23 |
---|---|
小痴許維 선생의 雲林十景 (0) | 2011.03.21 |
“으응 왜 찍어”…평양 이발소 ‘몰카’ 화제 (0) | 2011.03.17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 (0) | 2011.03.16 |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 드 보통 (0) | 2011.03.16 |